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동자들은 근로환경 개선, 고용안정성 제고 등을 기대하기 보다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미포함될 경우 초과 노동 등에 따라 인건비 인상이 불가피하고 그렇다면 입주민의 부담 관리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을 때도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인원을 감축한 아파트가 다수 생겼던 만큼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불투명하다. 

[뉴스엔뷰] 최근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언론을 통해 여럿 보도되면서 이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국회는 공동주택 경비노동자에게 경비업무 외 겸직을 허용하고 현재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운용되는 것을 일반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인 ‘공동주택관리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및 휴게, 휴일 등의 보장을 적용받지 못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및 휴게, 휴일 등의 보장을 적용받지 못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경비노동자들의 경비 외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국민 10명 6명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오늘날, 의아해할 법한 내용이다. 흔히 목격하는 경비노동자는 경비 외에도 조경관리, 청소, 주차관리, 재활용품 분류 및 처리, 택배 수령 및 보관, 각종 고지서 전달 등의 업무를 했기 때문이다. 즉, 경비노동자에게 경비 외 업무를 지시했을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괜찮다(?).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이므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경비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 제 2·3항에 명시된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에 포함된다. 경비업체는 근로기준법 제63조(적용의 제외)에 따라 경비노동자를 감시·단속적 근로종사자로 고용노동부에 승인 신청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를 별다른 고려 없이 승인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가 적고 간헐적·단속적으로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를 ‘감시·단속적 근로 종사자’라고 명명한다. 경비노동자를 포함해 수위, 물품감시원, 청원경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용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감시·단속적 근로는 취지와 달리 경비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산재현황’에 따르면 과로사 산재 신청건 수는 2015년~2017년 98건, 2018년~2020년까지 124건으로 1.27배 증가했다. 전체 신청건 수 대비 승인율은 평균 42.8%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경찰청은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 위탁관리회사에 대해 경비업법 제7조 제5항(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을 적용하기 위한 계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경비업무란 ‘도난 및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다.

국회 역시 경비원을 감시·단속적 근로자에서 일반노동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을 지난해 10월 개정했다. 이에 따라 경비노동자는 경비업법 상 정해진 업무 외에도 주차관리, 택배 수령 및 보관, 분리수거 등을 합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휴게시간 및 휴무일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은 오는 10월21일이다.

그러나 정작 개정 법안 적용 대상자인 경비노동자들은 근로환경 개선, 고용안정성 제고 등을 기대하기 보다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미포함될 경우 초과 노동 등에 따라 인건비 인상이 불가피하고 그렇다면 입주민의 부담 관리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을 때도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인원을 감축한 아파트가 다수 생겼던 만큼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불투명하다. 

이에 지난 1일 이경선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의원은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의원은 “경비노동자들에게 경비 외 업무를 합법적으로 가능케하고 정당한 급여와 근로복지를 제고하자는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의 시행을 앞두고 경비노동자듸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감시·단속직의 최저임금 적용 당시 벌어졌던 집단해고와 악의적인 근로조건 변경 사태가 또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센터장 또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경비 외 겸직업무가 합법화되는 상황에서 감시·단속직 불승인에 따른 인건비 상승 요인이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지게 돼 원래 입법개정 취지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권익 신장과 입주민 갑질 근절에 역행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센터장은 “입법개정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당사자들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경비노동자 감시·단속 문제해결과 교대제 개편을 비롯해 현실적인 고용안정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무엇보다 우리 사회와 입주민들이 경비노동자를 을(乙)이 아니라 아파트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상생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 참여자들은 고용안정 및 권익보호 대책안으로 ▲퇴근형 격일근무제, 경비원과 관리원의 이원화,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공공위탁관리 시범운영 등을 제안했다. 

노동계 역시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조직화하는 모습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20만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돌입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개정 시행에 의한 혼란 방지를 위한 노력은 커녕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동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기관인 고용노동부는 5월27일 민주일반연맹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 노동부가 경비노동자들의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교대제 개편을 비롯한 근무형태 변경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고용노동부의 감시·단속직 승인기준 개선 과정에 선제적으로 개입하고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 개정 전에 적극적인 사회 공론화를 위해 경비노동자 집중 조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법과 사회가 보호하지 못하는 경비노동자들의 권리를 스스로 보호, 보호장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민주노총은 서울 지역부터 함께 경빈동자 조직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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