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간호법 제정 국민 요구에 화답해야 할 때

[뉴스엔뷰]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의 즉각적인 공포를 촉구하는 대한간호협회 대표자들의 철야 단식이 16일 현재 8일차를 맞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은 서울시 중구 쌍림동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에 설치된 단식장에서 철야 단식 돌입을 선포했다.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국제 간호사의 날인 5월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집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대통령 공포(公布)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국제 간호사의 날인 5월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집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대통령 공포(公布)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후 단식 4일째인 지난 12일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은 단식 중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병원으로 긴급하게 옮겨졌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이후 철야 단식은 간호협회 시도간호사회 및 산하단체 회장과 중앙회 임원들이 계속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제51회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서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 간호대학 학생 등 주최 측 추산 10만 여 명이 참석한 전국 결의대회가 개최돼 간호법 공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간호법 공포 촉구 철야 단식 계속 중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이 목전에 임박한 가운데 간호계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5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협회 등록 회원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인원 10만5,191명(14일 자정 기준) 중 10만3,743명(98.6%)이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번 의견조사 결과에 따라 대한간호협회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계가 ‘단체행동’에 나설 전망이라고 천명했다.  다만 간호협회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돼도 의사협회와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대한민국 모든 간호사들이 압도적으로 적극적인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며 “국민 건강권과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의 명운이 달린 간호법 공포를 두고, 간호사들이 적극 행동에 나서기를 결심한 만큼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그에 따른 적극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15일 말했다.

간호협회는 또한 당정협의 결과, 15일 보건복지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기로 했다는 발표에 대해서 “지금까지 간호법 반대단체가 주장했던 가짜뉴스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어떻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을 이끌어갈 정부가 이처럼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근거하여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는지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대한간호협회 회원 98.6% "적극적인 단체행동 필요"  

이에 앞서 정치권도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섰던 대한간호협회 회장단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과 간호계 대표들은 지난 5월 9일부터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3일차인 지난 1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방문과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의 방문 등 여야 주요 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위한 철야단식장을 방문해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여야 정치인 들. (사진 :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여야 정치인 들. (사진 : 대한간호협회)

지난 5월 11일 오후 5시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 철야단식장에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방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해주시고 저희와 협의해 좋은 방법을 찾으셨으면 한다”며 “간호사님들의 노고를 알고 있으며, 정부차원에서도 도와드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서는 사실과 달리 간호사와 간호법을 너무 나쁘게 말하고 있다. 정치쪽에서 진실을 말씀해주셔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한동안 긴 침묵 뒤에 김영경 회장은 “국민 입장에서 간호법을 생각해달라. 국민 건강권과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간호사는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왔고, 앞으로도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간호법을 국민 입장에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 힘 방문에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 "반드시 필요한 법안" 공포 촉구

이어 이날 오후 5시 30분에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철야단식장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오늘 원내대표 회동에서 간호법은 대통령선거 때 두 당 후보가 모두 공약한 내용이다. 정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며 “간호법이 조속히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간호법 갈등의 원인은 대통령과 여당이 만든 것으로, 이미 여러 차례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약속을 깬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끝날 문제이며, 국민의힘에서도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어 “단식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표명할 수 있게 저희들이 간곡하게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7시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이 간호협회 회장단의 철야단식장을 방문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제가 단식장을 찾은 것은 건강을 챙기셔야 한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라며 “간호법이 마지막 고비를 남겨두고 있고, 이 고비를 잘 헤쳐가야 하는데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 단식을 하시는 중에 잠도 밖에서 주무시면 체력소모가 과하다”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를 위한 법이 아니며 국민을 위한 법”이라며 “2년간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와 숙의과정을 거친 간호법은 반드시 공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방문에 김영경 회장 "간호법은 국민 위한 법, 반드시 공포돼야"

간호법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진행되고 있는 철야단식에는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과 김숙정 대의원총회 의장, 탁영란 제1부회장, 이미숙 이사, 윤원숙 이사, 박남희 부산광역시간호사회장이 함께 동참했다. 

간호협회의 철야단식장에는 KNA차세대간호리더 전국 각 지부 대표들이 방문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단식에 함께 나서지 못한 회원들은 단식장 옆에서 ‘대통령님 간호법 제정 약속 지켜주십시오’, ‘간호법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률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대형보드를 들고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앞서 지난 9일 단식을 돌입하면서 “우리는 오늘 사생결단의 각오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간호법 반대단체의 음해와 거짓 주장으로 간호법이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우리 대표자들은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우리 자신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경 회장은 “간호계 대표로서 간호법이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시대적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깊이 자책하고 있다”며 “더 이상 우리 후배들에게 괴로운 간호 현장과 고통의 역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서 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대표단이 5월 15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에서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대한간호협회 대표단이 5월 15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에서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간호협회 "간호법 반대단체에 강력 유감" 표명

특히 김 회장은 무기한 단식 돌입의 이유와 관련 간호법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 반대단체에도 강력히 유감을 표했다.

김영경 회장은 “자유와 권리는 결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생명을 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국의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여러분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움을 끝까지 멈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5월 16일 현재로 단식 8일차를 맞이한 대한간호협회 대표자들의 간호법 공포 촉구 철야단식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간호법 제정 여부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한간호협회는 즉각적인 단체행동으로 돌입하겠다고 경고했기에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대치 국면은 다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간호법 제정이기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간호법을 공포해야 한다'는 야당, 간호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와 국민의 간호법 제정 촉구에 정부.여당이 '간호법 공포'로 화답해야 한다는 높은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