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현재 갖고 있는 대관 문화가 당장 사라지게 할 순 없다. 로비가 불법이고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음에도 대관은 여전히 정치권 깊숙이 박혀있다. 다만, 이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떳떳하게 나오는 것을 손 놓고 보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뉴스엔뷰] 로비스트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다.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제목으로 그나마 알려진 로비스트는 단어 그대로 로비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선 로비가 법적으로 금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로비스트는 없지 않을까?

한덕수 후보자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아 지적을 받고 있다. 이것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진/ 뉴시스 제공
한덕수 후보자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아 지적을 받고 있다. 이것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진/ 뉴시스 제공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비슷한 업종이 국내에서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타 국가에서 특히 미국과 같은 국가는 금전을 통한 로비가 이루어진다면, 국내에선 인맥을 통한 로비가 주를 이룬다. 필자는 국내 로비 관련 산업을 감히 ‘인맥장사’이라 부르겠다.

그럼 이들을 부르는 정식 명칭부터 알아보자. ‘대관’이다. 로비스트라는 멋진 영어가 아니라 실망스럽지만, 나름 그럴싸한 이름이다. 이 명칭은 기업이나 단체의 대외협력부서를 부르던 것이 발전하며 오늘날 대관으로 통칭하게 됐다.

그러니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자기소개를 “저는 어디 어디서 대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로비하는 녀석이군’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런 대관을 하는 사람은 대게 인맥이 좋은 사람이며, 대관을 하기 전에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적인 직업을 가졌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관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명함을 받아 놓고 인사라도 나눠보면 좋겠다.

물론, 이 칼럼의 본론은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 쓰려다보니 대관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다. 대관을 이해했다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례를 만나볼 차례다.

한덕수 후보자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아 지적을 받고 있다. 이것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가 이미 국무총리 등 고위직 공무원 출신으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직위에 물러난 시점에서도 행정부에 입김을 가할 수 있는 영향력이 충분했다고 본 시각에서 였다.

하지만 한 후보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한 후보자는 법무법인 고문으로 있을 당시 개별 기업의 특정 현안과 관련한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고, 공무원에게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적이 없다”라며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다. 그냥 해명이다.

뉴스와 신문에서 행정부 출신인 한 후보자가 변호사도 아닌데 법무법인 고문으로 간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의문은 한 후보자의 인맥과 영향력을 보면 쉽게 풀린다. 그가 고위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변호사가 아닌데도 법무법인으로 스카웃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가 스카웃된 곳은 국내에서 대관업계 최고라 평가받는 김앤장이다. 대기업에서도 대관을 쓰려고 찾아가는 곳이 김앤장이다. 기업이 어떤 법률이나 행정적 문제로 사업진행이 막히는 경우 돈을 들여 대관을 쓰는 곳이다. 이 때문에 고위직 공무원 출신 인물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 곳에서 한 후보자가 아무런 이해충돌의 여지가 없는 업무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연코 본인의 인맥과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고 그 많은 연봉을 받을 곳은 없을 것이다. 대관 업무를 하지 않고 그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면 사실상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대관 업무가 쉬운 것은 아니다. 대게의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대관 직원을 채용하는데, 국회의원 의원실 보좌진 중에 이 길을 택하는 사람이 많다.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급수에 비해 연봉이 높을 수 있지만, 공무원 특유의 박봉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주로 선택하는 노선이다.

대관을 통해 대기업 노선을 택한 사람이 마주하는 것은 옛 직장 동료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인맥장사라고 말했지 않던가? 아는 사람을 찾아가 선물을 주고 밥을 사는 것도 낯부끄러운 행동이지만, 이마저도 김영란법 때문에 제한적이다. 이렇게 어렵게 관리한 인맥으로 본인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주로 이런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본인 회사의 회장님을 출석하지 않도록 하기, 법에 의해 막힌 사업을 개정하도록 요구하기 등이다. 이런 일이 잘 풀리면 그만이지만, 사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상당수라 대관 직원도 명줄이 길지 않아 이직을 반복한다고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들 대관직 사람을 불쌍히 여기자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손에 똥 묻히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대관을 선택해 하고 있다. 그러다 인맥이 떨어지고 성과가 나쁘면 갈 곳을 잃는 신세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더 큰 일을 했던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더 많은 돈을 받고 어쩌면 더욱 중요한 대관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인물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차기 정부 2인자가 될 예정이라면 미래가 암담하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자신은 떳떳하다고 말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나라가 현재 갖고 있는 대관 문화가 당장 사라지게 할 순 없다. 로비가 불법이고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음에도 대관은 여전히 정치권 깊숙이 박혀있다. 다만, 이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떳떳하게 나오는 것을 손 놓고 보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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