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뉴스엔뷰] 올해 2월 발표된 정부의 ‘서울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과 관련해 쪽방촌 주민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들은 열약한 주거환경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 차질없는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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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쪽방공공주택사업주민대책모임(이하 쪽방주민대책위), 정의당은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새꿈어린이공원에서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공공주택사업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들은 “서울역 인근 동자동은 쪽방 밀집지역으로, 낙후한 주거환경과 개발과 월세 상승으로 퇴거가 상시적인 위협인 곳”이라며 “공공주택사업은 동자동 쪽방 주민의 오랜 염원이었다. 지속적인 주거대책 마련을 요구해온 쪽방 주민들은 개발 이익이 아닌 주거권 강화, 흔들림 없는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계획에 따르면 국토부는 먼저 공공주택 1450호를 지은 후 쪽방촌 주민의 재정착이 완료되면 나머지 부지에 민간분양주택 960호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건물이 철거되는 동안 주민들은 게스트하우스, 조립식 주택 등 임시 거주지에 머무르게 된다. 국토부는 공공주택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넒고, 임대료는 현 임대료의 15%수준으로 저렴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개발구역 토지주와 건물주는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며 민간개발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 지난 4월 국민의힘 부동산정상화특위와 동자동 소유주는 공공주택사업 무력화와 민간개발 추진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현장간담회에 발언자로 참석한 김정호 사랑방주민협회 이사장은 “동자동 쪽방촌에는 가난하고 신체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모여 산다. 이곳에서는 별도의 화장실과 주방이 없고 창문도 없다. 방음과 보일러도 안 되고 물 세는 곳도 참 많다. 그럼에도 소유주들은 월세만 따박따박 받아가고 건물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그 사람들이 2월 정부의 공공주택사업계획이 발표되니 돈을 들여 현수막을 제작하고 붉은 깃발을 전봇대며 가스 배관, 틈새마다 걸면서 공공주택사업 무산을 양심없이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이들은 ‘제2의 용산참사 피바람을 각오하라’, ‘내 무덤 위에 공공주택 지어라’라는 현수막을 내걸더니 최근에는 ‘쪽방주민과 아름다운 민간개발’, ‘모두가 상생하는 민간개발’이라고 문구를 바꿔서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속이 빤히 보인다”면서 “일부 소유주들은 쪽방 주민을 찾아와 ‘절충하자’,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거 다른 거 없다. 따뜻한 밥 지어먹을 수 있고 깨끗한 곳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한 고시원 거주민 사례를 언급하며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소유주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박 활동가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코팅이 모두 벗겨진 밥통, 오래된 TV를 빌린 명목으로 매달 8천원을 내고 있다. 너무 노후화돼서 최근에는 작동도 안되는데 여전히 임대료를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지금까지 쪽방촌 주민들에게 관심 없던 사람들이 정부가 이들을 위해 공공주택사업 한다고 하니 이제 와서 상생을 얘기하고 뭘 원하느냐고 묻는다. 자기들 이익 앞에 약자를 내세우려는 태도가 뻔뻔하고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심상정, 배진교 등 정의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쪽방촌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에 공감하며 개발이익을 노리는 세력에 의해 공공주택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목소리 내겠다고 약속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쪽방은 단순히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서 화재에 취약한 목조 비율이 40%여서 다수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거 극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약자들을 위한 정부의 공공주택사업은 가장 기본적인 주거 복지”라며 공공주택을 ‘주거 약자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비유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동자동 소유주들은 공공재개발이 민간개발에 견줘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라는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도대체 쪽방촌 공공개발의 의미가 무엇이냐”면서 “소유주보다는 거주자를 재산권보다는 주거권을 보상보다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를 지어라’, ‘제2의 용산참사 피바람을 각오해라’라는 서슬 퍼런 현수막을 보고 가슴이 서늘했다. 물이 세고 천장이 내려 앉고 많은 어려움을 토로할 때 제대로 돌아보지 않던 분들이 민간개발을 앞세워서 ‘상생’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분들이 삶의 터조차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국민의힘은 민간재개발을 하면 더 많은 공급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 개발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고 싶다. 40여년 동안 최저주거공간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 버텨온 1200여명 주민을 위한 개발이 되야 한다”면서 “생색내기로 공공주택 조금 하고 나머지 주택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러한 개발은 정의당이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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