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5억원‘ 부동산 투자이민제, 5월 연장에 관심
제주도 10채 중 1채는 빈집, 미분양도 넘쳐나 ’골치‘
“부동산 정책 실효성 없다” VS “장기 관점, 외자 유치”

[뉴스엔뷰]외국인 투자자 유치 방안으로 실행됐던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심판대에 올랐다. 난개발 문제와 코로나19 이후 정책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제주도와 더불어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등의 투자이민제도가 30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법무무는 각 지역의 연장 신청에 대해 투자이민협의회 등을 거쳐 연장여부를 고시할 계획이다.

지난 겨울, 제주 시내 주택가 지붕 위에 눈이 쌓여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겨울, 제주 시내 주택가 지붕 위에 눈이 쌓여 있다.  사진 / 뉴시스

5억원에 사는 영주권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투자대상국에서 법으로 지정한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일정 기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투자대상국에 거주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부장관이 고시한 투자지역, 투자대상, 투자기준금액 등의 기준에 따라 외국인이 정해진 지역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거주자격(F-2)를 부여하고, 일정기간 투자 상태를 유지할 경우 영주자격(F-5)을 부여한다.

이 제도에 따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지정된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최초 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거주할 수 있으며, 투자자 포함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도 거주자격을 부여받는다. 투자상태를 5년 동안 유지하고, 결격 사유가 없으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해진다. 영주권을 얻으면 참정권 및 공무담임권을 제외하고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공교육 입학이 가능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의료보험체계 및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도 도입의 시작은 제주도였다. 2002년에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선정된 이후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2007년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의 예래단지 투자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투자유치 실적이 없었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실시하였다. 이후 정부 지원이 많지 않은 여러 지역에서 제도 도입을 건의함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이후 20102월 제주도를 시작으로 2011년에는 강원(대관령 알펜시아), 전남(여수경도 해양관광단지) 및 인천(영종지구, 송도 및 청라지구)이 추가되었고, 2013년에는 부산 내 2개 권역(해운대 관광리조트, 동부산 관광단지), 2016년에는 강릉 정동진 치이나드림시티가 투자이민이 가능한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투자 성과도 논란도 가장 뜨거운 지역은 단연 제주도다. 제주도 투자이민제도는 미화 50만불 이상 또는 한화 5억원 이상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투자자가 거주(F-2) 비자를 신청할 수 있고 5년간 투자유지시 영주권(F-5)을 보장 받을 수 있다. 2021년까지 부동산투자이민 제도를 이용한 투자는 총 1909건에 자금은 12586억원에 달한다. 이중 거주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5473, 영주권을 획득한 투자자는 1697명으로 확인됐다.

빈집, 미분양 넘쳐

외자 유치를 위한 획기적 방안처럼 떠올랐던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주로 중국인 투자자를 유치했던 제주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3년간 부동산투자이민 제도를 활용한 F-2 비자 신청은 20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자본 유치과 활발하던 2014년에 한해에만 571명이 F-2 비자를 신청했던 것에 비하면 정책의 실효 기한에 대한 의문이 들 법하다.

제주도에 중국 투자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빈집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제도 개선을 위해 의뢰한 건국대학교 부동산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주택은 2020년 기준은 35,100호로 2016년과 비교해 63.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빈집 증가율(34.9%) 대비 높은 수준으로, 주택수 대비 빈집 비율이 14.2%로 전국(평균 8.2%)에서 전남(15.5%) 다음으로 높았다.

제주도의 빈집은 외국인 투자자가 밀려들어오던 시기, 투기성 매입 건수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이다. 제주도의 빈집 중 10년 이내 지어진 곳은 전체 절반 수준인 48.0%, 169,000호로 파악됐다. 제주에서는 빈집으로 인한 미관 해침은 물론 청소년 탈선 장소로의 활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가 이달말 부동산 투자이민제 종료에 앞서 기한 연장을 신청하면서 제도의 개선이 필요성이 대두됐다. 제도에 대한 실 거주자인 도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문제도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다. 지난달 제주도 투자 이민제도에 대하여 한국자치경제원이 진행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민의 54.5%연장없이 중단해야한다고 답변했다.

