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노부모부양 붕괴현상, 스스로 생활비 벌어야 생활 가능
‘복지시설 직원에게 성추행’, ‘보험사기’ 치솟는 노인 대상 범죄
국회, 노인복지법 위반행위 가정폭력범죄에 포함 개정안 발의

[뉴스엔뷰] 지난해 65세 고령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서며 인구 고령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화에 노인 대상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고령화에 노인 대상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노인 성폭행, 금융 범죄 치솟아

한국의 노인 차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다. 지난 2021년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연령통합·세대연대 정책포럼에 참석한 김주현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 노인혐오차별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혐오표현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노인혐오 문제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노인혐오가 불러온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노인 범죄 중 성범죄는 최근2017년 657건에서 2021년 791건으로 20%(134건) 증가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90대 노인을 상대로 “몸에 좋은 약이 있다”며 유인한 뒤 성폭행을 범한 사건은 채 한 달도 안 된 일이다. 혼자 사는 중증 치매 노인이 자신을 도와주던 복지시설 직원에게 성추행당하는 일도 있었다. 

변변한 소득 수단이 없는 노인들이 재산 범죄의 가해자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41만 4,778명이었던 재산 범죄자는 32만 9,808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60세 이상의 고령 재산 범죄자는 4만 9,502명에서 6만 1,244명으로 뛰었다.

최근에는 한 보험설계사가 금융 지식에 어두운 노인들에게 접근해 보험 등 금융 업무를 관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모두 69개의 보험에 강제로 가입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보험 상품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면서 각 보험 계약 건마다 지급되는 모집 수당을 챙겼다. 

정년퇴직하거나 신체 능력 저하로 근로 소득이 줄어든 노인에게 접근해 “재산을 불려주겠다”며 유혹하기도 한다. 특히 코인 등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적은 노력에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넘어가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복지부 “노인 학대 신고 건수 31% 증가”

최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노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 노인복지법 위반행위를 가정폭력범죄에 포함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얼마 전 노인복지법 위반죄도 가정폭력범죄로 본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온 만큼, 이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정폭력범죄는 가정 구성원(배우자, 직계존비속, 동거 친족 등)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범죄로 인한 가정보호사건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보호명령 및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의 위반행위는 가정폭력범죄에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아 노인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미비해 사회적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노인 대상 폭행·상해 사건이 유독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5,188건에서 2022년 6,807건으로 약 31% 증가했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폭행 검거 건수는 2018년 1,568건에서 2022년 2,118건으로, 같은 시기 존속상해 검거 건수는 384건에서 417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인 노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가정 구성원 사이에서 노인학대는 은폐, 재발 또는 보복으로 피해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서 가해자에게 퇴거나 접근금지 등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전에는 가해자가 주거지에서 자신에게 잔소리했다는 이유로 노모를 폭행한 사건 관련 노인복지법 위반죄도 가정폭력범죄로 보고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노인복지법 위반죄는 노인에 대한 폭행·상해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형법상 폭행·상해죄와 달리 노인복지법 위반죄만 가정폭력범죄에서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노인 대상 복지서비스 체계를 재점검하고, 범죄 피해 예방 교육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사진/뉴시스)

부정적 인식이 낳은 노인 범죄, 해결책은? 

경찰청 범죄 피해 통계에 따르면 61세 이상 범죄 피해자 건수는 ▲2017년 14만 5,485건(12.6%) ▲2018년 15만 7,314건(13.7%) ▲2019년 17만 5,199건(14.7%) ▲2020년 17만 6,621건(14.7%) ▲2021년 16만 488건(15.7%)으로 매년 늘어났다. 고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인식변화, 세대 간 갈등, 부양 부담 증가 등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현상이 커지며 노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노인혐오 역시 문제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의 ‘고령사회의 노인혐오’의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약 30년 동안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노인비율(65세 이상)과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태도나 존경이 줄어든다. 조사 보고서는 또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 및 도시화로 핵가족화, 전통적 노부모부양체계의 붕괴현상을 겪으면서 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제공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얼마 전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청년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이와 똑같이 투표하느냐”고 발언한 뒤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며 노인 혐오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큰 반발을 불렀으나 그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다 문제가 커지자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 

노인 비하 발언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노인회가 제기해 온 임플란트와 인공 눈물 등 관련 법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국민의힘은 전국 경로당에 냉방비 10만 원씩을 일괄 지급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노인 혐오와 관련된 이슈를 표심으로 바꾸는 데 애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이 성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인 대상 복지서비스 체계를 재점검하고, 범죄 피해 예방 교육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무엇보다 노인보호 전문기관에서 돌봄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노인학대 예방 교육 등을 의무화하고, 경찰이나 지자체에서도 노인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때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는 등 초동 대응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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