해시태그 ‘#무정부상태’ 넘실대는 이유 무엇?
국민의힘 “문 정부 주택 건설사업 결함 심각”
민주당 “현안마다 전 정부 탓… 무정부 상태”
누리꾼, “무정부주의적 상태에 대한 분노 표현”

[뉴스엔뷰] 최근 각종 SNS의 정치 관련 피드에선 ‘#무정부’라는 해시태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연일 발생하는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로 실망한 사람들의 자조가 섞여 있다. 피드를 채운 ‘#무정부’의 사례를 톺아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월 30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월 30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무정부’로 노선 정한 야당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무정부 상태”라고 절규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회행사 발언에서 “정부 여당의 방향타가 그야말로 고장 난 난파선처럼 표류 중”이라며 “민생, 경제, 외교, 안보, 국민 안전 모든 부분에서 나라가 퇴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손으로 국정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며 “’무정부 상태’라며 절규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최근 당 고위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국제행사 파행과 같은 정부의 무능으로 국격이 추락하고, 재난 위기 대응 실패와 민생 외면으로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고 있다”며 “사실상 무정부상태라고 하는 조롱 섞인 비판들이 있고, 실정을 또 다른 실정으로 덮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처럼 현 국가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하고 1개의 특별검사(특검) 도입, 4개의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국회의 ‘무정부 발언’은 이달 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론에서도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 여야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공방을 벌인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문 정부 주택 건설사업 관리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추정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현안마다 전 정부 탓을 하고 있으니, 무정부 상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며 날 선 공방을 이어나 갔다. 

지난 달 폭우로 차량들이 침수되며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     사진 / 뉴시스
지난 달 폭우로 차량들이 침수되며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     사진 / 뉴시스

연이은 인재에 “각자도생”

이처럼 ‘무정부’는 정치권에도 이슈가 될 정도로 흔하게 쓰이는 해시태그다. 국민들은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엽기적인 분노 범죄와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각자도생’ 즉 무정부를 떠올리고 있다. 

‘무정부’ 해시태그는 지난 7월 15일 오송에서 벌어진 지하차도 침수 참사 등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대통령의 부재와 더불어 정부의 삐걱거리는 재난 대응 시스템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지난해 10월 벌어진 이태원 참사 때처럼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며 더욱 통탄했다. 

심지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취소를 검토했는지 물어보는 말에 고위 관계자가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분노는 더 커졌다. 이 시기 한 SNS 플랫폼에는 ‘무정부 상태’라는 단어가 1만 회 이상 언급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대선 후보 때 산불 현장을 찾아서 “청와대에 있으면 헬기라도 타고 오겠다”고 말했던 윤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던 당시 대통령이 자택에서 상황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란 해명도 내어놓았다. 이 시기 SNS에선 ‘무정부 상태’가 2만 회 이상 언급됐다. 윤 대통령이 자택에 발이 묶여 현장 점검이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하지 못한 것을 꼬집는 뉘앙스가 대부분이었다. 

8월 31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총괄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야4당·시민사회·종교계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유엔 인권이사회 2차 국민진정단 접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8월 31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총괄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야4당·시민사회·종교계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유엔 인권이사회 2차 국민진정단 접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일본에 면죄부 도장 찍은 정부”

최근 가장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무정부’이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시작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반대가 아닌 찬성의 뉘앙스를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한국이 큰 도움을 줬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시작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반대하지 않자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안전 무정부상태”라며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023년 8월 24일은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충주시민행동포럼은 성명을 내고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태평양 연안국 특히 일본과 가장 가까운 대한민국에 대한 해양자 주권 피탈 행위로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하고 결행하는 일본식 원전프로젝트의 산물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우리는 또 한 번 경악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무정부주의적이고 반국가적인 정부의 모호한 태도”라며 “아무리 무능한 검찰독재정권이라 할지라도 일본이 IAEA를 통해 들고 온 핵폐기물 오염수 교본을 덥석 받아 면죄부 도장을 찍어줘야만 했느냐”고 반문했다.

누리꾼들 역시 “정부는 무정부 상태라고 절규하는 국민들이 그저 우습기만 한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무정부 상태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서현역과 신림동 무차별 분노범죄(이상동기범죄)로 인한 모방 범죄 예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인터넷 판매하는 호신용 도구가 연일 매진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잼버리 파행에 따른 책임 공방이 계속된 8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 / 뉴시스 
잼버리 파행에 따른 책임 공방이 계속된 8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 / 뉴시스 

안에서 새던 바가지 결국 국제 이슈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까지 뉴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잼버리 논란은 현재 민심을 국제적 이슈로 확인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세계 잼버리 대회 문제와 관련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을 윤석열 정권은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라며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잼버리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배수시설, 화장실, 급수대 같은 시설의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어 더욱 울분을 샀다.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하기로 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 경내에 있으면서도 나타나지 않아 소란을 겪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가위 위원들은 그를 찾으려 국무위원 대기실까지 찾아갔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변인은 화장실로 피하기도 했다.

애당초 이날은 부실 운영 논란 속에 종료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와 신림동 여성 폭력 사건 등에 대한 현안 질의가 있을 예정이었다. 김 장관은 전체 회의에 나타나는 대신 “여가위 불참 통보를 한 적이 없으며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아 여당 출석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이라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누리꾼들은 “무정부 상태의 단면을 오롯이 본 것 같아 씁쓸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결국 바깥으로 샌 것도 모자라 도망까지 가다니, 국제적 망신이다”, “잼버리 문제는 물론 여성에게 더 노출된 무차별 분노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결 방안을 내어놓아야 할 여가부 장관이 유치한 도망이나 쳤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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