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흡연 등 공동주택 민원 ‘심각’
폭행·협박성 쪽지 보복, 얼그러진 ‘이웃’

[뉴스엔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특히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된 이웃을 두고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이라며 이웃사촌이라 부르는 문화는 우리 공동체의 전통적 특성이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지난 22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 장면. 사진 / 뉴시스
지난 22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 장면. 사진 / 뉴시스

최근 공동주택(아파트) 거주민 간 갈등은 사건으로 보도될 만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온라인 상에는 층간소음 보복용’, ‘층간소음 종결자등의 키워드로 광고를 하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웃간 갈등에 법적 문제를 피해 보복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흡연 둘러싼 힘겨루기

층간흡연은 피해자의 고통에 적반하장태도를 보이는 흡연자로 인한 2차 피해, 피해자의 보복 실행 등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아랫집 흡연충 박멸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작성자는 아랫집 거주자에게 집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자 바닥에 진동 안마기를 작동시켜 소음으로 응징했다.

이 작성자는 이사 온 지 1, 아랫집 베란다에서 흡연하는 아저씨가 있다. 밥 먹을 때도 담배 냄새, 아이들 방에도 담배 냄새, 참고 참다 내려갔더니 담배는 국가에서 파는 거니까 국가에 따져라. 내 집에서 내가 피우니까 (당신이) 문 닫고 살아라. 그럼 내가 밖에 나가서 피워야 되냐×라이인 걸 확인 후 응징 시작한다고 밝혔다.

게시글에는 바구니에 담긴 진동 안마건사진이 함께 담겨있다. 그는 폭력으로 (맞대응) 하면 후폭풍이 감당 안 되니 담배 냄새나면 바구니 속 안마기 틀고 나갔다 온다면서 “(안마기를 바닥에 대고 작동시키면) 온 바닥이 덜덜덜덜, 두번 했는데 일주일간 담배 냄새가 없다고 전했다.

남자 여자 안 가리고 팹니다.” 흡연자를 향한 공개 경고문은 점점 내용의 수준이 험악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흡연 경고문에는 폭행을 예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고문에는 남의 집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 걸리면 신고 X. 팹니다. 담배꽁초에 립스틱 묻어서 여자인 거 압니다. 여자도 패요라고 적혀 있다.

실내 금연 조치가 시행된 이후 공동주택 내 흡연은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단지 내 흡연 역시 지정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겨울철, 장마철 등 실외 활동에 어려움이 생기는 날씨, 심야 등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공동주택 내에서 흡연을 하는 일부 주민으로 인한 층간 흡연피해 호소가 증가한다.

문제는 층간 흡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복도나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같이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집 안에서의 흡연은 중단을 권고할 수 있을 뿐, 강하게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아파트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금연아파트를 지정하기도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면 단지 전체가 금연구역이 되기 때문에 흡연자들의 흡연권보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내 머릿 속에 쿵쿵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신고건이 상대적으로 많다. 층간소음은 그로 인한 갈등이 다툼의 수준을 넘어 폭행, 상해, 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상당한 사회 문제다. 층간소음에 대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령, 소음진동관리법, 공동주택 층간소음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등 문제 해결을 위한 기준과 분쟁 해결 기구 등 제도 마련 등의 노력이 계속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층간소음을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소음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에는 손해를 입증하는 자료를 피해자측이 마련해야한다는 데서 부담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법원이 소음 피해를 입증한 경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수긍이 가능할 만한 판결을 내리는 분위기다. 공동주택 관련 커뮤니티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요령이나 방법을 공유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1년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21년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공동주택은 층간, 벽간 소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구조상 근원지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층간소음 발생지를 오해해 위층 여성들을 괴롭힌 60대 여성이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광주 서구 한 아파트에서 윗집 주민인 20대 여성 2명을 괴롭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성은 위층에서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한 소음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4차례에 걸쳐 윗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문을 열고 나온 피해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위협을 가했다. 문제의 소음은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낸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기간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 더 이상 주거지로 찾아가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갈등관리가 필요한 때

이웃주민 간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에 이웃 갈등 조정 교육을 실시해 공동체 스스로 해결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광주 광산구는 올해로 5번째 이웃 갈등 조정 교육을 실시했다. 광산구가 실시하는 이웃 갈등 조정가 양성 교육은 지난 광산형 이웃 갈등 자치 조정 시스템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실시 중이다. 층간소음·주차·흡연 문제 등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웃 갈등을 주민 스스로 예방 및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층간 소음 보복용 제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검토를 진행한다. 환경부는 23일 층간소음 보복용 제품 판매 현황을 조사하고 관리가 필요한지, 또 이를 관리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토대상은 천장 부착형 블루투스 스피커등 온라인 상에 층간소음 종결자라는 광고문구로 홍보되고 있는 제품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층간소음 보복용 제품이나 관련 광고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실태를 확인하는 단계다. 해당 제품들은 사용시 법률상 층간 소음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걸고 관련 사례를 홍보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실태조사로 관리 필요성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차원에서 시작한 연구"라면서 "보복용 제품이 층간소음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가능한지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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