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가구 4명 중 1명, 연소득 3배 빚더미
‘영끌’로 꿈꾼 희망, 고금리 여파 ‘벼랑 끝’
‘실업·부채’ 은둔 청년, 2년 새 60% 증가
20·30대 개인회생 신청 사상 최대 ‘기록’

[뉴스엔뷰] 청년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영 앤 리치(Young & Rich)‘가 키워드로 떠오르며 경제적 독립에 일찌감치 성공한 젊은이들이 화두에 올랐던 몇 해 전과는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워라벨플렉스를 외치던 청년들이 무지출’N‘, ’번아웃나이트로 밤낮없이 빈곤 탈출을 위해 달리고 있다.

청년 가구주의 4~5명 중 1명 이상이 연소득의 3배 이상 부채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뉴시스 
청년 가구주의 4~5명 중 1명 이상이 연소득의 3배 이상 부채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뉴시스 

연봉 넘어선 부채

청년실업의 늪을 탈출하고 취업에 성공해도 빛을 보기가 어렵다. 청년 가구의 평균 부채가 8,455만원(2021년 기준 통계치)으로 10년새 두배가 넘게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청년 가구주의 4~5명 중 1명 이상이 연소득의 3배 이상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채 비율만큼 청년층의 신용 관리도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회생법원을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청년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데다 부채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20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3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이 11228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3(7455)보다 50%가 늘었다. 올해 누적 건수도 3182건으로 법원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다. 20~30대 청년층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215718건에서 지난해 6913건으로 증가했다. 개인회생은 연말에 신청이 몰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연초부터 증가세를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증한 20·30대의 개인회생 신청이 사상 최대 기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이 46.6%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법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042.5%에서 202145.1%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고금리에 발목 잡힌 꿈

청년 부채 비율의 상승은 금리 상승이 주요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20년과 2021년에 청년층이 주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부채를 큰 폭으로 늘린 것이 원인이다. 저금리를 기회 삼아 주거 안정을 꿈꾼 청년들이 너도 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월급만으로는 내 집을 구할 방법이 없던 청년들이 은행과 손을 잡고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을 했다가 금리 인상으로 원금은커녕 이자 상환도 버거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월급을 쪼개 모은 종자돈과 은행 대출, 신용 대출까지 받아 영혼을 쏟아부어마련한 집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며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한숨이 온라인 상에 넘쳐난다.

영끌과정에서 모자란 돈이나 투자소득을 위해 가상화폐 등에 전재산을 쏟아부은 청년층도 상당하다. 한때 가상화폐로 큰 수익을 거둔 이들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청년층이 희망을 품고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중 일부는 리딩방에 들어가 투자금 전부를 잃은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청년층의 총대출 가운데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은 80%가 넘었다.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 경제활동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런 이유로 기준 금리가 추가 인상될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청년층이다.

KDI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인상될 때 연간 소비 감소 금액이 20대는 연간 299천 원, 30대는 204천 원에 달했다. 소비 감소가 85천 원에 그치는 50대나 3만 원 대인 60살 이상에 비해 생계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 청년층 내에서도 부채가 많을수록, 또 신용 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일수록 소비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KDI"청년 차주의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이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볕들 날 올까

청년층 빈곤의 근본적 원인은 취업난이다. 취업 전선에 나서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청년층이 취업난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시기가 미뤄지고, 이로 인한 공백이 출발점부터 마이너스 재정 상태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당수 청년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최저생계비를 힘겹게 유지하다 취업에 성공하면, 취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 상환을 시작하며 악순환이 이어진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결혼 등 생애 주기에 맞는 성장을 해야하는데 이 역시 경제적 문제로 쉽지 않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답답한 현실에서 조금 빠른 탈출을 꿈꾼 청년들이 영끌에 동참했고, 금리 인상과 가상화폐 가치 폭락으로 빚더미에 올라 앉은 형국이다.

취업난으로 취준생의 삶을 버티는 청년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고립하는 청년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934만 명이었던 고립청년 수가 202154만 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겪은 2년간 20만명, 60%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청년층의 주거 안정 및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오는 6월 청년도약계좌를 새롭게 출시한다.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까지 일정 한도 내에서 내면 정부가 장려금을 추가로 지급해 목돈을 마련해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청년도약계좌 개인·가구 소득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19~34세 청년은 306만명으로 추산된다.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충족한 만 19~34세 청년이 5년 만기를 기준을 매달 40~70만원을 내면 된다. 매달 70만원을 5년간 내면 정부가 기여금을 최대 252만원까지 지원한다. 4452만원에 5년간 이자를 더해 약 5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는 구조다.

청년도약계좌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저축해야하는데 이를 유지하는 것이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년전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의 중도 이탈률은 20명 중 3명 꼴이다. 청년희망적금은 매달 50만 원씩 2년간 넣으면 1300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상품으로, 10%대의 높은 이자 때문에 지난해 3월 출시 당시 2868천 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만기까지 납입을 성공해야 이율의 유리함을 누릴 수 있는 적금의 특성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월납입금과 그 댓가로 납득할 만한 이율이 제시되어야 한다. 대출 이자 납입, 고물가로 인한 생계비 증가로 빈곤지수가 상승하면서 청년들의 저축 여력이 줄었다. 청년희망적금은 출시 후 9개월 뒤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4천 명이 중도해지했다.

청년도약계좌의 매월 납입금인 70만원은 청년들이 취업 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월급여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생계를 유지하면서 힘들게 매월 70만원을 60개월간 저축한 댓가로 받는 정부 기여금 252만원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만기까지 계좌 유지 여부가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계좌 유지 지원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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