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뒤덮은 예고 살인글, 불안 지수 급증
관심 목적 ’어그로‘, 정부 강경대응 실효성은?

[뉴스엔뷰]게임하다 심심해서 그랬어요.”

온라인 퍼진 살인예고로 인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 칼부림이 유행이라는 경악할 농담이 등장했고, ’칼부림 예고게시물이 연달아 작성돼 관계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8일 신림동 사건 이후부터 이날 오전9시까지 온라인상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글과 관련 접수된 사건 476건을 수사해 이중 228건(23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8일 신림동 사건 이후부터 이날 오전9시까지 온라인상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글과 관련 접수된 사건 476건을 수사해 이중 228건(23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일상이 살인예고

이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신림동 사건 이후부터 이날 오전9시까지 온라인상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글과 관련 접수된 사건 476건을 수사해 이중 228(235)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구속된 이는 23명이다.

대부분의 살인예고는 실제 살인의 실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단순 장난이거나 불만의 표현이었다. 29일 살인예고글 작성 후 자수한 대학생 역시 그랬다. 국립대 재학생인 18A씨는 28일 오후 3시께 재학중인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강하면 사람을 찌르겠다, 학교에 오지마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경북경찰청이 수사를 진행했고, 겁을 먹은 A씨는 다음날 자수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의 표현으로 살인을 예고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 구속기소된 10B씨는 이달 초 흉기난동사건 관련 뉴스 영상에 댓글로 놀이공원에 놀러 온 일가족을 대상으로 칼부림을 해 살해하겠다는 내용을 여러차례 올렸다. 경찰 수사에서 그는 나와 달리 놀이공원에 놀러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죽었으면 해서라고 글 게시 이유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예고글 상당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속 공간을 범죄 공간으로 설정한다. 지하철, 쇼핑몰 등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이 가능한 공간에서의 살인예고, 살인사건은 일상 공간에 불안을 조성하면서 더 큰 공포를 주고 있다. 살인예고글은 여성 등 특정 성별,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살해 대상의 목표 수까지 설정하는 등 점점 구체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 지난 8월 온라인상에는 지하철에서의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공포를 안겼다. 경찰의 발 빠른 추적으로 붙잡힌 이 글의 작성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관심을 받고 싶었다는 이유로 해당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잡아도 벌금뿐

살인예고로 인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해결 방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이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검거된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국민의 법적 감수성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살인예고글의 작성에 대해서는 처벌의 근거가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현행법상 살인예고글을 올리는 행위는 살인 예비, 협박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 , 이 혐의의 적용을 위해서는 범행 대상, 계획 등이 특정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살인예고글은 범행 대상이 불특성 다수다. 범죄자의 범행 목표 인원이 예고되는 경우는 있지만, 대상이 특정되는 경우는 없었다. 이런 경우는 범칙금 처벌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살인예고글 작성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처벌 할 수 있는 법안의 적용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인 모양새다. 최근 놀이동산살인예고글을 작성한 10대 피의자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됐다. 피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반사회적 성향에 따른 재범 우려가 크다는 판단하에 혐의를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 예고 지역에 다수의 경찰력이 배치된 만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형사처벌뿐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는 살인 예고 글에 대해서는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의 범죄 방지를 위한 순회 근무는 강화했다. 지하철 공사는 최근 지하철역 관련 범죄글이 연달아 게시되면서 지하철 내 경계 근무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공사측에 따르면, 근무 중인 지하철보안관 55명이 모두 전동차에 탑승해 21조로 순회 중이다. 이들은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제지한 후 경찰에 신고한다. 보안관은 승객 안전을 질서 유지 업무를 우선 담당하는 직원으로, 방검복 등 기본 보호장비와 가스총(가스분사기)을 휴대하고 있다. 역사 직원 역시 방검복·검장갑, 페퍼스프레이·전자충격기 등 안전보호장비를 필수 착용하도록 했다. 특히 순회 근무와 비상 출동 상황에서는 반드시 21조로 움직이도록 했다.

처벌 수치 강화

온라인상의 살인예고글에 대해서 당국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확인된 작성자의 상당수가 청소년인만큼 처벌이 쉽지는 않다. 이에 더해 처벌의 기준 등이 범죄 행위의 위험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처벌 수치 강화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힘을 보탤 모양새다. 온라인상에서 살인예고글을 작성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시을)은 이 같은 취지를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영식 의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중을 위협할 목적으로 살인, 상해 등의 공중협박행위(살인예고글 등) 내용을 유통하는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김영식 의원은 "무분별한 살인예고글로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치안력 낭비를 일으키는 등 사회 전반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면서 "본 개정안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공중협박행위(살인예고글 등)를 강력한 범죄행위로 규정, 엄중 처벌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0대는 감소세

놀이처럼 확산돼 우려를 낳았던 10대의 살인예고글은 줄어드는 분위기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예고글 중 19세 미만 청소년 비율은 감소 추세다. 살인 예고글 검거자 중 19세 미만 청소년 비율이 8480명으로 41.6%로 집계됐다. 검거된 살인 예고글 게시자 중 청소년 비율은 8252.3%(34)에서 8347.7%(71)에 이어 3주째 감소했다.

경찰은 청소년의 모방범죄 확산 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학기를 맞아 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 특별예방교육, 선도 연계, 면담 관리 중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도 경찰청은 이달 말부터 '아동·청소년 안전확보 집중활동' 계획을 수립해 일일 모니터링·신종 유형 발굴 등 학교 폭력 예방 안전조치 등 피해학생 보호·지원 첩보 수집 등 마약 예방 활동 등을 실시 중이다.

경찰청은 "온라인상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글 게시행위를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고 모든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게시자를 신속히 추적·검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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