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성장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주변 도시 간의 경쟁에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경쟁은 지역이기주의로 번지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이기주의 ‘끝판왕’인 오송 드리프트는 우리나라 철도 지도를 끔찍하게 만들어 버리고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쌓아두고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뉴스엔뷰]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찾아가지 못했던 시골을 오랜만에 방문할 생각에 KTX 예약을 서둘렀다. 역시나 사람들이 몰려 예약이 쉽지 않았다.

 KTX와 SRT 초기 노선도. 사진/ 코레일 제공
 KTX와 SRT 초기 노선도. 사진/ 코레일 제공

필자는 호남에 큰집을 두고 있어, KTX 호남선을 타야 한다. KTX를 이용하면 약 2시간 내에 서울특별시에서 광주광역시까지 갈 수 있다. ITX-새마을과 무궁화 열차에 비하면 빠르지만, KTX 호남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불만의 원인은 바로 ‘오송 드리프트’로 불리는 KTX 오송역과 이로 인한 KTX 하행선 분기점이다. 드리프트(Drift)는 자동차 레이싱에서 급커브를 빠르게 도는 기술을 말하는데, 오송역 분기로 인해 KTX 호남선이 직선을 달리지 못하고 급커브를 하고 다시 직선을 달려야 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철도 마니아 사이에선 오송 드리프트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서 최악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덕분에 호남선 승객들이 매번 손해를 보고 있으며, 더불어 세종시의 KTX역 설치도 발목을 잡으면서 지역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오송역을 알아보기 전에 오송 주변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는게 좋겠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에 속한 오송읍 일대인 이곳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 건립을 시도하면서 유력후보지로 꼽혔던 곳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투기열풍이 불어 땅값이 올라 이도 저도 못하는 난감한 곳이 돼버렸다.

여기에 KTX 선로 계획이 구상중이던 정부에 충북은 오송에 KTX역 설치를 요구한다. 문제는 여기서 충북 측이 하행선의 분기가 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는 천안아산역이 분기가 되는 것보다 여러모로 비효율적인데, 만약 천안아산역이 분기로 건설됐다면 공주역, 익산역, 정읍역, 광주송정역 등 일직선상의 역들로 인해 KTX 호남선은 더욱 빠르게 운행됐을 것이다.

결국 오송역이 분기로 결정되면서 충청남도 공주시와 전라북도 익산시, 전라남도 정읍시, 광주광역시의 주민을 포함에 이 주변에 사는 시군구 시민들이 모두 피해를 봤다. 반대로 오송은 KTX 분기를 유치한 이후 행정수도가 세종시로 결정되자, 국가산업단지를 건설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다.

지금의 오송은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얻었다. 이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등이 있으며 여러 바이오기업이 입주해 있다. 오송은 높은 수도권 접근성과 국가기관이 가깝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도시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오송 드리프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한다. 바로 아랫동네인 세종특별자치시 시민들은 서울과 오가는 핵심 교통시설인 KTX가 오송에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종시는 매번 세종시 KTX역을 건설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오송역 이용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충북에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특히, 세종시 내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KTX 이용률이 상당하다. 서울 내 부처와 협의를 위한 출장과 국회 상임위원회 출석 등을 위해 KTX를 이용하느라 막대한 세금이 이용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종시 내에 KTX역 신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시 옆동네인 공주시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천안아산역이 분기로 결정됐다면 공주시 내 접근성이 좋은 KTX역이 건설됐을 것이다. 하지만 오송 드리프트로 인해 공주시 외각 접근성이 부족한 곳에 KTX역이 건설됐고, 공주역은 열차 1대당 평균 이용객이 10명 정도로 초라한 KTX역이 돼 버렸다.

전북과 전남, 광주 지역 사람들은 당연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손해보고 있다. 당초 코레일 측에선 오송 드리프트로 인해 생긴 늘어난 선로와 느려진 시간 만큼 요금을 할인하겠다고 했지만, 호남 지역에선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9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년간 전북, 전남, 광주의 KTX 이용객들이 추가 부담한 KTX 비용이 6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매번 호남선 이용객들은 오송 드리프트로 인해 급커브 선로가 19㎞를 더 타야해 손해를 봐야 한다.

물론, 도시가 성장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주변 도시 간의 경쟁에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경쟁은 지역이기주의로 번지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이기주의 ‘끝판왕’인 오송 드리프트는 우리나라 철도 지도를 끔찍하게 만들어 버리고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쌓아두고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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