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특정 없는 묻지마 범죄, 일상생활이 ‘불안’
여론, 강력한 처벌 요구…사형 실시 촉구하기도
마약사범·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강력처벌 필요

[뉴스엔뷰]묻지마 범죄로 인한 불안이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의 안전한 일상을 대표하는 치안 1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요즘이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협받는 일상

8, 서현역 사건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시민들이 인도로 돌진한 차에 5명이 치였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피의자 최원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쇼핑몰로 들어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별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는 본인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어 스토킹 세력을 처단할 목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원종은 사건 전날에도 범행을 계획했지만 포기했다. 이날 오후 7시쯤, 미리 준비한 흉기 2점을 소지하고 야탑역, 서현역, 미금역 등을 배회하며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려 했으나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사람이 많고 무서워 범행하지 못했다”, “나를 힘들게 해 죽게 만들 스토킹 세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7월 신림역에서 피의자 조선(33)이 휘두른 칼에 총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겨우 2주 만이었다. 모방범죄에 대한 불안은 이후 관악구 너클사건으로 폭발했다. 피의자 최윤종(30)17일 오전 신림동 공원과 연결된 등산로로 출근하던 초등 교사를 무차별로 폭행, 강간해 사망하게 했다. 최윤종은 앞서 4월 구입한 흉기 너클을 끼우고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가 아닌 출근길,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은 시간과 공간에 무관한 두려움을 야기했다.

한국판 마이너리티리포트

묻지마 범죄에 대해 경찰은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국내외 이상동기 범죄자들의 행동 패턴, 성향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제작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최근 '묻지마 범죄' 등으로도 표현되는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를 조기 발견해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지난 21일 프로파일링을 거쳐 '이상동기범죄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이상동기범죄 분석 보고서)를 제작해 서울 관내 경찰서에 배포했다. 보고서에는 장소별 밀집 조건을 고려한 예방 시간대 선정 위해 우려자 탐지 및 판별 기준 혐오 분위기 차단을 위한 환경적 요인 개선 체계적인 피의자 특성 평가를 위한 프로파일링 활용 등이 담겨있다.

이는 최근 '신림역 흉기 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자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함이다. 특히 경찰은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상 사건과 관련, 국내외 대표적 사건·사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이상동기 범죄 사건 피의자들은 대부분 다수의 사람이 운집하는 장소와 시간대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단순 순찰 방식에서 벗어나 관할 지역별 다수 운집 시간대 등을 재분석하는 식으로 지역 치안 활동을 재검검할 계획이다. 또한 현장 경찰관의 '위해 가능성 있는 사람'에 대한 불심 검문을 강화하는 한편, '위해 우려자' 판별 준거를 확립하기 위해 행동과학적 접근방식 자료도 수집·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간접 해소

살인예고와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악질범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 미상의 범죄자 개탈을 추적하는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그간 다양한 미디어의 소재가 되었던 사적 복수를 개인의 복수가 아닌 공동체의 복수로 확장 시켰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드라마 속 국민들은 동의하기 어려운 처벌을 받고 사회로 복귀한 범죄자의 사형투표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범죄자에 대한 개탈의 살인이 벌어진다. 국민사형투표 결과는 결국 살인이라는 범죄이지만, 이에 대해 통쾌하다‘, ’홍길동등의 등장 인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사형제도의 부활 요구, 범죄자의 처분에 대한 불만 등은 결국 제도에 대한 불신과 사적 제재에 대한 기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사적 제재는 각기 다른 이해구조와 얽히면서 혼란을 야기한다.

드라마 속 사적 복수는 사형을 실행하지 않은 한계를 해결할 유일한 정의처럼 그려진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사형이 아닌 무기형을 선고하고 있고 마지막 사형 집행은 27년 전이다. 인면수심의 범죄자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았던 과거에도 속 시원한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영구 격리로 해결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격리를 요구한다. 범죄자가 평범한 일상 속으로 진입할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무기형은 실질적 무기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석방 제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하의 법무부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형 집행의 공백이 발생했"다며, "현행법상 무기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될 수 있어 국민 불안이 가중됐"다는 입장이다.

완전한 격리는 최근 미디어에서 쉽게 등장하는 죽음을 통한 완전한 소거다. 이는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하며 이를 실행하고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사적 복수에 성공한 주인공들 역시 결국은 살인을 한 새로운 범죄자가 될 뿐이다.

드라마 속 사적 복수는 국민의 동의라는 위험한 전제 뒤에 숨어 또 다른 희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 사형제 부활 등 국민의 요구에 대해 법무당국은 현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흉악범의 영구 격리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그샷 공개 초읽기

흉악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는 머그샷(mugshot) 공개도 실현될 전망이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최근 머그샷등 범죄 피의자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이른바 머그샷 공개법등을 담은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머그샷은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목적으로 체포 시점에서 수사기관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그동안 공개된 피의자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다르다는 비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흉악범죄로 불안감이 커진 것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 중 하나다. 이번 이번 제정안은 중대범죄자에 대해 신상공개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수사 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필요한 경우 강제 촬영도 가능하도록 했다. 수사당국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 고지 이후 피의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은 5일로 정해졌다.

신상을 공개하는 범죄의 범위도 최근 추세를 반영했다. 내란·외환, 범죄단체조직, 폭발물, 현주건조물방화, 상해와 폭행의 죄 일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마약 관련 범죄 등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특정강력범죄·성폭력 범죄만 신상공개 대상이었다. 법사위는 913일 전체회의에서 이 법을 심의하고 921일로 예정된 본회의까지 통과한다면 이르면 내년 1월쯤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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