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5‧18 헌법 전문 수록 공약 올해도 지켜지지 않아
국힘, 계속되는 5‧18 폄훼발언에 솜방망이만 휘둘러
2022교육과정에 5‧18삭제... 역사바로세우기 보다 지우기에 급급

[뉴스엔뷰] 18일 오전 10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5‧18 헌법수록에 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18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5‧18정신 헌법 수록 관련 발언이 나올지 관심사였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관한 일언반구의 말도 없어 광주 시민들을 비롯한 국민의 실망감을 자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5‧18 헌법 수록 입장 표명 회피와 국민의힘 소속 여당 의원들이 광주 5‧18기념식에 대거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인 행보가 위선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5‧18 폄훼 발언을 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약속 이행이 실천되지 않는 한 5‧18 민주화 운동을 대하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는 "표리부동하며 위선적인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국민 비판이 일고 있다. 

5월 18일 오늘은 전두환 정권이 광주에 계엄군을 투입해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지 43년째 되는 날이다. 또한 올해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이 종료된다. 그러나 이번 달만 해도 5‧18 계엄군의 집단 성폭행 사실이 공식 확인됐고, 5‧18 행방불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굴됐다. 

2019년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김순례 전 의원은 "종북좌파가 판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이 만들어져 세금을 축내고 있다", 김진태 전 의원(현 강원도지사)은 "5‧18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 이종명 전 의원은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말하는 등 '5‧18 망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들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징계는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 유예 후 경고조치에 그쳤다. 이종명 전 의원에 대한 제명은 그 처분을 1년 뒤에 의결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하게 했으니, 아예 어떤 징계도 하지 않다가 이적동의서를 발급해 피신을 시켜준 형국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의 '5‧18 망언'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사랑제일교회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발언은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반성이 없이는 역사왜곡만 반복될 뿐

왜 잊을만하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발언과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5‧18 정신 헌법 수록' 등이 미뤄지는 등 역사적 퇴행이 반복되는 걸까? 

극우수구세력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도보수라 지칭하는 일부 지식인들도 오월정신을 폄훼하고 매도하기에 전투적이다. '광주시민과 일부 시민단체 세력의 배타적 피해자 인식과 민주화 투쟁 선민의식'이라며 5‧18정신을 깎아내리고, 저평가하는데 앞장선다. 이는 지난 5월 15일 문화일보의 이용식 주필이 기명 시론에서 언급한 내용의 일부다. 

또한 그는 DJ-오부치 선언을 거론하면서 "피해 당사자가 화해 적임자"라면서 "보복의 악순환을 막아 역사의 진일보를 이루고자 했다"며 그 용서와 화해의 형태로서 박정희‧이승만 동상 건립에 동참하는 것, 정부의 한일관계에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 전두환 유골의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는 것 등을 거론하기까지 한다. 5‧18 영령들과 희생자, 피해자들이 들으면 대성통곡할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전두환 정권 때 자행된 5‧18 참극에 대해 두 전직 대통령이 잠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특사로 풀려난 것 이외에 또 누가 책임을 졌는가? 당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핍박하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가해자를 단 두 명으로 청산될 수 있는 문제였을까? 전두환‧노태우 정권과 합심하고 기생하여 이득을 보고 권력을 누린 극우수구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 등은 여전히 지금도 사회곳곳에서 그 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불명확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에게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누구를 용서하고 누구에게 화해를 요청하라는 것일까? 언어도단이다. 누가 정말 죄인인가?

이번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정책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굴욕외교'라고 바라보는 이유 또한 일맥상통하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독도는 자신들의 것이라고 대한민국이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교과서에 기재하고 국제적인 로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위안부와 강제노동에 관한 과거사까지도 부정하고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모든 것을 덮고 미래만 바라보고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올곧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고 역사교육을 통해 후손들에게 잘못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국민대통합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원망과 배척을 지양하되 가해자와 피해자는 영원히 구분되어야 민주주의와 정의가 존립 가능하다. 정부 여당이 5‧18 정신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의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고 5‧18 헌법 수록을 계속 미룬다면,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처럼 그들은 '정부 여당은 전라도 지역의 득표를 위해 5‧18 광주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진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로드맵 밝혀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그릇된 언행으로 광주는 매번 상처를 입으면서도, 울분을 억누른 채 이들의 광주 방문을 진심으로 대했고, 그 진정성을 믿고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가길 기대했다"며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보수정당 대표 자격으로는 최초로 무릎을 꿇고 사죄했을 때, 5‧18 역사왜곡처벌법과 진상규명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을 때,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을 때를 거론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인물을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했고, 국민의힘은 5‧18 망언으로 악명 높은 김진태 전 의원을 도지사에 공천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은 끈질기게도 역사 왜곡과 망언을 일삼고 있다"며 광주시민과 국민은 역시나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혀야 하며 올해 윤석열 대통령 5‧18 기념사에는 헌법 전문 수록,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이 반드시 담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난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전야제에 당원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난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전야제에 당원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5‧18 폄훼한 자 엄정 조치, 헌법 전문 수록 약속 지켜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지난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정부여당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 관심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5‧18 폄훼 발언을 한 정부여당 측 인사들에 대해서 엄정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던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이것을 이제 지킬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주를 방문했다. 퇴임 이후 첫 광주 방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5‧18 묘역을 참배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5‧18 민주정신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고 썼다. 참배를 마친 뒤에는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민주주의가 흔들리면 5‧18 민주정신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며 "재임 중에 헌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의식이 바로서지 않으면 '5‧18은 북한군의 폭동이었다'라는 이종명 전 의원의 망언을 100년 뒤에도 여전히 듣게 될지도 모른다. '피해자에게만 강요하는 용서와 화해는 역사왜곡을 더욱 부추길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의의 퇴행'을 불러일으킨다. 역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국민 중 누구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빛과 진실, 정의가 어둠에 가려진 채 살아가는 국민들만 남게 된다면 민주주의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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