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의 첨단’ 인플루언서들의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없는 2박 3일, “없기에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바로 앞의 상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뉴스엔뷰]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이 지난달 30일 전남 장흥을 찾았다. 서울 용산역에서 만나 광주 송정역을 거쳐 장흥까지 4시간 남짓 KTX, 차량을 갈아탔다.

아침 9시에 출발해 장흥에 도착한 시간 오후 1시가 넘었다. 인플루언서마다 생활습관이 다르지만 대개 인플루언서들은 밤에 일하고 새벽녘이 돼야 잠이 든다.

산림치유 선생님들이 숲으로 인플루언서들을 이끌었고 그늘과 볕이 어우러진 자리를 찾아 스마트폰이 없는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맨발걷기.  사진 / 편집국
산림치유 선생님들이 숲으로 인플루언서들을 이끌었고 그늘과 볕이 어우러진 자리를 찾아 스마트폰이 없는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맨발걷기.  사진 / 편집국

한 인플루언서는 늘어진 다크서클을 감추지 못하며 "어제 한숨 못잤다. 못일어날까봐..."라고 느릿하게 말했다.

장흥에 도착해 처음 찾은 곳은 장흥의 삼합을 파는 식당. 장흥의 삼합은 새조개 관자, 낙지, 돼지고기가 어우러졌다. 널찍한 뚝배기에 돼지고기와 채소 위에 관자와 낙지가 올랐다. 낙지와 관자는 날것 그대로 먹으면서 익히고 아래 놓이 돼지고기가 익으면 양념과 함께 뚝배기에서 볶아졌다.

외국 인플루언서들도 장흥 삼합을 즐겼다. 크리스틴은 뚝배기에 눌어붙은 마지막 볶음밥을 긁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물론 뚝배기 위에서 꿈틀거리는 산낙지에 손이 바쁜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인플루언서들이었다.

인플루언서들은 장흥의 맛에 헤어나오지 못한 체 '편백숲 우드랜드'로 발길을 돌렸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수령 60년이 넘은 편백숲 원시림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우드랜드에서 도착한 인플루언서 가운데 일부는 멋진 풍광을 즐길 새도 없이 부산해졌다. 바로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스마트폰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사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모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인지를 시킨 일이지만 막상 '스마트폰'을 제출해야 하는 때가 되자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연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인플루언서들도 설마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이야...’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불안이 내비치자 산림치유 선생님들이 나섰다. 숲으로 인플루언서들을 이끌고 그늘과 볕이 어우러진 자리를 찾아 스마트폰이 없는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부드러운 싱잉볼(명상용 좌종)의 울림에 인플루언서들은 여러 생각으로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여기서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이름을 정했다. , 나무, 까마귀, 파도소리 등등 새 이름을 서로 부르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이른 저녁을 먹고 인플루언서들은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다. 서로 나눠 가진 희미한 LED촛불에 기대 어두운 숲길을 걸었다. 밤하늘 별이 보이는 곳에 이른 인플루언서들은 바닥에 몸을 누였다.

한참을 말없이 '밤하늘, '을 올려다볼 때 바람소리와 서로의 숨소리가 엇갈리며 어두운 밤 혼자가 아니라 사실에 안도해 했다. 그렇게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없었던 무수한 별빛과 함게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디지털 디톡스'를 마친 인플루언서들에게 가장 기억나는 장면을 물었을 때 '밤하늘과 별'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가수 송하연은 숲 안에서 동그랗게 모여 잠시 드러누워 본 시간이 오롯이 달빛과 별빛이 가득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인플루언서들의 '스마트폰 없는 하루'가 저물었다.

숏폼으로 더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하던 일이라는 핑계에 거부감 적어

인플루언서들은 사실 디지털 기기 사용의 첨단에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온라인 이슈와 자신에 대한 평가에 민감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온라인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모세는 "멍하니 빠지는 숏폼에 시간이 훌쩍 지난다""한두시간이 아니라 몇 시간씩 삭제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모세는 "트렌드를 본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죄책감도 없이 더욱 빠져든다"고 말했다.

나무에 연결된 줄에 매달린 채 오랜 도시 생활에 습관이 돼버린 바쁜 걸음, 바쁜 숨, 바쁜 마음을 달랬다. 나무에 오르며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나무에 몸을 맡겼다.   사진 / 편집국
나무에 연결된 줄에 매달린 채 오랜 도시 생활에 습관이 돼버린 바쁜 걸음, 바쁜 숨, 바쁜 마음을 달랬다. 나무에 오르며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나무에 몸을 맡겼다.   사진 / 편집국

이관희는 "하는 일이 핑곗거리가 되다 보니 더욱 쉽게 빠지고 이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해가 뜨고 있다""지나고 나면 , 또시간이 이렇게..’라는 생각을 하지만 또 어느새 멍하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 인플루언서들은 만다라를 그렸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색과 같은 돌멩이, , 잎사귀 등을 찾아 만다라를 만들었다. 만다라는 옛 인도 고승들이 고운 모래에 색을 입혀 정성스럽게 그리고는 물에 흘려보냈다고 한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만든 만다라를 다시 자연에 날려 보냈다.

인플루언서들은 날려 보낸 만다라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장흥 편백숲에서 가장 큰 나무를 찾았다. 가장 큰 나무는 편백나무가 아니라 참나무였다. 참나무에 줄을 걸고 나무에 올랐다(트리클라이밍). 나무에 연결된 줄에 매달린 채 오랜 도시 생활에 습관이 돼버린 바쁜 걸음, 바쁜 숨, 바쁜 마음을 달랬다. 나무에 오르며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나무에 몸을 맡겼다.

가수 타루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의 돼 설랬다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의 어떤 게 표출되며 내게 숨 쉴 틈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인플루언서들이 와인 한잔을 앞에 두고 모였다. 소곤소곤한 말 속에서 이들은 조용한 대화를 나눴다. 옛이야기,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이야기, 불안한 내일 이야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짓다가 어느새 서로 포옹하며 온기를 나누기도 했다.

웹툰 작가 양경수는 "한 자리에 있어도 눈앞에 상대보다 스마트폰을 보며 멀리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바빴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비로소 눈앞에, 내 옆에 누군가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BL ASMR 장현지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실현이 잘 안됐다없기 때문에 더 많은 걸 할 수 있구나하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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