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인 사업가가 태국에서 각기 다른 대리모를 통해 자녀 16명을 얻은 사건이 알려져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호주의 한 중년 부부는 지난해 12월 태국 대리모를 통해 남녀 쌍둥이 아기를 얻었으나 장애가 있는 남자 아기를 버리고 갔다. 대리모 출산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태국 군사정부는 상업적 대리모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뉴스엔뷰] 최근 일본인 사업가가 태국에서 각기 다른 대리모를 통해 자녀 16명을 얻은 사건이 알려져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호주의 한 중년 부부는 지난해 12월 태국 대리모를 통해 남녀 쌍둥이 아기를 얻었으나 장애가 있는 남자 아기를 버리고 갔다. 대리모 출산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태국 군사정부는 상업적 대리모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미국과 인도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작정 금지하면 ‘해외 원정 대리모’ 등 각종 불법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진/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미국과 인도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작정 금지하면 ‘해외 원정 대리모’ 등 각종 불법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진/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014년 “대리 임신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규 제정을 검토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워낙 윤리적으로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 입법을 추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인도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작정 금지하면 ‘해외 원정 대리모’ 등 각종 불법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내에서는 해외 원정 시술 브로커들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활동 중이다. 의학적으로 대리모 시술 외에는 아기를 가질 방법이 없는 불임 부부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

대리모 시술을 허용할 경우 “여성의 신체를 도구화했다”는 등 종교계와 여성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자궁을 빌려주고 생계를 잇는 ‘상업적 대리모’도 논란의 대상이다. 여성 신체를 거래하는 성 상품화라는 비판과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의학계에서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자궁내막암 등으로 수술을 받아 자궁이 없는 여성들은 대리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의학적 관점에서는 대리모를 허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용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의대교수는 “대리모는 기본적으로 가족과 출산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손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며 “통원비와 건강유지비 등 대리모가 입을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대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계의 입장도 부정적이다. 기독교윤리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자녀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받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대를 잇겠다고 나설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제도화되지 못한 ‘대리모’는 음성화되고 있다.

결혼 4년차 회사원 전모(34)씨는 2년 전부터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불임클리닉을 찾은 전씨는 자궁내막증이 있어 임신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절망감에 밤새 불임부부 인터넷 카페 글을 읽던 전씨는 많은 불임부부들이 대리모를 구해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리모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를 위해 인공적으로 수정을 받거나, 수정란을 이식받아 대신 출산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인터넷에서 ‘대리모 지원’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수십 건의 대리모 홍보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전씨는 한 대리모 알선업체에 전화를 해 상담까지 받았다. 전씨는 “자연임신을 위해 좀 더 노력해볼 생각이지만 계속 임신이 되지 않으면 대리모를 써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대리모 알선업체에 문의한 결과 “‘통계약’에는 6500만원이 필요하다”는 답을 들었다. 통계약은 업체 측이 대리모가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업체 관계자는 “만약 본인이 출산한 것으로 서류를 꾸미고 싶다면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대리모가 출산하는 시기에 맞춰 의뢰인이 직접 출산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

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우선 의뢰인인 불임부부는 계약금으로 1500만원을 업체에 지급하고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여성을 상대로 면담을 실시한 뒤 대리모를 선정한다. 대리모는 지능지수가 높고 20대 후반에 최근 1~2년 안에 출산 경험이 있으면 ‘A급’으로 분류된다.

업체 관계자는 “너무 어린 여성을 대리모로 세우면 변심해서 아이를 내놓지 않는 경우가 있어 되도록이면 20대 후반부터 대리모를 세운다”고 말했다.

대리모가 선정되면 업체가 알선한 불임치료 전문 병원으로 가서 신체검사를 거친 뒤 3차례에 걸쳐 시술을 한다. 업체 측은 “남편은 이때만 함께 오면 된다”고 했다.

불임부부는 대리모가 임신한 후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면 잔금 5000만원의 30%를 업체에 지급한다. 이어 3개월차, 6개월차에 15%씩 지급하고 출산 후 나머지 40%를 주면 모든 거래가 끝난다. 대리모의 생활비는 별도로 매달 100만원씩 줘야 한다. 업체 측은 “월세 50만원과 생활비 5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리모가 낳은 아이를 정상적 절차를 밟아 입양했을 때의 경우다. 만약 의뢰인이 직접 아이를 낳은 것처럼 출산서류를 위조하거나 대리모의 난자를 이용해 아이를 낳았다면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같은 대리모들의 계약이 대부분 무리하게 이뤄진다는 데 있다.

계약서에는 의뢰인이 ‘갑’, 대리모가 ‘을’, 브로커가 ‘병’으로 명시돼 있으며 대리모가 기혼자일 경우 남편의 동의도 받도록 했다. 친권에 대해 “대리모 부부는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시술로 태어난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주장하지 않으며 출산 뒤 친권포기각서의 공증을 받고 나서 잔금을 받는다”고 돼 있다. 출산 뒤에는 1주일 안에 거처를 옮겨야 하며 이후 의뢰인과는 일체 왕래를 끊어야 한다.

사례금 3300만원은 대리모에게 선금으로 1500만원을 주고 착상 성공 이후 매월 100만원씩 지급하게 돼 있다. 잔금은 출산 뒤 지급하며 브로커에게는 사례금의 10%선인 300여 만원이 수수료로 지급된다.

계약서는 임신과 출산에 따른 모든 위험을 대리모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리모 임신에 자연임신과 같이 유산, 이상임신, 합병증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임신 중 발생하는 선천적 이상, 사망·상해, 질병에 대해 경제적·법적·도덕적으로 야기되는 모든 문제는 대리모 자신이 책임진다. 의뢰인은 민·형사상 어떠한 손해배상 및 책임도 지지 않는다.”

기형아를 출산하면 의뢰인이 친권을 거부할 수도 있다. 대리모가 임신중 음주·흡연·성관계 등을 할 때에는 곧바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의뢰인과 브로커에게 받은 금액의 2배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 임신중 5일 이상 연락이 두절되는 것도 계약파기 사유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모를 하겠다고 나선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불리한 조건에도 계약이 쉽게 성사됐다고 한다”면서 “이 여성들은 금지된 행위를 한다는 생각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보호를 요청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대리모를 자원했던 여성으로부터 전해들은 계약서 내용도 브로커가 가지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대리모 의뢰자를 구하고 있던 A(29)씨. 최근 다시 만난 그는 대리모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불임부부들과 접촉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보증을 잘못 서 9000만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전락, 대리모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A씨는 계약조건이 기가 막혀 포기하고 말았다.

생활비, 출산비용과는 별도로 9000만원이라는 높은 사례금을 주겠다고 한 불임부부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비의 싹을 자르자며 구체적인 내용의 계약서를 제시했다. 임신이 확인되면 3000만원을 선금으로 지급하고, 4개월 후 3000만원, 출산 후 다시 3000만원을 주는 식이었다.

계약서에는 “의뢰인이 중간에 계약종료를 원할 경우 대리모는 태아를 포기(임신중절)해야 하며 이 경우, 의뢰인이 위약금으로 1000만원을 준다”고 돼 있었다. 의뢰인의 사정이란 이혼이나 뜻하지 않은 임신 성공, 파산 등으로 인해 아이가 필요 없어지거나 사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만약 대리모가 임신중절을 거부한다면 보수는 한푼도 없을 뿐더러 의뢰인은 태어날 아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돼 있다.

아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경우 의뢰인 측이 아이를 인수하되, 출산 뒤 대리모에게 주기로 했던 3000만원은 없던 일로 한다. 남아를 출산할 경우에는 별도로 소정의 사례금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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