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적극 대응위한 전문 인력·예산 늘려야
어려서 학대당한 청소년, 범죄 비율 30~50% 높아
아동학대 경험한 부모, 학대 가해자 될 가능성 커

[뉴스엔뷰] 2016년 4월, 한 아이가 저나트륨혈증으로 경련이 발생해 병원에 입원했다. 담당 의사는 수분 중독에 의한 저나트륨혈증을 의심했다. 15kg의 몸무게였던 아이의 저나트륨 수치는 3L짜리 물을 순식간에 마셔야만 나올 수 있는 수치였다. 이외에도 아이의 몸에는 원인불명의 멍과 화상자국이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양부모와 관계가 깊었던 다른 병원의 의사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해 결국 아이는 가정으로 돌아갔고, 석 달 뒤 뇌사상태로 실려와 결국 49개월의 짧은 생을 마쳤다.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올라온 아동학대 사례다. 아동학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범죄다. 굳이 병원에 실려 오지 않더라도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손동작이나 손의 움직임만으로 움찔거리는 아이들, 어른이 없는지 하루 종일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정집, 며칠 채 같은 옷을 입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대다수는 학대의 피해자다.  

최근 온몸에 멍투성이로 사망한 초등학생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또다시 아동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촉구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이는 향후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온몸에 멍이 든 12살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아동학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범죄다. 굳이 병원에 실려 오지 않더라도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진/뉴시스
온몸에 멍이 든 12살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아동학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범죄다. 굳이 병원에 실려 오지 않더라도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진/뉴시스

◇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학대…가해자 중 84%가 ‘부모’

아동복지법에서 아동학대란, 성인에 의해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가혹행위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신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부터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등 소극적인 의미의 방임 행위까지 모든 경우의 수가 아동학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만 5만3932건이고, 이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7605건이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8월에 발표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매년 증가추세다. 2018년 3만6417건이던 신고접수 건수는 2019년 4만1389건, 2020년 4만2251건이며, 2021년에는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학대 행위자의 대다수는 부모였다. 아동학대 사례 중 83.7%(3만1486건)의 가해자가 부모였는데, 이는 2020년 대비 1.6%p 높아진 수치다. 즉, 2021년부터 민법상 징계권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에서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체벌이나 폭언과 같은 학대 행위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몇 가지 특성을 보인다. 부모가 신체적, 심리적으로 지쳐 있거나, 과거에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약물 중독이 있는 부모이거나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경우, 불안 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아동 학대의 가능성은 커진다.

가족관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일어난다. 예를 들어, 미성년 가족이거나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인 경우 평범한 가정에 비해 아동 학대의 빈도가 높으며 재정적인 어려움도 가정 학대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폭력에 대한 가치와 규범이 없거나 아동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나 자녀에 대한 소유의식이 있는 경우에도 아동 학대 발생 가능성은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는 한 번만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신고된 재학대 사례도 적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4.7%가 재학대 사례였는데, 이는 2020년 대비 2.8%p 늘어난 수치다.

◇ ‘골절’은 다반사…다리미에 데이고, 머리 뜯기고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는 심각한 신체적, 심리적인 손상을 입는다. 특히 3세 이하 소아가 골절당했을 경우 아동학대를 의심해봐야 한다. 실제로 1세 이하 골절 환아의 절반, 3세 이하 골절 환아의 1/3이 아동 학대에 의한 손상이다. 특히 늑골 골절은 아기의 울음을 억지로 멈추기 위해 가슴을 눌러서 발생할 수 있고, 사지를 갑자기 강하게 잡아당기는 경우에는 골간단에 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다리미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물체 모양의 화상자국이나 담뱃불 자국, 머리카락이 뜯겨나간 두피 혈종, 고막 천공이나 귓불이 찢어진 상처 등도 아동학대의 의심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신체적 증상과 함께 동반되는 것이 정신적인 데미지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거칠고 무례한 태도를 보이거나, 냉소주의적 성격을 보이면 아동학대 피해자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경향이 짙고, 학습된 무기력이나 수동적인 행동 등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우울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 장애 증상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신고된 경우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5만3932건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5만3932건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 “또 다른 가해자 양산“…아동학대는 돌고 돈다

피해가 심각한데도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14.5%에 불과하다. 84.6%의 피해 아동이 분리 없이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아동 학대에 대한 법률적인 정의가 생긴 시기는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전의 아동학대는 가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2010년대에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올라서면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관련 공무원과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아이를 만나 아동 학대 여부를 조사한다. 만약 별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면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72시간 동안 분리한다. 두 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더라도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한다. 

만약 더 오랜 시간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피해 아동의 법정 대리인, 변호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청으로 가정 법원에서 피해 아동 보호명령을 받아 보호 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1년 동안 아동학대가 두 번 신고되는 등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동의 분리 보호를 지속할 수 있는 ‘즉각 분리제도’를 실시한다.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인 이유는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아동 학대 통계(National Child Abuse Statistics)에 따르면, 아동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청소년기에 범죄를 저질러 체포된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9% 높았다. 성인기에 범죄를 저질러 체포될 가능성은 28% 더 높았고, 폭력 범죄를 저지른 비율도 30% 이상 높았다. 

(재)한국지역발전연구재단 부설 아동복지상담연구소 조유정 연구원과 영남대학교 유아교육과 박인전 교수, 석주영 강사의 논문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경험이 자기 통제성과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비행 청소년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많다고 지각할수록 더 충동적이고, 어머니로부터 방임 받은 경험이 많다고 지각할수록 위험 추구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한 자녀는 학업성취도가 낮고 일탈행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고 폭력 관련 범죄행위로 구속되는 비율이 높았다.

따라서 학대당한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아동학대는 관리대책을 철저하게 함으로써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이에 위기 아동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라도 전수 확대를 확대하고, 장기 미인정 결석 학생은 점검하는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교육부, 보건복지부, 경찰청은 뒤늦은 대책안을 내놨다. 앞으로 장기 미인정 결석생 등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펼칠 예정이라 밝혔다. 여기에는 홈스쿨링, 가출 등 합당한 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포함한다. 또한, 결석이 반복되는 학생의 대면 관찰과 가정방문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더불어 교육기관에 다니지 않는 영유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세까지의 영아는 부모와 하루 종일 붙어 있어 학대의 정황이 밖으로 나타나기 힘들고, 방임되더라도 외부에서 알 수 있는 길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동학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 인원과 예산을 더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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