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온실가스 배출 3% 내외…타 산업 비해 관심 적어
온실가스, 모든 활동에서 발생…기후 위기 ‘직격탄’ 인식
기술적 측면과 정확한 통계 토대…명확한 비전 제시해야

[뉴스엔뷰] 그동안 에너지나 산업공정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농업 분야에 탄소중립 추진이 늦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도 농업 분야의 중점 실천 과제는 탄소중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더불어 각 지자체는 탄소중립 농업실천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술력에 집중한 농업 분야의 탄소중립 정책 패턴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트렉터를 이용해 논갈이를 하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 농축산업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220만톤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한다. 사진/뉴시스
트렉터를 이용해 논갈이를 하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 농축산업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220만톤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한다. 사진/뉴시스

◇ 기후 위기 직격탄 맞은 농촌…저탄소 농업 변환 ‘절실’

농축산업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220만톤으로 전체의 2.9%다. 폐기물과 탈루 등 기타 배출을 제외하면 모든 부문 중 배출량이 가장 적다. 하지만, 양적으로 적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사를 하는 전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벼를 재배할 때 논물 안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고, 비료와 분뇨에서는 아산화질소가 나온다. 농기계 사용에 의해서도 탄소는 배출된다. 

이런 이유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맞닥트리게 될 곳도 농촌이다. 앞으로 한반도 평균기온이 1.5℃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2040년대에는 현재 사과 재배면적의 70%,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의 90%가 재배 부적합 지역이 될 것으로 각종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 배추의 재배면적은 줄었다. 배추의 생육 적정 온도는 20℃ 내외로 여름철 배추 공급을 위해 고랭지 재배를 확대했지만, 2000년대 초 1만ha에 육박하던 재배면적은 2019년 4980ha로 급감했다. 이후로도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에서는 편리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농약과 비료 등의 농자재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비료를 주는 방식을 살펴보면, 토양 표면에 비료를 뿌려 흙갈이를 한 다음 토양과 섞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방법은 질소 성분의 12~18%가 암모니아 기체로 배출되고 작물 흡수율은 낮아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암모니아 기체는 초미세먼지 형성을 유발하는 공기 오염물로 알려져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 환경부의 대기오염물질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모니아 배출량은 연간 31만6299톤이며, 이중 농경지 배출량은 7.4%인 1만8799톤이다. 

◇ 탄소 저감 기술 확산하는 농촌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정부와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은 농촌의 탄소 감축 실현을 위해 대규모 실증사업을 통한 현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고, 친환경농법을 독려하고 있다.

우선, 앞서 말한 비료 주기 방식을 깊이거름주기로 적용하면 암모니아 배출을 막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과 밭에 깊이거름주기를 적용한 결과, 논 토양에서는 10cm 이상, 밭 토양에서는 15cm 이상 깊이에 질소비료를 줬을 때 암모니아가 배출되지 않았다.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깊이거름주기를 위한 심층시비 장치를 개발해 국내 특허와 국제 특허(PCT)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새로 개발한 장치를 이용해 토양 깊이 25~30cm에 표준시비량의 비료를 투입한 결과, 표면에 뿌리는 방법보다 농작물의 질소 흡수를 촉진해 보리 27%, 마늘 55%, 양파 95%, 상추 110% 생산량도 증가했다. 만약 기존처럼 보리를 재배할 때 복합비료를 표면에 살포하면 암모니아 배출량이 5.9kg/헥타르에 달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2023년 현장 실증연구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 반영하고, 주요 15개 노지작물을 대상으로 적용 시험을 거쳐 현장 보급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벼 재배 시에도 상시 담수를 하지 않고, 중간물떼기나 논물 걸러대기를 하면 각각 25.2%, 63%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자동 물꼬는 벼 재배 시 중간물떼기나 얕게 걸러대기를 자동으로 실행하며 논물을 관리해 주는 기계다.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장착된 밸브가 자동으로 열고 닫히며 물을 대줘 농업인이 일일이 논에 나가 확인하지 않아도 손쉽게 물관리를 할 수 있다.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 물꼬는 물관리 시간을 76.1% 줄이고 물 사용량을 50%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벼 수량과 품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시군농업기술센터 담당자와 농업인을 대상으로 보급형 자동 물꼬 설치 요령과 사용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식량안보와 농가 경영안정 체계 구축, 농촌 공간 개선 및 동물복지 강화를 위해 농식품부 내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온실가스 감축 요구 등으로 인한 농축산물 생산 여건이 악화하고, 국제공급망 불안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 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써레질을 하는 트랙터 모습.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써레질을 하는 트랙터 모습.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기술’보다 정확한 통계 분석이 먼저

농업구조의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초적으로 해야 할 작업이 빠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저탄소 농업기술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객관적이고 다양한 변수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통계자료를 구축하는 것이 농업 분야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농·식품의 수입으로 인해 생기는 막대한 탄소 배출에 대한 연구도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국회의원이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와 환경부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19년 1인당 식품 수입량은 10년 전에 비해 18% 증가했고, 이에 따른 1인당 탄소 배출량은 167kgCO2에 이른다. 문제는 당시 수입량의 20~30%를 차지하는 사료는 제외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사료를 포함한 총수입량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식품 수입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45만톤에 이른다. 이는 2019년 농업 분야 탄소 배출량인 2100만톤 대비 절반이 넘는 수치다.

농산물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국산보다 높다. 수입산 포도의 경우 국산의 4.4배, 수입산 키위는 국산의 3.3배, 오렌지는 감귤보다 3.2배 높다. 그런데도 여전히 관련 연구와 대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식량 자급을 고려한 대책이 나와야 함에도, 정확한 자료가 없는 탓에 탄소 저감을 위해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행농업과 유기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확한 산정방식과 관련 연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더 정확하고 치밀한 저탄소 농업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