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사건 등 사회적 고립에 대한 분노 ‘주목’
니트 족·3포 세대 그리고 고립, 청년의 혹독한 현실
국내 ‘은둔 형 외톨이’ 지원센터, 광주 외엔 ‘전무’

[뉴스엔뷰]고립청년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고립청년은 통상 사회적으로 정서적, 신체적인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세대를 의미한다. 최근 또래살인으로 사회를 경악케한 정유정이 고립청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청년층의 고립으로 인한 부작용에 다시금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광주시의회 5층 예결위실에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지원 정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광주시의회)
지난 22일 광주시의회 5층 예결위실에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지원 정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광주시의회

외톨이의 분노

정유정은 호기심해결 목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의 피해자와 정유정이 완전한 타인이었다는 점, 정유정이 과외앱을 활용해 대상을 찾았다는 점 등에서 범행 동기를 찾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경찰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쏟아졌다.

최근 정유정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시급한 해결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유정은 학창시절에도 또래 학생들과 소통이 거의 없는 외톨이였다. 부모의 부재로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것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누적되어 있었다.

대입과 공무원 시험에 연달아 실패한 후, 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범행 전 정유정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게 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화에서 정유정은 내가 큰일을 저지르면 아빠가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사건의 범행 동기와 정유정의 성향에 대해 불우한 성장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 성격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의되지 않은 폭탄

고립 청년의 정의는 다양하다. 타인과 교류하지 않은 고립 기간, 단절 정도, 단절 계기 등 다양한 기준으로 고립청년을 분류하지만, 어떤 집단이 고립청년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이다. 적극적인 사회의 개입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통일된 정의가 마련되지 않았을 정도로 연구가 미진한 영역이다.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고립청년은 타인과의 접촉, 정서적 단절 등 육체적 정서적 또는 물리적으로 타인과 관계망이 단절됐거나 외로움 등의 이유로 최소 6개월 이상 고립상태인 청년을 뜻한다. 은둔청년은 집 안에서만 지내며 6개월 이상 사회와 교류를 차단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는 청년을 일컫는다.

고립청년 수는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당 수 청년이 고립 상태라는 공통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 5~12월 전국 최초로 시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인구는 최대 129,000명이었다.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여 추산하면 약 61만명의 청년이 최소 6개월의 은둔 또는 고립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립청년의 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늘어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34살 처연 가운데 고립 청년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21년 기준 5.0%, 100명 중 5명은 사회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인구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20193.1%에서 2년 새 1.9%p 증가한 수치다.

적극 개입 필요한 때

고립청년 문제는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 각계의 중론이다. 청년들의 고립은 이미 청년무직자를 의미하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와 함께 해결과제로 떠오른 바 있다. 이들 청년무직자에 대해서는 일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의지에 보다 초점이 실려 구직단념자인 프리터족과 동일시되면서 청년층의 이런 선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문제는 청년층의 무직 상태 혹은 실직이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구조 안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구직을 하지 않는 또는 구직하지 못하는 상태의 청년이 생활고와 함께 사회적 고립 상황에 놓이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위협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고립·은둔 청년 현황을 조사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지난 22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정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청년기 선제적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청년들이 지속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향후 고립 중·장년, 노인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커진다""정신건강 악화나 자살률 증가 등 부정적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청년기에 선제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각지대 살핀다

정부는 올해 처음 고립·은둔청년 문제에 적극 대응을 계획했다.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청년의 현황 및 정책수요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올해 6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올해 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청년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책을 강구 중이라면서 내년에는 원스톱 통합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금년에는 우선 자립준비청년 중 고립·은둔 우려가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서울, 경기 등 6개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지우너하고, 내년부터 온·오프라인 도움 창구 운영, 사회관계·일 경험·공동생활 지원 등 특화 프로그램 운영, 사후관리를 포함하는 원스톱 통합서비스 시범사업 추진할 계획이다.

고립청년 문제는 가까운 일본에서 먼저 사회적 과제로 대두된 바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히키코모리문제다. 일본은 지난 2003년 히키코모리에 대해 정의하고, 2010년부터 첫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미국도 고립청년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1년 이상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고용된 적 없는 16~24세 청년들을 단절 청년으로 분류하고, 지원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앞서 지난 4월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은둔형 청소년이 특별지원대상에 포함됐지만, 이미 편성된 예산으로 은둔형외톨이까지 지원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립청년 대응 기관은 작년 4월 운영을 시작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유일하다.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에 따르면, 개소 이후 지난해 말까지 8개월간 308여 명이 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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