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신문기사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건 ‘10조 신공항 건설’이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문장이었다. 10조원이라면 얼마인가? 국내 주식 부자 순위 1위를 지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약 14조원)에 이어 부자 2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금액이다.

[뉴스엔뷰] 벌써 2021년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와있다. 칼럼을 쓰기 전 올해를 돌아보며 신문기사를 1월부터 다시 넘겨보며 되새겨보았다. 당연 코로나19로 인한 뉴스가 수두룩하다.

광주광역시는 광주공항의 항공기 소음으로 동서가 양분돼 발전하면서 중심지 개발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맵 갈무리
광주광역시는 광주공항의 항공기 소음으로 동서가 양분돼 발전하면서 중심지 개발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맵 갈무리

올해초 신문기사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건 ‘10조 신공항 건설’이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문장이었다. 10조원이라면 얼마인가? 국내 주식 부자 순위 1위를 지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약 14조원)에 이어 부자 2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금액이다.

10조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주인공은 가덕도 신공항이었다. 당초 부산 강서구에 있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려고 했던 방안을 틀어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립하는 주체다. 이 방안은 몇 년을 찬반이 양립하던 주제였으나 올해 갑자기 훈풍이 불었다.

가덕도 신공항이 탄력을 받은 것은 부산시장의 재보궐선거 때문이다. 과반 의석을 갖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시장 자리를 뺏길 수 없다는 위협감에 사로잡혀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밀어붙였다.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선거를 앞두고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급물살을 탔다.

당시 법안을 논의하면서도 가덕도 신공항을 짓기 위한 예산이 얼마가 들어갈지 제대로 검토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항 건설에 10조원이 들 수 있다”는 말이 나왔던 것이 당시 신문기사 타이틀의 빌미가 됐다. 어처구니없게도 현재까지 가덕도 신공항의 총 건립비용은 오리무중이다. 국토교통부는 28조원을 예상하기도 했다.

김해공항을 이전하는 문제와 같이 대구도 공항을 경북으로 이전하기 위한 움직임을 진행 중이다. 대구는 함께 운영되는 대구국제공항과 군공항을 모두 경북 의성군·군위군에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은 군공항의 소음 문제 때문에 주민투표 등 여러 찬반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모양이다.

새로 이전하는 대구공항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될 예정인데, 이 역시 예산이 9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건설 예정지가 대구와 50km 이상 떨어져 있어 이용객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경북은 이미 울진공항과 예천공항 등을 건설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럼 이들 왜? 공항을 도시에서 외곽으로 멀리 이전하는지 궁금해지는 무렵이다. 첫 번째는 역시 돈이다. 공항은 주변 부동산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주범이다. 공항 주변은 법적으로 고도제한을 두기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심 공항인 김포공항 역시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강서구 인근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선거철만 되면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하곤 한다. 최근 대선에서도 김포공항 이전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게다가 공항은 항공기 소음을 일으키며 주거환경을 나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킨다. 항공기 소음보다 군 전투기 소음이 더욱 심각한데, 일자로 뻗은 소음 피해 규모 때문에 도심 공항은 일직선으로 주택개발을 저해하곤 한다.

부산과 대구 역시 현재 공항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 공항을 이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은 정부가 투자할 것이고, 이전하고 난 뒤 도심은 개발을 통해 발전할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횡재가 어디 있겠는가.

신문기사를 읽어보다가 인터넷 지도 사이트를 접속해봤다. 여러 도심 속 공항을 살펴보니 잊고 있던 진짜 문제아를 발견했다. 사실 도심 공항 중 진짜 큰 문제로 꼽을 녀석은 광주공항이다. 광주공항은 광주광역시를 두 동강 내면서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광주도 대구와 마찬가지로 군공항을 함께 가지고 있다. 광주 인근 전라남도 무안군에 있는 무안국제공항에 국내선을 넘기면서 민간공항 이전 문제는 해결됐지만, 군공항 이전은 무안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앞서 서술했듯이 군 전투기의 소음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것이다.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해 정부의 행정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 문제가 수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비슷한 시기에 논의됐던 경기도 수원시의 군공항은 벌써 화성시에 이전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생긴 ‘군공항 이전 지원 특별법’으로 인해 이전된 곳에 여러 혜택을 주는 방안이 효과를 본 것도 있다.

답답한 행정 속에 광주만 두동강이 난 채로 또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올해 광주공항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여행 호재로 이용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도로 보는 광주는 서쪽으로 KTX 광주송정역 주변과 하남지구 등이 활발히 개발됐지만 영산강 인근은 공항 소음으로 인해 논과 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동쪽으로도 공항 일직선으로는 개발이 안돼 있고 거리를 두고 광주광역시청과 함께 상무지구와 기아자동차공장 등이 보이는 시가지가 형성돼 있다.

광주는 공항 이전 문제를 해결하면 동서로 나눠진 도시 한 가운데를 메우면서 다양한 개발을 구상할 수 있다. 현재 공항 인근도 개발 움직임이 활발한데, 광주공항 인근에 선운2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서고, 또 인근에 있는 39만6694㎡(12만여평)에 달하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이전을 확정했다.

해가 지나가면 필자는 지도 사이트를 통해 예전 위성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해보곤 한다. 내년 이맘때에 광주를 반으로 갈라놓은 일직선 위성 사진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보면서 이번 칼럼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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