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패한 '한강르네상스'정책 '재탕' 여론 높아
수상 산책로, 보행교 등 개발 '경제·환경' 고려해야
제 2세종문화회관 부지 변경 타당성·주민 의견은

[뉴스엔뷰]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실현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을 둘러싼 쟁점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진단했다. 

너머서울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빵점, 오세훈 서울링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너머서울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빵점, 오세훈 서울링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월 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잠실과 뚝섬을 잇는 곤돌라 설치와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은 물론 수상활동 거점으로 권역별 마리나 조성, 도심항공교통(UAM) 구축, 런던 아이를 본뜬 서울링,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등 모두 55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33·34대 서울시장 재임(2006~2011년) 당시 내놓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성격과 많이 흡사하다. 실제로 이번 계획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포함됐던 수상관광 콜택시 활성화나 서해뱃길 복원을 위한 여의도 서울항 구축 사업도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그 당시에도 대부분의 사업이 예산 낭비, 민영화 자본 유입으로 인한 비싼 이용료, 자연 친화적이지 못한 건축물 등 비판 여론이 확산돼 좌초된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링이 1999년 설립된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국가 상징 건축물을 짓기 위해 낸 설계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 '천년의 문'을 표절했다는 문제 제기까지 더해지면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성급한 '재탕'사업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11일 국회도서관에서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서울 영등포갑)은 서울시의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사업을 발표한 이후 사업 졸속 추진, 혈세낭비, 사업성 부족, 환경파괴, 사회적 합의 부족 등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사업 내용을 분석하고 한강의 친환경적 개발과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되었다며 개최 의의를 밝혔다.  

김영주 부의장은 "서울시민의 공공재인 한강을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지만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사업은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대흐름에 크게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문래동에 건립예정이었던 제2 세종문화회관 부지를 여의도 공원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부지 변경에 대해서 어떠한 주민의견 수렴도 없었다며 제2 세종문화회관 부지 변경의 절차적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통해 경제성· 환경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사업을 다방면으로 점검하고, 한강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패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진선미 기자
지난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패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진선미 기자

▪10년 전 한강르네상스 산업에 천문학적 혈세 낭비...데자뷰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서면축사를 통해 "10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프로젝트 1기 사업'을 추진하며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했다"며, "충분한 사전 검토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전시성 토건 사업으로 한강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가 한강이 지닌 공공성을 살리기보다는 한강변 주변 개발을 통해 특정 소수에게만 이익을 돌려주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한강의 주인인 모든 시민께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호 국회의원은 "자연생태계를 훼손하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추진은 서울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환경과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업추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이 발제했다.  

발제로 나선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 실패했던 한강르네상스에 대한 명시적 승계이자 한강개발계획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 하다고 비판했다. 

한강 개발에 대해 ▲마스터플랜 수립 및 관리계획 수립 법제화 ▲권역별 공청회 개최 의무화 ▲한강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중앙정부차원의 계획수립 및 시민 참여보장 ▲ (한강)공공개발사업에 따른 불로소득의 환수장치 마련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한강의 미래전망을 조망하는 공론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한강크루즈 및 서울항 사업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2010년 여의도를 국제무역항으로 지정했으나 실제로는 경제성 부족으로 추진했고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이용객이 급감해 단체 관광 수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문래동 건립 확정된 제2 세종문회회관, 무리하게 여의도로 강행... 서울시 지역 균등 발전에 도움 되지 않아  

다음 토론에 나선 김정태 전 서울시의원은 "제2 세종문화회관은 10년간 타당성 조사, 중앙정부의 투자심사, 공유재산심의 등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중장기 재정투자 계획까지 확정한 사업인데 오세훈 시장과 최호권 영등포 구청장이 모든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공약을 엎었다"며 "제2 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공원으로 이전하면 여의도공원의 전통 소나무 5 천여 그루를 베어내는 등 공원 녹지를 훼손할 수밖에 없고, 기존 문래동 부지보다 건축비 등이 2 배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친환경 도시개발에 역행하는 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규원 한겨레 21 선임기자는 "서울항, 용산정비창 개발 등 오세훈 시장이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것은 한강 관련 사업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만드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한강과 도시개발에 있어 공공성이나 평등,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 가치를 보여주는 진보적인 개발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직면했던 예산 조달의 문제, 민간 자본 유치로 인한 이용 가격 상승의 문제, 콘크리트 건물들의 증가로 인한 한강 주변의 생태학적 악영향의 문제, 제2세종문화회관의 무리한 여의도 이전 추진으로 인한 서울균형발전을 저해하는 문제 등 서울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기 막대한 자원이 들어가는 투자금을 제외하고라도 곤돌라와 서울링과 같이 높은 유지비가 지속적으로 소요되는 건물과 설치기구 등에 대한 이익구조와 안정적인 예산 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가 아직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유럽출장을 떠난 오세훈 시장은 한강 횡단 곤돌라의 벤치마킹으로 제시된 런던의 ISF 클라우드를 탑승하려 했지만, 강풍이 불며 운행이 멈춰서 탑승 계획이 무산됐다. 김영주 부의장은 이러한 사실을 거론하며 "바람이 심하게 불면 운행을 자주 중단해야 하고, 비싼 티켓값으로 이용자가 적으면서 적자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출장을 통해 오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했다"며 "서울시 내부에서조차 곤돌라와 서울링 추진은 제외시켜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주장했다. 

비판적인 여론을 무시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규모와 한강 주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지도 아래 서울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서울시민을 비롯한 여러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누구든 다음에 선출될 시장 또한 계획을 이어 받아서 수정과 보완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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