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보도를 보면 이같은 언론사의 거북함이 잘 드러난다. 또 180석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월 내 통과를 선언한 만큼 관련 보도에는 언론사의 다급함도 엿보인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통과할 수 있을까? 지난 10일 제3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후 2시에 회의를 열고, 저녁 7시까지 치열하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논의했지만 박정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장의 심사보고만 이뤄졌지 결론을 짓지 못했다. 12일 오전 10시 다시 열리는 전체회의에서도 여야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표결이 아니면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내 입법 완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언론재갈법'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부분의 언론이 힘을 싣고 있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국회 본회의까지 가는 데는 더욱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왜, 언론과 국민의힘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반대할까? 심지어는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언론사나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입장은 반대에 가깝다. 이번 기획에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왜 필요한지, 또 이해관계나 입장에 따라 국민의힘이나 언론사가 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반대하는지를 살펴보고 더 바람직한 언론 환경을 위한 방안을 찾아 보고자 한다.

아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뉴스엔뷰>의 기획이다.

기획 1. ‘징벌적 손배제’ 견제 받아본 적 없는 권력이 느끼는 거북함

기획 2. '정당한 알권리'와 가짜뉴스 사이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기획 3.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기자의 자기검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아래 삼성X파일,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는 가능한가?

기획 4. 언론에 의한 2, 3차 피해...피해구제 구제 방안은?

언론 인권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뉴스엔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가장 크게 반대하는 곳은 언론사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언론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견제가 없었던 권력을 누렸던 언론사가 법원이라는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가장 크게 반대하는 곳은 언론사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언론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견제가 없었던 권력을 누렸던 언론사가 법원이라는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가장 크게 반대하는 곳은 언론사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언론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견제가 없었던 권력을 누렸던 언론사가 법원이라는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최근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보도를 보면 이같은 언론사의 거북함이 잘 드러난다. 또 180석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월 내 통과를 선언한 만큼 관련 보도에는 언론사의 다급함도 엿보인다.

국민일보는 지난 5일 ["언론중재법은 언론재갈법"...논란의 '5대 독소조항']이라는 기사를 통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규정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난했다.

국민일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징벌적 손배제) 도입은 전문가들이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 중 하나로 꼽는 부분"이라며 "언론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인터뷰이로 삼아 문제를 키웠다.

문재완 교수는 국민일보의 기사에서 "징벌적 손배제를 발전시킨 미국조차 언론에는 이를 적용하는데 매우 신중하다"고 말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우리나라는 형사처벌과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완비돼 있는데 이런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헌법을 경시하는 태도”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특위는 보도가 나간 직후 반박문을 통해 반박했다.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언론보도 피해에 징벌적 손배제를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흔치 않다"면서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포괄적 손해배상제를 채택하고 있기때문"이라고 밝혔다. 영미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포괄적 손배제다. 언론사도 다른 법인이나 개인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 미디어특위는 "헌법을 경시한 태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헌법 제21조4항을 근거로 반박했다. 미디어특위는 "우리나라는 헌법 21조1항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와 동 4항에 규정된 언론에 의한 피해 구제라는 상충된 헌법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전례’가 없는 언론중재법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헌법 경시하는 게 아니라 헌법에 근거한 법률이라는 해명이다.

헌법 제21조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스피커로만 징벌적 손해배상 비판한 언론

국민일보에 인터뷰이로 등장시킨 문재완 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공통점이 있다. 문재완 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모두 뉴라이트 표방하던 인물이다. 지금은 다소 낯선 명칭이 된 뉴라이트는 이명박 정부 초기, '새로운 보수'를 외쳤던 이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 줄섰던 지식인, 정치인들이다.

문재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실 방송통신정책자문위원으로 있다가 2009년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당시 여당 측(자유선진당 추천) 인사로 참여했고, 그 여세로 같은 해 8월 MBC 이사회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맡아 2012년까지 연임했다.

문재완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도 언론계에서 그 위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문재완 교수는 2016년 미국 호화출장 비리로 물러난 방석호 전 사장에 이어 아리랑TV 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노조는 문재완 교수의 사장 임명에 대해 반발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언론노조는 문재완 교수에 대해 "MB정권이 언론 장악을 본격화하던 시기 종편 출범 등 미디어법 개악을 적극 옹호해왔던 인물"이라며 "MBC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 이사를 맡았을 때는 뉴라이트 출신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과 보조를 함께했다"고 지적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뉴라이트가 가장 위세를 크게 떨치던 2006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이 때문인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부터 법제처장을 지냈고 이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자유한국당으로 수차례 서울특별시장에 출마를 시도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결국 국민일보가 전문가인양 인터뷰한 저명한 두 인사가 모두 국민의힘 소속에 가깝다는 얘기다.

언론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이유는 대개 기자가 내용을 잘 몰라서라기보다 자신의 기사에 전문가의 '권위'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일보의 기사는 전문가를 빙자한 정치인을 내세워 스스로 기사의 권위를 추락시켰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일보 입장에서는 정치인이거나, 정치인에 가까운 인사를 중립적인 전문가로 둔갑시켰다는 점에서 독자를 기망했다고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아무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세울 만큼 언론사가 느끼는 거부감이 크고 다급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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