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족은 옛말…“도전, 10만원으로 한 달 버티기”
절박한 ‘내 집 마련’ “전세는 불안 월세는 비싸”
국토부, 공공임대 확대…청년주거선택권 강화 집중
[뉴스엔뷰]청년 A는 식사 대용 햄버거, 바지 수선비, 생필품 구입 비용 등 매일매일 가계부를 7년째 적고 있다. 외식을 할 때에는 무조건 더치페이를 하고, 커피숍에서 후식으로 커피를 사먹는 일은 없다. 누군가에게 밥을 사줘야 할 때에는 상한선을 3만원으로 정하고, 자신이 결제했다는 것을 상대가 기억할 수 있도록 단둘이서 먹는 것이 철칙이다. 식사 후 티타임은 커피숍 대신 집에 있는 캡슐 커피를 내려 마신다.
더치페이 전도사
지독한 ‘짠돌이’로 보이는 이 A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쇼트트랙 메달리스트 곽윤기(고양시청)다. 곽윤기는 최근 여러 방송에서 자신의 합리적 소비 방식에 대해 소개해 화제가 됐다. 그가 최소로 사용한 한 달 생활비는 10만원 대, 평소에는 30만원 대의 생활비로 하루를 버티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 스타인 그가 생수 한 병도 사먹지 않고 공용 정수기를 활용하고, 후배들에게 캡슐커피 사용료 500원까지 받는 절약을 하는 이유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서다. 그는 최근 ‘나혼자 산다’에서 9년째 선수 숙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 숙소 말고 내 집에서 ‘나 혼자 산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름을 알린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의 삶은 화려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비춰지게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빙상스타인 그가 생활비를 극도로 절약하는 모습은 이질적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곽윤기는 평소에는 소속된 팀에서 보통의 ‘월급쟁이’ 수준 급여를 받는다고 전했다.
곽윤기의 꿈은 지금 우리 2030들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찐’ 월급쟁이인 청년들 역시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주택금융공사가 전국 만 20세 이상 가구주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주택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거주 목적의 1가구 1주택이 꼭 필요하다’에 동의하는 응답이 7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65.3%)보다 4.7p% 더 상승한 수치다. 주택 구입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38.0%로 집계됐다.
전세도 월세도 싫어
‘욜로’, ‘플렉스’의 세대로 불리던 2030 청년층은 지금 ‘무지출 챌린지’를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욜로’를 외치던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제 ‘과시적 비소비’가 새 트랜드가 됐다. ‘시작은 작게라도 전세‘였던 주거 안정 전략도 달라졌다. 전세, 월세보다는 국가의 지원책을 어떻게든 이용해 ’내 집‘을 가지려는 분위기다.
고정지출을 줄이고 목돈 마련의 방법으로 여겨졌던 전세가 최근 인천, 부산 등지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해 전재산을 날릴 위험한 선택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도 영향이 컸다. 매달 내는 월세와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납입금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인데, 이는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납입금 대신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것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줄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이런 이유로 지출하는 월세를 ’안심비용‘이라고 부른다. 월급은 늘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고정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모님과 동거를 유지하는 ’캥거루 족‘도 증가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만19~34세 청년 가구원을 포함한 전국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 중인 청년 비율은 57.5%에 달했다. 이들이 독립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가 56.6%로 가장 많았다.
청약만이 희망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 열기는 부동산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달 초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생애 처음 집합건물(아파트·아파트형공장·오피스텔·연립·다세대·주상복합) 매매 이전 등기를 신청한 2030세대 매수인은 1만524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매수인(2만8168명)의 54.1% 수준이며 지난 1월 50.8%(8955명), 2월 52.4%(1만855명)에 이어 증가세다.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은 ’청약‘과 ’임대주택‘이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으로 인식되어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세대에게 저렴한 월세로 안전한 환경을 지원하고, 일부 임대주택은 이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청년세대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들을 활용하면, 임대료나 보증금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하는 꿈은 청약이 ’국룰‘이다. 최근 청약 추점제 물량이 확대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 해 정부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집을 구매하는 청년이 늘었다. 정부는 추첨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부양가족이 적어 가점이 낮은 청년층의 당첨 확률을 높이고 있다.
이미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전용면적 85㎡형 이하 물량에 60%, 전용 85㎡형 초과에 100% 추첨제를 적용했다. 이달부터는 강남3구와 용산구의 전용 60㎡형 미만 물량에 60%, 전용 60~85㎡형 이하에 30% 추첨제가 추가 적용돼 청년층의 담청 확률이 높아 졌다.
청년주택 대폭 확대
내 집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청년을 위해서는 주거 정책을 확대해 정부가 집을 내어준다. 국토교통부는 청년 주거 선택권 강화를 위하여 내 집 마련 단계까지 주거정책을 확대, 공공임대·공공분양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제9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청년 주거 복지 정책 개선 추진 계획 등을 논의했다.
국토부는 오는 2027년까지 총 58만가구의 청년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 계획상 공급물량인 27만3000가구 대비 대폭 확대됐다. 공공분양 34만가구, 공공임대 24만가구 등이다. 공공분양의 경우 ▲미혼청년 특공 신설 ▲초기 부담 완화를 위한 구매방식 다양화 ▲공공분양가의 최대 80% 대출 가능한 초장기(40년) 전용모기지 운영 등을 통해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두텁게 지원한다.
나눔형은 시세의 70%, 판매시 차익의 70%를 수취하고 선택형은 임대 6년 후 분양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형은 시세의 80%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청년의 전월세 부담 경감을 위해, 주거급여 지급 대상을 올해 기준중위소득의 47%에서 2027년까지 5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피해 막고, 정보 주고
전월세 거주 청년들을 보호할 방법도 마련 중이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세대가 임대차 계약과정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청년 임차인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허위광고 단속 및 공인중개사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신규보증금 상습 미반환 임대인에 대한 정보 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예산은 약 10조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공공분양주택 신규 공급 및 청년 대상 저리 대출상품 확대로 1년 전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증액됐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주거복지 정책 혜택을 알지 못해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 주거복지 정책 개선 추진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간에는 정부와 지자체 등 정책 주체별로 주거정책 지원 내용과 기준이 달라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는 청년들이 자신에게 맞는 주거정책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부터 주거복지 앱을 활용한 수요자 맞춤형 정보 제공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복잡한 지원 요건과 기준 등도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