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초 서울 마포구는 홍대앞을 포함한 마포구 일대를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관광특구 지정은 서울시에서 이태원, 명동·남대문·북창, 동대문패션타운, 종로·청계, 잠실, 강남에 이은 7번째로 전국 단위로는 34번째다.

[뉴스엔뷰] “예술가들이 모이면 핫플레이스가 된다”

위의 문장은 망가진 도시를 살리는 가장 쉽고도 빠른 지름길을 설명하는 말로 유명하다. 흔히 도시가 경제적으로 후퇴하면 일자리가 줄어 사람이 사라지고 상권이 망가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상가가 텅텅 비게 되면서 임대료가 낮아진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가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사진/ 마포구 제공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가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사진/ 마포구 제공 

이렇게 비어버린 상가에 예술가, 창작가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지만 창의적으로 골목과 도시를 꾸밀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이 다시 몰리고 상권을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원초적인 골목 살리기 방식이다.

최근 SBS의 요식업 상권 코칭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종영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많은 자영업자를 코칭하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상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줬다. 이 프로그램은 요식업에 한정해 상권 살리기에 나섰지만, 보다 넓은 범위의 상권을 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로 인해 거리에 사람이 줄어든 시기에 상권 회복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4명을 넘는 인원이 모이기 어렵다. 연말이어도 사람이 몰리기 어려워 상인들의 표정에도 수심이 깊다.

하지만 거리두기 조치와 무관하게 항상 사람이 몰리는 곳이 있다. 서울특별시의 가장 핫한 거리로 꼽히는 마포구 홍대앞이다. 홍대앞은 홍익대학교 인근 상권을 말한다.

사진기자들이라면 크리스마스 연휴를 그냥 지나칠리 없다. 연휴기간 온라인 뉴스로 접한 홍대앞 사진은 많은 인파가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 지침을 지켰다면야 누가 뭐라하겠는가, 필자는 이 글에서 방역지침이 아닌 홍대앞의 숨은 도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선, 홍익대가 어떻게 미술학과가 유명해졌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어째서 길거리에 미술학원의 합격 현수막에 가장 먼저 자랑하는 대학이 홍익대인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뜬금없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로 거슬러 올라간다.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1961년에 문교부를 통해 대학정비령을 실시한다. 대학정비령은 당시 군사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을 줄이거나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홍익대는 미술학부를 제외한 모든 학부가 폐지된다.

홍익대는 홍익미술대학으로, 홍익공예고등전문학교로 변화하다 1971년 수도공과대학을 합병하여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미술분야에 특화된 대학이 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홍익대 주변인 지금의 홍대앞은 대부분 미대생이 거주하게 됐다. 홍대앞은 과거 대부분 단독주택이었고 당시 미대생들은 주택의 주차장을 활용해 작업실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홍대앞은 창의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이야기는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예술가들이 홍대앞에 몰리게 되면서 트렌디한 상권이 형성된 셈이다. 예술인들이 더욱 몰리고, 이를 좋아하는 젊은층이 찾으면서 홍대앞은 지금의 모습이 됐다.

12월초 서울 마포구는 홍대앞을 포함한 마포구 일대를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관광특구 지정은 서울시에서 이태원, 명동·남대문·북창, 동대문패션타운, 종로·청계, 잠실, 강남에 이은 7번째로 전국 단위로는 34번째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련법령으로 인한 여러 특례가 주어지고 서울시의 보조금 최대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혜택이 있다면 홍대앞이 더욱 핫플레이스가 되는 걸까?

아니다.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짚어봐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고급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기존 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홍대앞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홍대앞에 더욱 사람이 몰리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 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관광특구가 된다면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임대료가 오르면 기존의 예술인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다. 예술인이 떠난 자리엔 고급 음식점과 의류매장이 들어설 것이다. 홍대앞은 기존의 창의적인 특유의 감성을 잃고 평범한 상권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정말 안타깝게도 홍대앞이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모두 상인들과 시민들이 거리문화를 재밌게 가꾸어 놓았다. 하지만 단순히 건물주가 자신의 잇속을 위해 임대료를 올리고 이러한 거리문화를 사라지게 만든다. 너무 단순한 돈에 의한 선택이란 것이다.

필자가 정치부 기자 시절 신촌 인근 대학 학생회장 출신의 국회의원과 식사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당시 신촌 상인회에서 땅값 떨어질까봐 나이트, 클럽, 술집 같은 걸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 그런게 다 홍대앞으로 갔다는 것이다. 결국 신촌보다 홍대앞이 더 번성해 상가 임대료는 오히려 신촌이 더 적다보니 지금은 후회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돈의 논리가 지금의 도시를 만들고 있다. 어쩌면 군사 쿠데타로 인해, 어쩌면 예술가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어쩌면 건물주들의 선택으로 도시는 또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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