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 연기 “봄 놓치면 가을”
부품만 37만개, 기술적 변수 우려 많아
우리 기술로 우주관광, 실현 여부 관심

[뉴스엔뷰]순수 우리 기술로 완성할 우주 관광 시대로의 행보에 잠시 멈춤 신호가 켜졌다. 24일 오후624분으로 예정됐던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 3차 발사가 예정 시각을 2시간여 앞두고 기술적 문제로 일단 연기됐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누리호 발사대 기립 및 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누리호 발사대 기립 및 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하루만 잠시 멈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오후 410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누리호 3차 발사 준비 과정 중 저온 헬륨 공급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며 이날 발사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밸브 자체는 문제가 없어 수동 작동되지만, 밸브 운용 시스템 자체가 자동 운용 모드에 가면 중단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발사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3차 발사를 위해 발사체 추진 기관 구성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을 발견했다. 발사 연기의 원인은 발사체가 아닌 지상 장비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발사체 내부 하드웨어 이상이 아니라 지상 장비의 통신 쪽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누리호의 3차 발사는 이르면 25 다시 추진한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누리호를 최대한 기립 상태로 둔 채 이르면 25일 오후 다시 누리호 발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25일 발사하게 된다면 발사 시각은 종전 계획과 동일한 오후 624분이 될 것이라고 발사 당국은 밝혔다. 오 차관은 "내일 발사가 가능한지 여부는 오늘 시스템 문제 원인 파악 및 해결 여부에 따라 달려 있다""문제가 내일 오전 중 해결된다면 제반 사항을 고려해 발사 가능 여부를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4시간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이달 내에는 발사를 목표로 삼았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애초 발사 예정일인 24일 발사가 무산되면 예비일인 25~31일 중 발사일을 다시 정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항우연은 누리호가 기립 상태를 일주일 정도 유지해도 문제가 없으며, 이미 탑재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비롯한 위성 8기 모두 예비일 기간에 탑재 상태로 있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만 37만개

누리호는 지난해 최초 발사 성공에 이어 이번 3차 발사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민간기업이 최초로 참여해 성공한 로켓 발사, 실용 위성을 처음으로 쏘아 올린 독자 발사체 상용화의 첫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이니만큼 우리 항공우주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3차 발사에 앞서 기술적 변수와 날씨 변수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누리호는 지난해 62차 발사에서 강풍, 센서 이상 등으로 인해 2차례 일정이 연기됐다. 당초 예정됐던 615일엔 기상 악화, 16일엔 산화제 레벨센서 부품 이상이 발생하며 21일에서야 발사에 성공했다.

2차 발사에서 겪은 시행착오의 긍정적 효과로 3차 발사에서는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발표가 없었으나,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발사체를 구성하는 부품이 37만개에 달하는 데다 이 중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성공할 수 없다. 지난 2차 발사에서도 단 1개의 센서 문제로 발사 일정이 1주 가량 미뤄진 바 있다.

지난해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날씨 변수는 염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가 발사되기 위해서 온도는 영하 10에서 영상 35, 지상풍은 평균 풍속 15m, 순간 최대풍속 21m를 넘지 않아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발사대가 있는 전남 고흥의 날씨가 기온 20내외풍속 1~4m/s 수준이다. 강수확률 0~20%, 풍속 1~4m/s, 습도 70~80% 수준으로 번개, 방전 문제에서도 안전한 조건이다.

항우연이 이달 내 발사 계획을 추진하려는 데는 기상조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발사 예비기간을 놓치고 미뤄질 경우, 한여름을 향해가는 날씨가 예상되는 만큼 습도와 강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여름 장마와 폭염을 감안하면, 봄철 발사 계획을 장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을로 미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주관광 실현되나

누리호 발사는 3차 이후에도 세 차례 더 계획되어 있다. 실전으로 불리는 3차 발사 이후에도 발사 계획이 수립된 데는 실제로 우주여행을 실행하기 위해 발사체인 누리호에 대한 신뢰성 향상이 그 의도로 해석된다. 발사체는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번 발사에서 손님역할을 하는 위성을 무사히 우주에 실어나르기 위한 성능을 검증받아야 상용화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를 수차례 반복 발사하며 신뢰성을 높이고, 국산 로켓 발사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할 방침이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를 고도화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해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이 시도하기 어려운 우주 관련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민간은 우주 산업에 주력하며 한국의 우주경제를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이번 3차 발사에 처음 참여했고, 앞으로 계획된 반복발사에는 설계와 운용 등 참여 범위를 넓히며 항우연의 기술을 이전 받게 될 예정이다.

우주항공 관련주 들썩

누리호의 2차 발사 성공과 3차 발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관련 주도 들썩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누리호 2차 발사 체계종합 책임을 맡았던 한국항공우주(KAI) 주가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다음날인 20226223.92% 내렸다. 한국항공우주뿐 아니라 코스피에서 누리호 관련주로 꼽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9.48%), 한화시스템(-8.04%), 한화(-6.15%) 등 한화그룹주, 현대로템(-4.94%), LIG넥스원(-6.55%) 등의 주가도 크게 부진했다. 2차 발사 성공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데는 재료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주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확인됐다. 2차 발사 다음날인 2022622일과 2023523일 주가를 비교해보면 약 11개월 사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7% 상승했다. 현대로템(64.42%)과 한화(22.92%), LIG넥스원(14.31%), 한화시스템(10.11%) 등도 코스피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55% 올랐다.이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59.43%), 인텔리안테크(35.64%) 등이 코스닥 상승률 15.02%를 훌쩍 넘어섰다. 쎄트렉아이(11.11%)와 제노코(6.59%)도 코스닥 지수 추세와 비교하면 부진했으나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1차 발사와 2차 발사 사이에도 주요 우주항공주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났다.

누리호 3차 발사 역시 우주항공 관련주가 소폭 하락하여 마감했다. 발사 연기 발표 시점을 고려하면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상승 재료 소멸의 영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증권가는 장기적으로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누리호를 발사하는 첫 민간 기업으로 이달 들어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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