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 역시 마블이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를 대부분 봤는데도 영화 내용 중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름 유튜브를 통해 ‘닥스2를 보기 전 알아야 할 내용’ 등의 영상도 보았는데도 말이다.

[뉴스엔뷰] 최근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스2)’를 보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 역시 마블이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를 대부분 봤는데도 영화 내용 중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름 유튜브를 통해 ‘닥스2를 보기 전 알아야 할 내용’ 등의 영상도 보았는데도 말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틸컷.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틸컷.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블은 만화가 원조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든 세계관이 방대하다. 이를 다시 영화로 만들기 위해 구성된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있고, 우리가 아는 마블 영화가 새로 나올 때마다 MCU에 역사처럼 세계관이 덧씌워진다.

이렇게 MCU는 마블이 새로운 영화 또는 드라마를 제작하면 할수록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되는 구조다. 대부분의 영화가 1편과 2편이 이어진다면, 1편을 보는 것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듯이 MCU도 그러하다. 이렇다보니 마블 영화는 진입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진입장벽은 경제학에서 먼저 사용된 용어다. 원래는 어떤 시장에 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는 난이도를 나타내는 단어였다. 요즘은 비즈니스 용어인 ‘허들’을 자주 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상품을 구매하려 할 때 장애물 같은 구조가 허들이다.

그럼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진입장벽이든 허들이든 낮아야 좋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마블의 진입장벽은 자꾸 높아지고만 있다. 우리가 아이언맨이나 토르의 첫 영화를 봤을 때 만큼의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 영화를 더 생산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번 닥스2의 경우도 그렇다. 우선 이 영화는 가장 최신작 중에 하나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를 봐야 하며, 마블이 드라마로 제작한 ‘완다비전’도 봐야 했다.

여기에 드라마 ‘로키’도 본다면 이해를 도울 수 있으며, 마블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왓 이프...?’의 캐릭터도 등장하니 참고를 위해 보면 좋다. 문제는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마블의 모기업이 운영하는 OTT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다. 결국, 진입장벽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물론 마블 영화가 진입장벽이 높다고 사람들이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MCU가 내놓는 영화는 다른 영화 사이의 장벽을 허물며 매번 놀라운 장면을 연출하고,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모든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성적이 좋다.

마블 영화가 진입장벽이 높지만 꾸준히 보는 팬이 많아서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사실 잘 나가는 영화사를 뭐하러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

마블 역시 진입장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엿보인다. 지난해에는 과거 마블 영화를 숙지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를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진입장벽을 완전히 낮춰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친 드라마 ‘문나이트’를 디즈니 플러스로 방영했다.

그리고 진입장벽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다. 사실 진입장벽이라는 것은 어떻게보면 마니아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일반인은 모르고 몇몇 마니아만 알 수 있는 점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흥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마니아적인 요소를 놓고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나뉜다. 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의 영화에서 여러 장면이 나와 좋았다는 평가를 내리지만, 반대로 ‘너무 이것저것 섞어놓았다’라는 불평을 하는 관객도 있다.

닥스2의 경우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서 반가웠다는 평가와 이해가 안 돼서 집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여기에 장르 또한 혼합되면서 더욱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앞으로 마블이 얼마나 고객들, 그러니깐 영화를 소비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블이 고집스럽게 진입장벽을 세워뒀으면 좋겠다. 그것이 좀 더 영화제작사다운 선택이라 생각한다.

사실 예술과 문화 콘텐츠에서의 거래는 창작자와 대중 간의 타협 속에서 이루어진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예술작품을 많이 팔고 싶으면 대중 타협하고 그렇지 않으면 창작자는 굶으면 된다.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든 창작자가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돈도 많이 벌게 되는 것이다.

미술가가 대중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그림을 그려서 작품이 팔리지 않았다고 다음 그림은 대중적으로 그린다면 타협한 것이다. 하지만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언젠가 그만의 화풍이 그 시대를 대표할지도 모르며, 교과서에 독특한 화풍으로 소개될 수도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마블은 이미 어느 정도 타협하고, 어느 정도 고집하고 있다. 필자는 마블의 앞으로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좀 더 고집스럽게 진입장벽을 쌓아갈지, 아니면 대중과 타협할지가 마블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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