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후위기로 위협 받는 한반도, 당면 과제와 전망

[뉴스엔뷰] 남북기후위기 공동대응을 통해 통일 한반도의 초석을 쌓고 현재 장기간 중단된 남북 대화 재개의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정책 제안이 제시돼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남북산림협력 재개를 손꼽았다. 

지구를 덮치고 있는 기후위기가 한반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분단된 조국이지만 생태계는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반도가 기후 위기로부터의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남북이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한반도가 처해진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이은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와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군사적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남북교류가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한 때에 비정치적이고 인도적인 새로운 남북 교류의 기회가 더욱 절실하다. 남북이 손잡고 기후위기라는 난제를 풀어나갈 때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남북 간 화해와 협력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남북 생태공동체 협력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 뉴스엔뷰 진선미 기자)
지난 11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남북 생태공동체 협력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 뉴스엔뷰 진선미 기자)

지난 11월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남북 생태공동체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남북협력의 현황을 살펴보고 협력안 중에 가장 현실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남북산림협력방안과 남북 생태공동체 협력방안에 관한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  북한의 기후위기, 국제사회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30년 동안 한국보다 0.1도 이상 평균 기온이 올랐고 열대야와 폭염일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한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많이 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사상자, 실종, 이재민 발생자는 약 14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커뮤니케이션(NDC, National Determined Communition)과 국가결정기여(NDC,National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하고 국제사회에 기후변화 관련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 제출한 북한의 국가결정기여를 살펴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6.4%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선진국의 기술적․재정적인 지원이 있을 경우 36%를 추가적으로 감축하여, 전체 감축 목표를 52% 상향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유엔고위급회담에 기후위기와 환경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 의지를 피력한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VNR,Voluntary National Review)까지 제출한 상황이다.  

북한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 중에서 에너지, 바이오가스 시설 등 국제사회와 대북경제제재를 빗겨갈 수 있는 방안은 ‘농림업과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남북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남북 기후변화 대응 협력방안으로 자연기반해법을 들 수 있다”며 “생태복원과 자연환경 보전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동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기반해법(NBS,Nature Based Solution)이란 기후변화와 같은 사회의 주요 문제 해결방안을 자연에서 찾는 접근 방법을 말한다.   

▪  한반도 기후위기 대응 가장 현실적인 대안, 남북산림협력방안

북한은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한림자원을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산림이 크게 훼손되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북한의 산림황폐화율은 31.6%에 달하다가 최근 2018년에는 28.9%로 다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3년부터 김정은 정권이 산림복구전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산림복구 정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에너지 부족, 식량위기 등의 상황을 타계하지 못한다면 산림은 다시 빠른 속도로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임농복합경영 지원추진, 자연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 적극 추진, 산림병해충 방제사업 진행, 양묘장의 단계적 현대화, 산불 방지 등 남북산림협력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합의하게 된다. 이를 위해 남측 조사단은 북한에 여러차례 방문하여 직접 양묘장 현황을 파악하고 개성 왕건왕릉의 소나무 재선충병을 공동방제 하는 등 기술과 더불어 많은 남북 전문가들이 인적 교류를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러한 남북교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탄소시장 협상이 타결되었다. 즉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사업(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 실적의 국가 간 이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작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7개국에서 REDD+ 사업 결과, 약 110억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효과를 나타낸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REDD+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REDD+ 사업 모색은 빠르게 경색되어 가고 있는 남북관계 상황에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두 번째 토론 발표를 맡은 최형순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과장은 “남북한이 자연생태환경적 유사성이 크기 때문에 REDD+ 사업의 성공률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종호 산림청장이 2020년 6월 3일 경기도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스마트양묘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종호 산림청장이 2020년 6월 3일 경기도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스마트양묘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기후위기대응, 통일한국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지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팀장은 남북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 산림협력 체계구축은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러한 협력체계가 성공하기 위한 3가지의 선결과제를 제안했다. 

첫째, ‘북한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임농복합 및 지속가능한 삼림경영의 확대를 주요 수단으로 밝히는 것은 우리나라의 REDD+ 전략과 일치한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제재로 해외 기술을 유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고려했을 때, 북한은 과학기술 지식교환이나 전문가 역량 강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러한 부분을 지원해졸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나라의 내부적인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REDD+ 사업 결과는 좋지만 국내 검증심사원이 없어서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야 하는 등 내부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또한 통일부, 산림청, 외교부 등 REDD+ 관련 사업에 많은 부서가 섞이면서 대북 국제산림협력 협상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이는 장기적인 로드맵 구축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우리나라와 협력하기 위한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REDD+ 지원을 요청한 것이지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우리는 기후위기대응 공동체로서 북한 경제에도 이득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들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남북교류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우선 닫힌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야만 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남북이 소통할 주제가 없이 대북 경제제재와 같은 국제사회의 논리로만 남북관계를 정립한다면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의 모습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며 남북기후위기 공동대응을 남북대화의 창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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