제주는 집중, 여수는 O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지역별 편차가 큰 부분도 개선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법무부가 발표한 부동산 투자이민제 실적은 4건이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급격히 줄었다. 최근 5년간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20171012억원(148), 20181011억원(142)에서 2019483억원(62)으로 줄어들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56억원(7), 지난해는 24억원(4)에 그쳤다.

지역별 편차는 제주도 외의 지역에 대한 투자이민제도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부동산 투자이민을 통해 약 2587억원(363)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 중 제주도가 2385억원(338)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92%를 차지했다. 인천 125억원(4.8%), 부산 해운대 72억원(2.7%) 등의 순이었고, 강릉 정동진, 여수 경도ㆍ화양지구, 동부산관광단지 등 4곳은 투자 실적 전무했다.

제주에 집중된 투자건의 대부분이 중국인의 투자인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5년간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투자자 국적은 전체 거주ㆍ영주자격 취득자 2634명 중 중국인이 97%(2567)로 편중됐다. 제주에서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매입 금액 대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부동산을 팔아 부동산 시장의 교란을 가져왔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영주권 먹튀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가 범죄 후 도피처로 제주도를 이용한 사례까지 등장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는 제주도 리조트 투자를 빙자해 중국에서 유사 수신사기를 벌이던 중국인 5명이 한국으로 도피했다가 발각돼 본국으로 송환된 사례가 있다.

연장은 양보 못해

제주도는 투자이민제의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진행한 연구 용역을 통해 제주특별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받았다. 용역진은 가격 안정화 대책의 첫번째로 외부인 투자심의제도를 도입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과열지역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 및 빈집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부과하고,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비거주인(외지인)에 대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세금 혜택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장치 마련도 제안했다. 제주도 산하에 가칭 제주주택개발공사를 설치해 도민들의 주거안정 및 주거복지 정책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제주형 공공리츠 도입 통한 개발이익 공유 및 주택금융지원 강화, 빈집·미분양 주택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구체적 실천안으로 제시했다.

제주도는 용역진이 제안한 투기목적 외부인의 시장 교란 방지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개편과 더불어 도민의 주거 안정 및 주거 복지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명동 제주도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향후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 등에 대비한 제주만의 안정화 제도개선 과제 발굴에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인천 영종도 예단포가 꽁꽁 얼어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겨울, 인천 영종도 예단포가 꽁꽁 얼어 있다.   사진 / 뉴시스

인천광역시 역시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연장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광역시는 이달 말 제도 종료에 앞서 25일 투자 이민제를 연장하고 투자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중앙부처에 건의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투자 대상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내용도 건의했다.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 대상은 미분양 주택, 휴양 콘도, 숙박시설, 체육시설 연계 주택, 관광 펜션이다. 인천시는 미분양 주택을 전체 주택으로 확대해 달라고 했다. 실거주를 희망하는 외국인이 많아 제한 요건을 낮춰야 부동산투자이민제 활성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일대 관광·레저·문화·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부동산투자이민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종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올해 개장 예정인 동북아 최대 규모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리조트', 2026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인천글로벌캠퍼스(외국대학 공동 캠퍼스)의 외국인 유학생의 실거주 목적 투자이민제 활성화등을 호재로 보고 있다.

인천 지역 최근 3년간(2020~2022) 투자 건수는 22건이다. 같은 기간 제주 지역 투자 건수가 15건이었다는 점에서 인천시가 '외국인 투자 지역'으로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으로, 누적 투자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전국에서 다국적기업 투자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면서 외국인 실거주 수요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주택, 생활숙박시설뿐만 아니라 휴양 콘도 등 투자 대상을 넓히기 위한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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