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비극적인 상황 뒤에, 한국 기업 포스코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제230호 뉴스엔뷰] “미얀마 맥주를 팔 수 없다. 불매 운동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다웨이의 한 식당 주인은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미얀마 대표 맥주인 ‘미얀마맥주’의 수요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최근 복수의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군부 소유인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미얀마경제공사(MEC) 산하 주류사가 제조한 ‘미얀마맥주’와 ‘다곤맥주’의 국내 판매량이 2월 1일 쿠데타 이후 90%가량 감소했다. 군부 쿠테타에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선언, 일반 음식점은 물론, 사가잉주(州) 등에선 군부 맥주를 길거리에 뿌린 뒤 발로 밟는 시위가 진행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의 기린 맥주 역시 마찬가지. 일본의 맥주회사 기린은 미얀마양조유한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7%, 49.6% 하락했다”면서 “코로나19의 영향, 정치적 격변 등으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 감소는 미얀마양조유한회사와 관련된 기린 맥주의 불매운동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포미얀마는 이와 관련해 “기린의 실적 발표는 미얀마 사람들의 군 관련 상품 불매 운동이 효과적이었으며, 부패한 전쟁 범죄자들의 뒷주머니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우리는 기린이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끝내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와 기간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맥주 뿐만 아니라 군부가 관여하고 있는 마트, 통신, 은행, 복권 사업의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가 주도로 판매되는 아웅 바 레이 복권은 당초 매달 4000만장까지 팔렸지만, 쿠테타 이후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군부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비공개 긴급 보석 경매 행사를 열어 640만 달러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의 가스전 사업, 미얀마 민주주의 막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얀마 군부로 연결되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미얀마 유엔특별보고관이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군부의 핵심 자금줄이라고 지목한 것과 관련해 104개 시민단체가 모인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미얀마지지시민모임)은 “포스코가 미얀마 국영기업에 지급한 가스전 사업 대금이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며 관계 단절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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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여연대 소속 전은경 활동가는 “군부의 폭력적인 유혈 진압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얀마의 비극적인 상황 뒤에, 한국 기업 포스코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활동가는 “거리에서 다치고 죽어가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의 자금이 미얀마 군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일”이라면서 “포스코가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이 무색하게 무고한 시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군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포스코가 강조하는 윤리경영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 역시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을 동시간대에 지켜보는 일이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라며 “지금은 우리가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고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 외환 수입의 70%가 가스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포스코는 미얀마 쿠테타 세력과의 경제협력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미얀마 시민들에게 봄이 올 때까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파업과 불복종 투쟁에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C 소속 홍명교 활동가는 “포스코가 타국에서 수천억원의 이윤을 거두면서 현재 진행형인 학살엔 모르쇠로 일관하며 오히려 군부에 자신의 이윤을 기여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계속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보다 단단한 연대, 보다 전방위적인 연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가 연결된 선을 대형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을 중단하고 대금 지급을 유예할 때까지 계속 감시할 것이며 미얀마 시민들과의 연대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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