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이에 대한 제재가 줄을 이었다. 푸틴과 얽힌 신흥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제재 역시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내세운 대응방안 중 하나다.

[뉴스엔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이에 대한 제재가 줄을 이었다. 푸틴과 얽힌 신흥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제재 역시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내세운 대응방안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이에 대한 제재가 줄을 이었다. 푸틴과 얽힌 신흥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제재 역시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내세운 대응방안 중 하나다. 사진/ 뉴시스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이에 대한 제재가 줄을 이었다. 푸틴과 얽힌 신흥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제재 역시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내세운 대응방안 중 하나다. 사진/ 뉴시스 제공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에 따르면, 구소련 붕괴 이후 올리가르히는 수십년 동안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이루며 1조 달러(약 1238조 원) 이상에 달하는 돈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명목 회사'(Shell company, 자금을 보유하고 다른 기업체의 금융 거래를 관리하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들에 이 돈을 숨긴 것으로 전해진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푸틴과 그 측근들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불법자금 규모, 소유자, 은닉 과정 등이 재조명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애틀랜틱 카운실의 2020년 보고서에서는 "푸틴과 측근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다크 머니’의 4분의 1이 간첩, 테러, 산업 스파이, 뇌물, 정치 공작, 허위 정보 등의 목적을 위해 이용되고 조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올리가르히(oligarch)’는 고대 그리스에 존재했던 소수 기득권에 의한 정치 지배(과두정치)를 뜻하는 ‘올리가키’의 러시아어다. 현재는 1991년 소련이 붕괴된 뒤 부와 권력을 얻은 신흥 재벌과 관료들을 지칭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올리가르히들과 그들의 가족과 측근들에 대해 비자 제한과 자산 동결 등 제재를 단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국정 연설에서 올리가르히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들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후원 세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에 대한 범죄를 잡아내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프랑스 정부는 3월 3일 국영 석유 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과 관련된 호화 요트를 남부 항구에서 압류하는 등 올리가르히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푸틴 주변의 '검은 돈'이 이미 서방에 다양한 경로로 유입돼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리가르히 제재 실효성 의문...바이든 지역구 델라웨어 등도 '돈세탁'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EU가 신흥재벌(올리가르히)들이 소유한 재산 추적·동결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EU가 제재 리스트에 올린 올리가르히는 700명가량으로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과 사업가, 군인 등이 이에 포함된다.

EU는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의 은행 계좌와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혔지만, 법적 제약과 집행 문제로 지금까지 그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거래 및 금융예금에서 3억9천만 유로(5천230여억 원)를 동결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네덜란드 및 역외 센터에 있는 은행 계좌와 기타 금융 기관 등에 보유 중인 올리가르히들의 재산의 1%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르투갈은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이 소유한 은행 계좌 하나를 차단했지만, 계좌에 예치된 돈은 242유로(32만여 원)가 전부였다.

프랑스의 경우 요트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개인들의 자산 8억5천만 유로(1조1천400여억원)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원 소유주들이 이들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뿐만 아니라 유사한 제재를 가한 미국도 법적 장애물에 막혀 올리가르히들의 재산을 동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러시아의 ‘검은 돈’ 중 상당 금액이 서방 국가에 흘러들어간 것도 경제적 제재 효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키프로스로 2013년에만 360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케이먼 군도 등도 러시아 '검은 돈'의 단골 피난처인데, 이런 자금들은 뉴욕과 런던의 금융자본으로 유입되어 투자되면서 돈세탁의 과정을 거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2021년 보도한 '판도라 페이퍼스'는 "마피아부터 국왕까지 조세도피처들의 주요 고객들"의 존재와 이들의 부정한 재산을 서방 시스템이 세탁시켜주었다며 집중 보도했다. 여기에서도 러시아 올리가리히들의 존재와 영향력이 확인됐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델라웨어,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네바다 등도 손쉽게 역외회사를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돈세탁의 천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출신이다. 바이든도 델라웨어주에 '명목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을 활용해 재산을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협상에도 마수(魔手) 뻗히는 올리가르히...러시아 강경파 '독극물 테러' 의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명단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바이든에 직접 요청한 것도 이런 복잡한 속내를 보여준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를 소유하고 있는 아브라모비치는 대표적인 올리가르히로 꼽힌다.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푸틴과 가까운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휴전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바이든 행정부에 이같은 요청을 했고, 초기 제재 명단에 포함됐던 아브라모비치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한편, 아브라모비치를 포함해 평화협상에 참여했던 협상단 일부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을 보인 사실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2명이 이달 초 키이우에서 비공개 평화협상을 진행하다가 유사한 독극물 중독 증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은 없었지만, 러시아 강경파들이 종전을 원치 않아 평화협상을 방해하려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크렘린은 입장 표명을 거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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