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법개정안, ‘미래대비’ 유자녀가구 배려 확대
혼인비용 공제 3억?, 2억 이상 증여가능 가구 13.2%
‘부모에게 증여받는 것 지원’보다 ‘실질적 지원’ 필요
실질적 지원…신혼 주택담보대출과 대출 한도 확대

[뉴스엔뷰] 해묵은 싱글세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을 두고 1인 가구들의 볼멘 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신혼부부에 대한 증여 공제, 자녀장려금 대상 확대 등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장려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출생아 수는 26만명대로 더 내려갔고, 아기 엄마의 평균 출산연령은 33.4세로 더 늦어졌다.  사진 /  뉴시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출생아 수는 26만명대로 더 내려갔고, 아기 엄마의 평균 출산연령은 33.4세로 더 늦어졌다.  사진 /  뉴시스 

 

긴축 속 선택과 집중

2023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기재부는 "지난해에 이어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경제활력 제고, 민생안정 및 인구-지역 위기 등 미래대비를 위한 당면과제를 중점으로 추진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개정된 세법의 핵심 목표는 경제 활력 제고, 민생경제 회복, 미래 대비, 납세형평 제고 등 4가지다.

세법개정안에는 인구 장려에 혜택이 집중되었다는 평가다. 합계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혼인율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혼인율과 출산율은 현재와 미래의 생산가능연령인구와 직접 연결되는 수치이니만큼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문제다.

혼인가구와 유자녀가구에게 집중된 혜택 속에 싱글족이라 불리는 비혼주의 1인 가구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매년 연말 정산 시즌 인적공제(부양가족 수에 따른 소득세 공제)를 받지 못하는 1인 소득자들이 상대적으로 실효 세율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싱글세라 부르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 유사한 해석이다.

더욱이 최근 20~50대를 대상으로 비혼과 저출산을 주제로 시행한 한 설문에서 싱글세 또는 미자녀세 도입에 대해 21%가 찬성한 것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서 1인 가구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비혼 청년들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증여세 없이 3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영역은 인구 및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대비 분야다. 혼인가구와 유자녀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혜택이 확대됐다. 먼저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해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했다. 내년 11일부터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부부합산 3억원까지 공제된다. 현행 부부합산 1억원에서 각각 1억원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혼인을 하는 신혼 부부는 부모 등으로부터 3억원까지는 세금 없이 증여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공제 한도는 2014년에 정했다. 정부는 110년간 물가 및 소득 상승과 전셋집 마련 등 결혼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해 '혼인 공제'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결혼 이후 주거 안정, 결혼 비용 등의 부담으로 결혼을 회피하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을 장려할 목적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제로 증여한 재산의 사용처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결혼식 비용이나 주거 비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각자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재혼의 경우에도 공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가 혼인장려에 적극 나선 것은 그간 결혼율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혼인 적령기로 여겨지는 306627,045명 중 42.5%2815,227명이 결혼하지 않았다. 불과 5년 전인 201536.3%였던 미혼인구 비율이 6%p 이상 상승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기간 등을 감안하더라도 혼인하지 않는 청년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청년세대 갈라치기

정부의 혼인공제에 대해서는 예비부부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혼인공제 신설 발표 이후, 청년층이 대거 모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3억원을 지원할 부모님을 둔 사람이 흔한가’ ‘결혼자금으로 3억 증여라니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등의 자조적인 반응이 다수 게시됐다. 혼인공제는 결국 부모세대의 경제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예비 부부들은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을 지원하는 혜택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거안정을 위한 초기 자본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나 신혼부부 대출 한도를 확대해주는 것이 새롭게 출발하는 신혼부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 역시 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혼인 공제의 혜택은 가구자산 13%에게 집중된다. 장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결혼할 가능성이 있는 5060세대 중 2억원 이상을 증여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가진 가구는 전체의 13.2%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혼인공제 확대에 대해 "또 초부자감세"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3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이번에도 초부자 특권 감세를 또 들고 나왔다. 정권이 집착하는 재정정책의 역주행을 이제 제발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증여를 못 받아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방안으로 혜택 볼 계층은 극히 적다""많은 청년에게 상실감, 소외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절벽, 적극 대처

정부가 신혼부부 지원에 집중하는 것은 초저출생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출생아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1인 가구 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약 720만으로 이중 청년층도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혼인 장려 공제를 통해 혼인가구를 늘려, 출산 가능 가구의 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산과 양육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세제 해택을 적용한다. 출산 및 보육수당의 비과세 한도가 늘어났고, 0~6세 영유아 의료비의 경우 공제 한도를 아예 없앴다.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자에만 제공되던 산후조리비용 관련 의료비 세액공제도 소득 기준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했다.

청년층을 위한 지원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청년도약계좌의 가입 요건을 완화해 청년층의 안정적 자립을 도울 계획이다. 다만 청년도약계좌의 조건에서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30대 중후반 미혼 청년들은 여전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존 청년도약계좌는 연소득 7500만원 이하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만 1934(병역이행 기간 최대 6년 제외) 청년이다. 정부는 해당 조건에 속하는 청년 중 육아휴직급여(비과세 소득)만 있는 경우는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2024~20285년 동안 세수가 4719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세수 감소 효과인 131000억원의 3.6% 수준이다.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7546억원 줄지만, 2025년과 2026년에는 전년보다 각각 1778억원, 241억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어 2027년에는 다시 전년보다 269억원 감소했다가 2028년 이후에는 1077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세수 감소 효과 4719억원을 계층별로 보면 서민·중산층(전체근로자 평균임금의 200% 이하·총급여 7800만원 이하)6302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소득자 710억원, 중소기업 425억원, 대기업 69억원이다. 외국인·비거주자·공익법인 등 기타 계층 세금은 2787억원 늘어난다. 정부는 세수 감소 대부분이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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