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대위, 서울시의회 상대 소송 제기... 인권보호는 보편적 세계적 가치, 민주시민 성장의 과정

[뉴스엔뷰]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반수가 넘는 서울시의회가 무리하게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주민조례 청구에 의해 발의된 해당 조례안은 '주민조례 발안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소송 제기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 또한 외교부를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대해 한국을 공식 방문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관련 사항을 직접 조사하고 평가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발의됨에 따라 우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자문을 받아 서울시의회가 해당 조례안을 수리한 행위를 두고 위법성을 검토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며 "'학생인권조례'의 주체인 학생·교사·보호자 9인으로 소송인단을 구성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각 교육청들의 조례이며 2010년 경기도의회를 시작으로 서울은 다음해 1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이 가결되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대구광역시·대전광역시·경상북도를 제외한 서울특별시·경기도·광주광역시·전라북도·충청남도·제주특별자치도·인천광역시에서 시행중이며 충청북도·경상남도·세종특별자치시·울산광역시·부산광역시·전라남도·강원도,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경상북도는 시행을 준비중에 있다. 

학생인권조례안은 각 지역마다 내용상에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학생이 성별·종교·출신 지역·가족 형태·성적 지향·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권리,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보수 종교계 일각 '그릇된 성 관념 조장' 주장하며 학생인권조례 반대  

이번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안 폐지 추진의 발단은 지난해 8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가 6만4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3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달 18일 입법 예고한 뒤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런 과정을 가능케 한 주민조례청구제도는 일정 수의 주민이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진영은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는데, 그 하나인 일부 기독교단체는 조례에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의한 차별 금지와 같이 그릇된 성 관념을 조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사립학교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 사립학교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에 저해된다는 입장이며 이런 이유 때문에 교계에선 이 조례를 교육계의 '차별금지법'이라고 부르며 반대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개신교계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성소수자들을 대변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극렬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회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인에도 이와 같은 단체 소속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교권추락' 들어 학생인권 반대 

또다른 폐지 주장의 논리로 나오는 것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권추락'주장이다. 즉 지나치게 학생 인권만 강조되어 교권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꾸준하게 교권 보호에 대한 제도적 보완대책이 강화되고 있는데, 지난 3월 22일 교육부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을 방해하는 행위'를 교권 침해 행위 유형으로 규정했다. 또한 지난달 3월 14일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자감담회를 열어 "학생인권조례는 유지되어야 하고 교권과 교사의 수업권도 동시에 강력하게 동시에 보호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를 얼마나, 어떻게 저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폐지 추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3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 대변인은 "교권과 학생인권의 공존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화두를 던지며 "지금 최대의 현안인 학교폭력 문제나 여전히 반복되는 '스쿨미투'만 살펴봐도, 인권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책이 있는 학생인권조례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며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줄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어 "동성애 조장한다 등의 근거 없는 이유로 학생도 존엄한 인간이자 동등한 학교 구성원이라는 것을 폐기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청소년단체들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청소년단체들도 지난 3월 2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청소년단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 후퇴 시도는 청소년의 삶에 대한 위협"이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서울YWCA청소년위원회, 천도교청년회, 청년어울, 청소년문화발전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청소년자치연구소,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한국청소년드림센터,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흥사단, 흥사단전국청년위원회,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준) 등 이들 청소년단체들은 "청소년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일을 하는 우리에게는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체로서, 민주시민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사명이 있다"며 "그렇기에 학생인권조례 후퇴 시도에 반대하며, 청소년이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민주적 참여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더욱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폐지 반대 청소년단체 기자회견이 지난 3월 2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페이스북)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폐지 반대 청소년단체 기자회견이 지난 3월 2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렸다. (사진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페이스북)

학생은 자신의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인권도 존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인권 존중을 가장 큰 가치로 삼고 있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이다. 교육공동체안에서 이러한 존중의 기초를 배우게 되며 이 공동체 안에는 교사와 학생이 존재한다. 따라서 학교공동체에서 상대적 우위의 지위를 갖고 있는 '교권'에도 불구하고,  체벌, 차별과 같은 예전의 방식으로 학생이 통솔되지 못한다고 해서 현재 시행중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은  '존중'과 '배려'의 인권적 가르침을 포기하려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  

교권보호를 명분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논하면서 학생의 인권적 권리와 교권이 마치 대립되는 권리인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학생인권보호의 시대적, 보편적, 세계적 가치를 허물어뜨리는 퇴행적 행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교육공동체안에서 공생하고 서로 존중돼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을 몸으로 배운 학생들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학생인권 유일한 구제 장치 폐지 절대 안 돼"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12일 <뉴스엔뷰>에 "학생인권조례는 절대 폐지되면 안 된다"며 "여전히 체벌, 상벌점제, 두발과 복장 규제가 존재하는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을 지키고 구제하는 유일한 장치가 학생인권조례"라고 강조했다.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조례가 있어도 법적 근거를 들먹이며 학칙과 생활지도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며 "최소한의 조례마저 폐지된다면 학교가 다시 교도소나 군대와 다를 바 없던 비민주적 시대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