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이미 횡령한 부동산을 다시 처분했더라도 별도 횡령죄가 성립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안모씨(66)에 대한 종중 부동산 횡령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같은 법리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이같은 경우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해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었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 입장이 변경된 셈이다.


대법원은 "후행 처분행위가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을 침해할 경우라면 후행 처분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새로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상훈·김용덕 대법관은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위험이 미약해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보다 큰 위험을 저지는 경우에만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별개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 원심의 경우 안씨가 보관 중이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 행위가 선행의 근저당권 설정행위로 발생한 위험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함으로 원심 판결은 수긍이 간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인복·김신 대법관은 "이 사건 매도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해 원심에서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파기환송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 등은 "불법영득의사가 외부에서 인식될 수 있는 경우 이미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전체에 횡령행위의 법익침해 위험이 미치므로 추가적 법익침해 결과와 위험의 성립은 법논리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경우 선행행위를 배임행위로 평가할 경우 후행 처분행위의 처벌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심은 선행 처분행위가 횡령행위인지 배임행위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횡령죄에 있어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개념 정립을 보다 명확히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1995년 10월 명의신탁을 받아 보관하던 종중 부동산에 그해 11월과 2003년 4월 임의로 모두 215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빌린 뒤 자신의 빚을 갚는데 썼다.


이후 안씨는 2009년 2월 해당 부동산을 팔아 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고 임의로 1억9300만원을 받고 땅을 팔아 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모두 "안씨의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안씨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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