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적대시 철회, 논의 용의" 선결조건 내세워

[뉴스엔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제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제안하고 나선 지 이틀 만인 24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흥미 있는 제안이자, 좋은 발상"이라고 화답하면서 모처럼 남북 간에 대화 재개를 향한 긍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한반도에서부터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두 해 전, 이 자리에서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세 가지 원칙으로 천명했다. 지난해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의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이번 유엔 연설문에서 엿보이듯 종전선언과 이어질 평화협정 로드맵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 

김여정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

이에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4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장기간 지속되여오고있는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반응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선 철회를 촉구하면서 논의를 회피하지 않을 의향을 내비쳤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자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론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결론적으로 밝혔다. 

김 부부장은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론의를 해보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우리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였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나는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랑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긴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는 "선결조건이 마련되여야", "의의있는 종전 선언"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 정부를 향하여 "조건 마련"이라는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담화문은 우리 정부와 미국의 향후 대북 대응책을 보면서 남북 또는 북미 대화의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청와대 제공)

미국 "종전선언 논의 열려 있다"면서도 완전한 선 비핵화 강조

이번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에 대해 미국은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북한과의 관여를 계속 추구한다. 종전선언 가능성을 논의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항상 그랬듯이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덧붙였다. 

논평의 주체가 미 국방부 대변인이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선비핵화라는 미국의 대북 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남북은 지난 2018년 4.27판문점 선언에서 한국 전쟁 종전(선언 추진)을 합의했고, 중국 또한 큰틀에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 합의문을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백악관에서 퇴출된 대북강경파 존 볼턴은 회고록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추진했으나 자신과 일본이 강하게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도달을 위해서는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이라는 미국의 약속 이행이 지켜져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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