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인구절벽 시대, 2050년 경제성장률 0.5%도 장담 못해

[뉴스엔뷰]  국민이 곧 국가다. 국가를 이루는 요소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사항은 국민의 존재다. 그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최소 단위의 생산력을 가진 국민들이 확보되어야 한다. 작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등으로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2050년에는 우리 경제 성장률이 0.5% 이하까지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7일 국회에서  ‘초저출생 대응을 위한 재정확보 및 커버넌스 구축방안은?’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진선미 기자)
지난 1월 17일 국회에서 ‘초저출생 대응을 위한 재정확보 및 커버넌스 구축방안은?’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진선미 기자)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인 생산연령인구는 2050년까지 51.1%가 감소하며 1인당 GDP 증가율은 1.3% 이하로 예측됐다. 대한민국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 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초고령사회는 20% 이상인 사회를 지칭한다. 현재 인구 감소율대로 진행된다면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걸린 시간은 10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7년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즉 2050년에는 대한민국 10명 중 3명 가까운 인구가 노인으로 채워지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4.4%(1만1500명)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과 비교해도 무척 낮은 수치다. 일본은 1.33명, 미국은 1.64명으로 38개 회원국 중 0명대를 기록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올해는 행정도시인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줄면서 지방소멸도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합계출산율 0.7명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과 수도권 생활을 하는 시민들은 아직까지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이상 떨어진 지방으로 눈길을 돌리면 그 심각성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산부인과 소아과를 제외하더라도 응급 수술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차를 타고 대도시로 원정을 가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함해 초중고등학교들은 학생수의 감소로 통폐합되는 많아지고 있어 집에서의 등하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농어촌의 일손은 이미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력 공급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으며 시골에서 빈집과 폐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방의 인구소멸은 도시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출산 인구의 다수는 다문화가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출산율은 더욱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초저출생지속 무엇이 문제일까? 회복 국가와 비교’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혼인건수가 급감했고, 감소 후 반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여전히 감소추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향후 2~3년간 추가적인 출산율 하락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제자인 김상미 국회예산정책처 인구전략분석과 경제분석관은 인구절벽에 대해 “초혼과 출산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인구학적 요인, 청년층의 고용불안정과 주택가격 상승‧비혼확산‧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요인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양성평등 인프라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을 부여한 프랑스,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웨덴,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실행하는 독일 등이 조금씩 출산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우리나라도 성평등적 가족정책의 추진과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 10여 년간 정치권과 언론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슈였고 수많은 정책과 지원이 쏟아 부어졌던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16년간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예산을 명목으로 진행된 사업들의 총액은 국비 기준 19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장기적인 대응의 부재와 사회 복합적인 문제를 융합적으로 풀어나기지 못하고 ‘일회성 행사’로 그쳐버리는 문제 해결 접근법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해 10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구충격에 대응하는 미래전략 모색’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인구 문제는 저출생과 저출산 문제로 구분할 필요가 있”며 “청년세대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와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르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과 현실간의 간격을 줄여주는 것이 정책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정했다. 또 “저출산 문제를 국민의 책무로만 돌리면 반감을 불어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하며 정책 효과성과 효율성의 면밀한 검증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인구절벽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출산율이 두드러지게 저조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0.59명으로 가장 낮았고, 부산(0.72명), 인천(0.75명), 대구(0.76명) 등 광역 대도시 출산율이 평균에 못 미쳤다. 세종(1.12명)이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 1명을 넘겼을 뿐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인구절벽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출산율이 두드러지게 저조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0.59명으로 가장 낮았고, 부산(0.72명), 인천(0.75명), 대구(0.76명) 등 광역 대도시 출산율이 평균에 못 미쳤다. 세종(1.12명)이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 1명을 넘겼을 뿐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청년세대 결혼 미루는 이유 가장 큰 원인 '주택 가격'

청년세대가 비혼을 선택하고 혼인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주택가격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의 '주택가격이 혼인율과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9년 주택가격이 100% 상승할 때 출생아 수가 0.1~0.29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 가구의 경우 같은 기간 출생아 수 감소 폭이 0.15∼0.45명으로 크게 벌어졌다. 또 무주택 가구의 경우 주택가격이 100% 상승할 때 8년간 결혼할 확률이 4.1~5.7% 감소했다. 또한 혼인을 결정하는 단계 보다 실제 출산을 고민하는 시점에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택가격상승은 혼인률 감소를, 이는 또 출산률 감소로 이어진다. 중장기적으로 인구감소는 인구의 도시밀집률을 높이게 되고 도시와 지방간의 주택가격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며, 다시 인구감소로의 악순환이 거듭된다. 인구증가를 위해서는 주택공급을 안정화하고 청년계층의 주택 임차와 구입이 현실적인 범위내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있도록 금융지원 제도와 안정적인일자리 공급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지방 경제를 발전시켜서 인구의 도시 쏠림을 방지하여 주택가격상승을 억제시켜야 한다. 이처럼 인구증가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영역이 동시다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삶의 형태가 아닌 다양한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인구가 증가됨에 따라 출산지원만으로는 인구의 자연 감소를 막을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출산 장려라는 직접적 지원 이외에 사회구조적 접근의 필요성도 필요하다. 지난 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초저출생 대응을 위한 재정확보 및 커버넌스 구축방안은?’ 토론회에서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이제는 인구적응정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초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인구집단의 삶의 질 훼손을 방지하는데 그 목표를 가지고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잠재인력 활용을 극대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구고령화로 인한 사회보험재정의 불안정성 해소가 시급함을 지적하고 연금개혁, 사적연금 활성화, 주치의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1983년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이래 이미 예견되어 왔던 일이었지만 지난 20여 년간 감소가 서서히 진행되어 왔던 터에 우리는 그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어쩌면 불편한 진실로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OECD 국가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인구증가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지만 어느정도의 증가를 이루거나 감소 속도를 늦추는 선에서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도 선심성 지원과 ‘출산장려운동’으로 인구를 대폭 증가시키거나 감소추세를 단번에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구절벽 극복에 대한민국 사활 걸어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을 살펴보면,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을 주요 기조로 삼고 있어 이미 한국이 고령사회를 기반으로 한 국가임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인구절벽 위기 극복 방안으로 ‘부모급여’, ‘이민청 설치’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기존의 출산‧육아 지원금의 효과가 어떠했는지, 중복성은 없는지,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가 선결되어야 하며, 한민족 정서가 강한 한국 문화에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불러올 후폭풍은 제대로 관리될 수 있는지 검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보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구정책 실행은 인구절벽이 가져올 대한민국의 존폐의 위험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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