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소비자 개인 정보’…업체 간 ‘자율규약’ 제정 예정
업계 조율 및 기술적 미비점 보완하려면 내년 중반기 이후 실행될 듯
플랫폼 간 개인 정보 넘겨줄 때 규제 및 시스템 보완 ‘절실’

[뉴스엔뷰] 손가락 하나만으로 장보기부터 은행 업무, 음식 배달까지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뤄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중간에는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무수히 많은 업체 사이에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기 마련이다. 직장인 김모(40세) 씨는 “편리함을 위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마음 한구석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민관협력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플랫폼 간 이견을 좁히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여기에 배달 관련 플랫폼이 영역별로 자율규제를 만들 것으로 보여 규제는 늘어나지만, 효율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배달 플랫폼 사와 논의를 거쳐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배달 플랫폼 사와 논의를 거쳐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 내 정보, 어디부터 어디까지 누구에게 흘러가나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5조68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8.2%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음식을 시키는 일이 일상화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면 그 정보를 음식점과 배달 대행 플랫폼으로 전달해주는 주문중개 플랫폼은 급성장했다. 그만큼 이곳은 소비자들의 ‘알짜배기’ 개인정보가 모여있는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음식을 시키고 나면 내 개인정보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먼저, 모바일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온라인 주문단계, 음식점에서 주문 접수단계, 배달단계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주문자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은 크게 세 군데다. 주문중개플랫폼을 거쳐 배달 대행 플랫폼으로 배달을 요청하는 음식점 전용 프로그램인 주문통합관리시스템, 배달원에게 배달정보를 전달하고 배달 결과를 관리하는 플랫폼인 배달대행플랫폼이다.  

이때 수집되는 항목은 ▲소비자 이름과 주소 ▲메뉴 ▲가격 ▲결제금액 ▲요청사항 등이다. 배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정보는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고, 소비자도 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하는 범위는 실제 자신의 주문을 진행할 업체들에 한해 공개하길 원한다. 

하지만, 일부 배달 플랫폼의 경우 배달을 수행하지도 않는 배달원에게까지 고객의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이를 관행으로 치부하며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배달원 입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들인 시간에 비해 수익이 충분하지 않은 곳의 배달은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원에게 전달되는 전화번호를 안심번호로 바꾸고, 상세주소는 배달이 확정된 후에만 전달하거나, 배달이 완료된 후에는 전화번호와 주소를 가림 처리(마스킹) 하는 곳도 있지만, 이런 사례는 일부 우수 업체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자율규제를 만들더라도 고객의 개인정보를 각 플랫폼에 넘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자율규제를 만들더라도 고객의 개인정보를 각 플랫폼에 넘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사진/뉴시스

◇ 자율규약 만든다는 정부…실효성은 ‘글쎄’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차단하고자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주문중개플랫폼인 우아한형제들, 위대한상상, 쿠팡과 푸드테크, 헬로월드 등 주문통합관리시스템, 배달 중개플랫폼 6개 사와 ‘개인정보 보호 민관협력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3팀 김해숙 팀장은 “이번 논의는 각 업체가 개인정보 보호법상 지켜야 할 기본 사항 외에 추가로 더욱 안전하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현재 자율규약에 동의하는 사업자들이 내부 보고와 세부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술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하므로 내년 상반기에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선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상대로 진행되면 내년 중하반기부터는 자율규약이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문제는 세 영역의 업체들이 한데 모여 관여하다 보니 업체 간 입장이 각기 달라 조율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주문중개플랫폼, 주문통합관리시스템, 배달 대행 플랫폼 간의 공동규약이 아닌, 영역별 플랫폼이 별도로 맺는 규약이기 때문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각 플랫폼에 넘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행될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자율보호팀 마현준 책임연구원은 “현장 인터뷰와 사전 조사 등을 통해 분석과 검토를 거친 후, 보완점이 있으면 간담회를 통해 마련하고, 시스템적으로 구비해야 할 사항이나 미흡한 점이 있다면 조치해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해법이 말 그대로 자율규약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띨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대해 KISA 마현준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생활밀접형 자율규약과 달리 나름대로 강제성이 있는 자율규약”이라며 “승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은 후 활동을 하게 되고, 이행점검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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