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외침 “빠순이면 어때? 행복하면 그만이지!”

[뉴스엔뷰] 중년들의 팬덤 문화, 특히 우리나라의 소비시장에 큰 손으로 등극한 아줌마들의 덕후 신드롬을 무겁지 않은 내용으로 가볍게 짚어 그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김은주 심리학 박사 (전 한양대 교수)
     김은주 심리학 박사 (전 한양대 교수)

중년에, 나이 40이 넘은 아줌마에게 짝사랑이 시작됐다. 그래서 이 줌마가 살맛이 난다면 그것은 유죄일까 아님 무죄일까?

우리의 엄마들이 변했다. 이제 소비의 큰 중심인 중년 소비자들이 소비트렌트 층으로 부상한 이들 중년 소비자들은 마케팅의 주 타깃이 되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경제의 흐름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마다로 팬덤 덕후의 막강한 층을 이루게 되었다.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리나라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이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긴 시간동안 중년들에게 강력한 진통제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중년들의 억눌려 있던 고단한 삶에 팬덤 문화를 불 지핀 계기가 된 것은 물론 마중물 역할을 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트롯맨의 임영웅의 공연 티켓이 예매 창이 열림과 동시에 몇 분 만에 완판 되는 등, 이젠 팬덤 문화의 중심에 중년이 단단히 자리매김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덕후 신드롬중년 팬덤 문화

광신자라는 패내틱(fanatic) 혹은 팬(fan)이라는 단어에 영토를 뜻하는 돔(dom)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팬덤은 아이돌 스타 등의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집단을 말한다. 또한 그런 흐름을 팬덤 현상 혹은 팬덤 문화라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소 비하적인 말로 빠돌이’ ‘빠순이'이다.

따라서 기존의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아이돌 팬덤 문화는 이젠 중년 여성들이 만들어 내는 팬덤 현상이니 빠순이가 만들어 내는 문화 현상의 새 물결을 잉태하였다.

이것은 어쩌면 중년 여성들이 이제 소비문화에 있어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을 확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40~ 60대 혹은 그 이상까지도 포함하는 중년 아줌마들이 그들만의 팬덤을 형성하고, 그 문화를 즐기고 있다. 왜 일까? 과연 그 심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하는 때문일까?

결론적으로 중년은 외롭다이다. 또한 중년은 인생의 갱년기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고 돌이켜 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과연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에 대한 고민들로 무수한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로 설명한다. 중년의 시기는 긴 인생의 여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 2의 사춘기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살아왔던 Role에서 벗어나 보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여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자 융(Carl. Jung) 은 이 시기 종종 겪는 우울, 불안, 공허감 등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들은 '진짜 나'를 찾으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대개 1970~1980년대 초고속 성장기를 살았던 40~50대들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나는 누구 인가와 같은 자아 정체성 대한 심리학적 사유를 할 새 없이 중년을 맞았다. 그러다 보니 중년에 이르러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한 외로움과 공허감 그리고 무기력감은 더욱 크게 느껴지게 된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 광주·전남지역 회원들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에 간식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 광주·전남지역 회원들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에 간식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젠 온갖 굴곡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온 중년들에게는 고단한 삶을 위로 하듯이 위로와 마음의 빨간 약을 발라 줄 때이다. 진정한 자유와 나를 찾는 과정이 필요할 때이다.

왜 하필 트롯맨’?()의 정서일까?

그동안 사회적 통념에 맞춰 사느라 억눌렀던 열정과 즐거움 등의 내가 억압해온 나의 그림자 즉, 숨겨두었던 욕구를 의식으로 떠올려 통합해가는 과정일 수 있다.

육아와 살림이 아닌 한 수줍은 소녀의 모습으로 지금의 자리에서 반짝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투사되었다. 특히, 깊은 고뇌의 한을 대중적인 우리의 트롯이라는 장르가 숟가락을 더했다.

또한 억눌렀던 남성적 성적 매력인 아니무스, 남성미가 트롯 맨에게 투사되었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인 내가 스스로 나만의 즐거움과 몰입을 통해 내가 진정 여성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심리적 기제인 것이다.

이런 살아있는느낌은 중년 여성들의 두려움 중 하나인 '늙어감'에 대한 공포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가장 저렴하고 손쉽게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되어 세상에서 위로 받는 느낌과 감정을 얻는 것이다. 또한 어쩌면 고단한 삶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은 스타를 통해서 대리 만족과 보상 받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 당당한 인권 회복 행위로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팬덤 문화가 소속감과 성취감을 제공한다면 이것은 매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로 향하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일 것이란 생각이다.

한국인 정서에 꼭 맞는 트롯으로 제 2의 사춘기, 그 설레임을 느낀다면 그것은 무죄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 40넘어 찾아온 짝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언제라도 기꺼이 행복하다고 소리치자.

이렇게 외쳐 보자. “빠순이면 어때? 행복하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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