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청와대를 비우는 것에 찬성한다. 적어도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한국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도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확인하는 나라, 대통령도 출근하는 날과 퇴근하는 날을 확인하기 위해 달력을 보는 나라가 될 것이다.

[뉴스엔뷰] 한국에 계급이 있다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람은 대통령일까?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서 단순히 국민이 가진 주권을 건네받아 행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가장 평등한 위치에서 국가를 운영해야 대표성이 더욱 특별해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이 국방부 청사를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이 국방부 청사를 바라보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일 것이다. 필자 역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경험하고 있지만, 집과 직장이 물리적 거리가 있어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 역시 출퇴근을 해야 대표성이 뚜렷하고 평등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간 한국의 대통령은 청와대 속에서 생활하고 출퇴근을 하며 지냈다. 그곳은 집무실과 사무실이 있겠지만, 언제 일을 하고 출근과 퇴근을 하는지 알려지기 힘든 곳이다. 굉장히 폐쇄적인 공간이면서 상당히 권위적인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청와대를 사용하는 대통령과 일반 국민 사이의 거리감은 당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일반 국민은 땅을 파고 내려가듯이 낮은 계급의 사람이 된다. 그렇게 청와대는 대통령과 국민을 갈라놓는 역할을 했다.

과거 정부에선 청와대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를 통해 일어나는 일이 비리로 이어졌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됐고, 몇몇은 재판을 통해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 근거가 됐다.

특히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활동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거나, 청와대를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이 나와도 수사당국이 진입할 수 없는 장면은 이러한 계급성을 잘 보여준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행적을 끝내 알리지 않고도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는 피할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현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를 비우고 광화문 정부청사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보안과 경비 등의 문제로 물거품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청와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다시 새롭게 공약을 꺼낸 것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최근 용산 국방부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도전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청와대를 비우는 것에 찬성한다. 적어도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한국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도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확인하는 나라, 대통령도 출근하는 날과 퇴근하는 날을 확인하기 위해 달력을 보는 나라가 될 것이다.

현재 청와대 직원들은 밤낮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대부분 그들이 선택한 직업이겠지만, 이처럼 출퇴근이 명확하지 않은 것 역시 대통령이 출퇴근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대통령이 앞으로 본인의 직원들, 이를 넘어 국민들의 출퇴근을 걱정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면 한국은 변화할 것이다. 정시퇴근이 지켜질 수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도, 재택근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장밋빛 희망을 걸어보며 청와대 이전을 응원하고 싶다.

다만, 현재 윤 당선인이 제안한 용산 이전은 비용과 보안 등을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이를 현재 정부에서 허가해주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정치권 내 소문으로는 윤 당선인이 청와대의 터가 좋지 않아 이전하려고 한다는 ‘풍수지리설’도 나돌고 있다.

광화문 청사 활용, 세종시 청와대 제2부속실 건설 등 다양한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안들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나왔던 제안이다. 이미 논의했지만 무산됐던 계획이 아니던가?

이번에도 청와대를 비우지 못하면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못 볼 수도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당장 방법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서둘러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 더 좋은 방법은 시작해보고 나중에 찾더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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