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 교육계 ‘침통’
떠나는 교사들 “교권 하락? 공교육 무너졌다”

[뉴스엔뷰]새학기가 되면 올해는 또 어떤 아이를 만날지 두려워져요. 해가 갈수록 기대보단 공포가 커집니다.” 8년차 초등학교 교사 A(38)는 학교 현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초등교사를 꿈꿨고, 꿈같은 임용고시 합격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지만 이제는 한계라는 판단에서다.

교권 사망 시대

해마다 600여명의 교사가 학교를 떠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교육부의 전국 국공립 초중교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1(20223~20234)5년차 미만 퇴직 교사는 589명이었다. 이는 전년(20213~20222) 303명의 곱절에 가까운 수다. 근속기간과 무관하게 퇴직한 전체 교사 수는 12,003명으로 해마가 증가하는 추세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학교 앞.  사진 / 뉴시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학교 앞.  사진 / 뉴시스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는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올해 스승의 날을 기념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교총에 따르면 동일 설문을 시작한 2006년 이 문항의 만족도는 67.8%였다.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A씨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학생과의 관계에서 받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다. 교총 설문에서 교사들은 교직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를 들었다.

교사들의 업무 피로도 원인으로 수업 외적인 행정 업무, 교사 집단 내의 상하규율 등 교육과 무관한 요소들이 지적 받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를 어려움으로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8.2%에 그쳤다.

죽음으로 전한 고통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교사가 받는 정신적 부담은 그간 전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1학년 담임교사 A, 학생에게 당한 폭행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서울 양천구의 6학년 담임교사 B, 학생에게 당한 폭행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야했던 인천의 특수학급 담당 교사 C씨 등 최근 한달 새 크게 알려진 사건만 해도 서울 및 수도권만 3건이다.

일선 교사들은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나 폭행이 아닌 폭언 등까지 포함하면 지금도 학교 현장 곳곳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교사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교총이 확보한 교육부 자료 안에서도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7~2022년까지 6년 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혀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받은 건수는 1249건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분상해죄’, ‘명퇴도우미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소위 갑질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다.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받는 경우는 그나마 좀 더 사안이 심각한 경우일 때다. 욕설 등은 일상이고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교총 설문에서 교사들이 답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이유에는 초등 학생인 아이에게 목소리를 엄하게 해 아동학대’, ‘초등학생인 아이를 보며 한숨을 쉬어 정서학대’, ‘받아쓰기를 진행해 초등학생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졌다등의 사례가 전해졌다. 교총에 소송 보조금(교권옹호기금) 지급을 신청한 교사들의 교권 침해소송 87건 중 절반에 달하는 44건이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 사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권침해, 총력대응

서초구 1학년 담임이었던 A교사의 사망 이유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온라인 상에서 나돌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정 정치인 등이 해당 학생의 가족으로 지목되어 해명하는 등 이 사건으로 인한 논란과 우려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온라인 상 제기된 주장에 대해 A교사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을 설득하는 데는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교육계는 해당 사건에 대해 교권 침해여부 및 학교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교권 침해)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교총 역시 같은 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침해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총력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A교사의 유족은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새내기 교사에게 초1 담임을 줬다는 것 자체가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학부모와 학생으로 인한 교사의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방지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교사의 피해가 발생해도 학부모 민원 등을 염려하여 학교장이 전적으로 피해 교사의 편에 서기 어렵고, 가해자가 학부모인 경우에는 처분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 발생시 지원에 관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가 근무하던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는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전해진 수백개의 추모 화환과 추모메시지가 벽에 가득히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 사건과 관련 학생 인권만 너무 강조하다보니 교사들이 위축된다. 교권을 보호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21~23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사망한 A교사의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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