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마약사범 481명, 5년 새 3배 이상 증가
비행기서 난동 부린 10대, 필로폰 양성 ‘충격’
호기심 많은 청소년, 비대면 거래 노출 ‘위기’

[뉴스엔뷰]우리나라 청소년 마약사범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마약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는 문제이니만큼 미성숙한 10대 청소년까지 손을 뻗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은 올 연말까지 250일간 마약퇴치운동본부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하는 'NO EXIT' 온라인 캠페인의 첫번째 릴레이 주자인 배우 최불암 씨.  사진 / 경찰청
경찰청은 올 연말까지 250일간 마약퇴치운동본부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하는 'NO EXIT' 온라인 캠페인의 첫번째 릴레이 주자인 배우 최불암 씨.  사진 / 경찰청

5년 새 3배 껑충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는 5일 국내외 마약류 범죄를 분석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했다. ‘마약류 범죄백서는 국내에서 단일 범죄군을 대상으로 발간하는 유일한 백서로 1990년부터 매년 1회 발간하고, 국내외 마약류범죄의 현황 파악 및 정책 수립 자료로 활용한다.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이 2018(12613) 대비 45.8% 늘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젊은 층의 마약 문제는 조사 결과로 확인되었다.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이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이 중 10대는 2018143명에서 2022481명으로 늘었다. 5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다치다.

마약류사범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위험 요소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은 10,988명이다.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41.7%로 절반이하였던 20185,257명에서 109% 급증한 수다. 마약류 압수량도 2018415kg에서 지난해 804.5kg으로 93.8% 증가했다.

젊은 층의 마약사범 증가는 마약류 접근이 쉬워진 영향이 크다. 밀수업자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퍼지거나 클럽 등 특정 장소에서 마약을 접하던 과거와 달리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탓이다. 2022년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다크웹 내 주요 거래사이트 모니터링 결과 거래 중 91%가 마약류 거래였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는 가상화폐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익명성이 더 커졌다. SNS, 다크웹에 게시된 마약류 판매광고를 접한 구매자가 구매 의향을 전하면 가상화폐로 대금을 받고, 시간차를 두고 거래하는 던지기방식의 매매가 증가했다. 인터넷 마약류 유통조직은 총책, 관리책, ‘드라퍼등 각자 역할을 분담한 점조직 형태라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비행기서 무슨 일이

10대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소통이나 물품 구매에 익숙한 세대다. 온라인 구매에 능숙한데다 구매자의 정보가 은폐된다는 점에서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는 청소년이 구매 부담을 과거보다 덜 느끼게 되면서 청소년 마약사범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약류 약품이 특별한 효능이 있는 약처럼 퍼지는 경우도 있다. ‘나비약이라고 불렸던 디에타민이 대표적이다. ‘거식증을 옹호한다는 의미를 가진 커뮤니티 프로아나를 통해 퍼진 것으로 알려진 디에타민은 극단적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청소년들이 더 이상 체중이 줄지 않을 때, 불법 구매하는 방식으로 접하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마약을 처음 접하고 국내로 유입되는 청소년도 문제다. 지난달 비행중인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한 10대 승객이 비상문을 강제로 열려는 소동을 벌여 구속됐다. 이 청소년은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필리핀 세부에서 탑승한 이 청소년은 비행기 탑승 이틀 전, 세부 현지 호텔에서 현지인 6명과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싹부터 미리 싹둑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의 급증은 마약청정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에서 충격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적극적이고 빠른 개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30세대의 마약 문제,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지방검찰청은 맞춤형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4일 인천지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 마약을 투약한 10대 청소년은 202043, 202147, 20227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1~4)도 벌써 20명의 청소년이 마약을 투약해 입건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인천에서 마약을 투약해 입건된 청소년은 12명이었다.

인천지검은 청소년들의 마약 투약 재범을 막기 위해 인천보호관찰소·인천참사랑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청소년 마약류 투약 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하면서도 치료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취지다. 최장 1년간 청소년들에게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NO EXIT 챌린지

마약사범의 증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경찰청이 지난 4월부터 올 연말까지 마약퇴치운동본부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NO EXIT’ 온라인 캠페인에 교육계, 보건계 등 각계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마약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마약 범죄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 대응의 일환이다. 경찰은 마약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 같은 범죄'라고 규정하며 '불퇴전(不退轉)'의 각오로 대응을 선포하는 등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O EXIT' 캠페인은 '우리 사회에서 마약을 퇴출시키자'라는 국민 모두의 의지를 확산시키는 차원의 노력이다.

참여방식은 캠페인 인증 사진을 촬영 후 다음 2명의 주자를 지목해 SNS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목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참여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 이 캠페인에 참여해 10대 마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김포 사우고등학교는 지난 3일 김포교육지원청을 통해 동참했다. 사우고등학교는 출구 없는 미로 NO EXIT, 마약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학생자치회 학생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아침 등굣길 캠페인 활동을 펼친 후,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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