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 청년 정치평론가가 바라본 더 나은 세상
한계에 부딪힌 자본주의,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주의 열풍

[뉴스엔뷰] 밀레니얼 세대는 근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이다. 가장 똑똑하지만 동시에 가장 가난한 세대이기도 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근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이다. 가장 똑똑하지만 동시에 가장 가난한 세대이기도 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동녘출판사, 한겨레 제공
밀레니얼 세대는 근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이다. 가장 똑똑하지만 동시에 가장 가난한 세대이기도 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동녘출판사, 한겨레 제공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급진화를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 주거마련의 고됨과 치열한 교육 경쟁으로 청년들이 궁핍한 처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난 한국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 가운데 좌파에 가까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20대 득표율은 12.7%였다. 한국 청년들이 학업과 생업으로 너무 바쁘기 때문에 서구에 비해 온건하다는 것이 교수의 견해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은 버니 샌더스는 민주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회주의 돌풍을 몰고 왔다. 냉전시대를 거쳐 그동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선과 악의 대립 구도로 바라보았던 미국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 청년 정치평론가 네이선 로빈슨은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되면서 소개된 책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을 통해 “샌더스 선거운동의 밑거름이 된 것은 밀레니얼 세대”라고 언급한다.

2015년, 학자금 대출금으로 15만 달러를 갖고 있었던 평범한 밀레니얼 세대 청년 네이선 로빈슨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이었다. 그는 본인의 책을 통해 지난 자본주의가 지배했던 사회가 보여온 한계점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자신이 사회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최근 청년들이 자본주의로부터 등을 돌리는 현상을 명징하게 짚어낸다.

자본주의의 요람인 미국에서 어떻게 사회주의가 득세할 수 있을까? 미국 청년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온 재앙은 사람들에게 자본주의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하였다. 2011년 ‘월가를 점거하라’와 같은 구호는 미국을 경제위기로 몰아넣고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자본가들, 즉 자본주의의 한계를 고발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와 정치 구조가 근본적인 불공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청년들은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편해줄 사람을 기다려온 그들을 대변해준 것이 바로 민주 사회주의자 샌더스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버드정치연구소가 주관한 여론조사에서 자본주의에 온전히 긍정하는 집단은 50세 이상뿐이라고 밝혀졌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자본주의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금융위기 당시 파산과 압류를 두 눈으로 목격하며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절반 이상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저자는 ‘1부 이 세상은 어딘가 잘못됐다’에서 사회주의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자본주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2부 사회주의는 옳다’, ‘3부 이데올로기 따져보기’에서는 좌파 정치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원리에 따르면 좌파와 사회주의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좌파와 사회주의가 지닌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표현하고, 그 이념이 작동하는 원리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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