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망 이용대가 입법 논쟁, 이용자 권리는 어디에 있나? 
'망 무임승차 방지법' 대 'K-콘텐츠 산업' 충돌

[뉴스엔뷰] 올해 들어서만 글로벌 OTT 망 이용대가에 관한 찬반 의견을 다룬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4회 열리고,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코리아 사장,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가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또한 일명 ‘망 무임승차 방지법’ 마련을 위해 전기통신사업법과 관련한 7개의 개정안이 만들어질 만큼 망 이용대가 입법은 디지털콘텐츠 사업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점점 더 국내 인터넷 망 이용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증가된 트래픽을 감소하기 위해 망 투자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ISP(통신사업자)와 CP(콘텐츠사업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 비용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지지 않았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국내 트래픽 발생량에서 구글과 넷플릭스가 각각 27.1%와 7.2%를 차지하여 총 트래픽 발생량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밝혀져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추진 여론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망 이용 분담 요구를 넷플릭스, 구글 같은 글로벌콘텐츠사업자(GCP)는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고 있고, 심지어 이들에게 대가가 부담될 경우 이는 다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국내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논의를 피하고 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 추진 배경을 보면, 이미 국내 CP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로 인한 불공정한 거래행위와 이에 따른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 등에 대한 문제가 누적되어 왔던 상황에서 진행되어 왔다. 

물론 이 법안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망 중립성을 저해할 수도 있고, GCP가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게 무역 보복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전송이 가능한 GCP과의 관계의 불편함이 '오징어게임'과 같은 K-콘텐츠의 발전에 저해된다는 등의 주장들이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2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KT 목동 IDC 2센터에서 열린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2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KT 목동 IDC 2센터에서 열린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망 중립성 VS 망 이용대가 충돌 

지난 9월 20일 개최된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흥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현행 망 중립성 정책방향은 당사자간의 자발적인 거래의 기회를 남겨두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견지하여 왔고, 그 나름대로의 타당한 논리에 기초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통신망 사용 대가를 의무화하는 입법태도는 통신망 제공자에게 유리한 조문을 추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망 중립성 규제는 인터넷 트래픽의 내용‧유형 등에 관계없이 속도 등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ISP가 CP에게 무상으로 인터넷망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과는 관계가 없음을 주장했다. 

■ 무역보복 VS 망 무임승차 방지법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황성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은 무역 장벽에 대한 올해 보고서에서 망 사용료 법안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 '2022년 3월에는 해외 CP들이 한국의 ISP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음. 일부 한국 ISP들은 그 역시도 CP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국 CP에게 부과하는 이용대가는 한국의 경쟁자에게는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통상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조사관은 미국 CP가 합리적이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한국 통신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아, 한미 FTA 위반의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망 무임승차 방지법안을 지지하는 한 전문가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국내 CP와 해외 CP에 대해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한미 FTA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역보복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일축했다. 

■ K-콘텐츠 위축 VS 망 이용의 공정화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토론문을 통해 “망 이용료 관련 법제도 사례가 다른 국가들에 의해 채택될 경우 우리 콘텐츠에 대한 수출장벽으로서 적용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K-콘텐츠의 해외 진출 장벽을 우리 스스로 세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통상 국제규범에서의 디지털 콘텐츠 접근 방식은 무관세화 원칙 및 디지털 재화에 대한 비차별대우를 의무규정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EU의 '디지털 서비스세' 사례를 참고하여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 시대에 적합한 규제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EU의 ’디지털 서비스세‘에 대해 수입품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으로 보복조치했고, 이에 EU는 디지털세를 철폐하고 매출 발생 국가에게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부요하는 방안을 도입한 바 있다. 

망 이용대가 문제의 발단은 KT가 구글의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한 것이 시초이다. 초기 KT는 국제 회선망 임차비와 유튜브의 인터넷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구글에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해주었지만, 이후 구글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SKB, LGU+에도 무상으로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냈다. 구글은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세금도 안 내고, 망 이용대가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망 이용대가는 국내 CP들만 부담하게 된 구조가 되었다. 

지난 9월 26일에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1 : 망 이용대가 제도 문제 없나?'에서 토론자로 나온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CP 대부분 과 애플TV, 디즈니+도 CDN을 통해 망 이용대가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넷플릭스만 무임승차하는 것은 국내 역차별에 해당한다”며 조속한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프랑스 오렌지사와는 망 이용료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외 적용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건설사의 이익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듯이 구글, 넷플릭스의 국내 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하여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전기통신사업의 적절한 운영과 전기통신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중장기적인 접근을 통하여 법안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망으로는 폭증하는 디지털 콘텐츠 이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국내 통신 4사가 지난 3년간 유무선 인프라에 연평균 약 8.7조원을 투자했다고 하는 만큼 앞으로 증가하게 될 망 서비스 관련 비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특히 망사용료 법안이 통과되어 ISP들이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게 되더라도 이를 망 고도화 및 효율화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CP에 대한 부과 의무를 특정 ISP 사업자를 위한 망 이용대가의 형태가 아닌 서비스 발전을 위한 비용 부담의 방향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비용을 받게 되는 ISP 사업자에게도 망 품질서비스를 개선하고 공익적으로 활용해야 할 의무를 함께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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