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육 가구 1천 만 넘어 5명에 1명, 시장 4조원 돌파
반려인구 증가 따른 의식 성장 필요 ‘동물N번방’ 등 학대 많아

[뉴스엔뷰]반려의 사전적 정의는 짝이 되는 동무다. 배우자에게 주로 쓰이던 반려는 지금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동물이 자원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반려인구 천만시대, 그 이면에는 외면할 수 없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SNS 화면 캡처
동물권행동 '카라' SNS 화면 캡처

창문 밖으로 고양이가

조용한 새벽 거리에 하고 둔탁한 소리가 퍼졌다. 소리의 정체는 고양이 2마리, 어디선가 떨어진 고양이가 보도블록 위에서 즉사했다. 27일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445분쯤 김해 내동의 한 길가에 어미와 새끼인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2마리가 죽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고양이가 떨어진 건물의 1층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던 시민 3명이 보도블록 위에 고양이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고양이를 건물 밖으로 던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신고자가 누가 패대기를 친 것처럼고양이가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떨어진 오피스텔 건물 12층에 거주하는 한 입주자가 고양이를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동물권행동 카라는 고양이를 던진 사람을 고발할 계획이다. 카라는 갑자기 ''하는 소리가 나서 보니 (새끼)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진 채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 위를 바라보니 어떤 사람이 창밖에 (다른) 고양이를 들고 있었고 고양이는 다리로 그 사람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면서 그 사람은 손으로 고양이의 다리를 하나하나 떼어내더니 이내 두 손으로 고양이를 아래로 던졌다고 한다""새끼 고양이가 먼저 던져졌고 이후 엄마 고양이로 보이는 고양이까지 바닥에 던져졌다"고 전했다.

반려인구 천만시대

우리나라 반려인구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수는 552, 1262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5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출생아수가 사망자수에 밑돌면서 우리나라 인구가 자연 감소 추세인 것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초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사육)하는 비율은 25.4%. 같은 조사에서 201217.9%였던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201521.8%로 나타나며 20%선을 넘어섰다.

반려인구 수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산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201723332억원에서 해마다 두자리 성장세를 이어가 2027년에는 65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이미 4조원 선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에는 코로나19가 긍정적 영향을 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면서 재택근무 등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마리당 15만원으로 집계됐던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사건은 여전

반려인구의 양적 성장에 비해 의식 성장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충격을 안겼던 동물N번방사건부터 최근 김해 고양이 추락 사건 등 길고양이, 반려견 등 동물 학대 사건이 신문지상에 오르고 있다. 동물권 단체들이 동물학대 사건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며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물 학대 사건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대하는 장면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등 학대 행위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명 고양이 구조대학대 사건이 그것이다. 지난달 진주, 인천 등지에서 길고양이를 학대한 혐의로 고소당한 20대 남성 A씨는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 3건을 촬영하고, 이를 역순으로 올려 고양이 구조대행세를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에 따르면, A씨는 전기공학도 출신으로,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고양이 입에 물리거나 하천에 던져 익사하게 하고, 나뭇가지로 찔러 죽이는 등 고양이를 학대했다.

케어는 "전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매우 잘 아는 자가 전기를 이용해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인 것"이라면서 "학대자가 영상 순서를 의도적으로 거꾸로 올려 감전사 되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구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어떻게 하면 본인의 행위를 감추고 사람들에게 동물의 고통을 보여주며 조회 수를 늘릴 수 있는지 연구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려인구 행세를 하며 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입양한 반려견 18마리를 잔혹한 방법으로 죽인 40B씨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이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4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B씨는 202010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1년 여간 반려견 18마리를 학대하고 죽인 혐의다. 시작은 아내와 함께 기르던 푸들이었다. 이후 반려견 20마리를 입양해 강제로 다량의 물을 먹여 기절시키거나, 정신과 약을 억지로 삼키게 하는 등 반복 학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견 3마리에게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질적 성장 필요한 때

동물권 단체들은 처벌 근거 강화와 더불어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가 자신이 키우던 푸들을 학대한 이유는 가정 불화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 불화로 아내가 키우는 푸들에 증오심이 생겨 범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적 감정의 해소 도구로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동물단체들은 동물학대 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 성과를 거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물의 생명에 대한 인식 제고, 반려동물이 사적 재산이 아닌 가족으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으로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는 보편적 인식과는 상반되는 이면의 사건들이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됐고, 개정된 법이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다. 동물단체들은 실제로 동물 학대 혐의에 대한 처벌이 처벌 상한선에 미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재물손괴죄와 병합되는 사건이 아니면, 동물보호법 위반만으로는 벌금형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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