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후 미얀마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군부를 바라보며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왜 도와주지 못하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과거 군부 독재의 시절을 지나온 한국 사회로서는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을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엔뷰] 미얀마 군부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교부에 의하면 현재 군부에 의해 숨진 시민은 약 557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부의 과도한 쿠데타 진압을 규탄하고 있으나 투자 기업 규제와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이 반 군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쏘고 음향 폭탄을 터트리자 시위대가 시위 일선에서 퇴각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미얀마 군정이 평화 시위대를 상대로 실전용 무기를 점점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살상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이 반 군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쏘고 음향 폭탄을 터트리자 시위대가 시위 일선에서 퇴각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미얀마 군정이 평화 시위대를 상대로 실전용 무기를 점점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살상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 탈환 후 미얀마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무차별적으로 무력 진압하는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을 지나온 한국은 오늘날 미얀마 모습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해 민주화 지지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의 역대 정권들은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한 미얀마 외무장관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을 강조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미얀마 총리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민주화를 촉구했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도 미얀마 유혈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조치 내용은 ①미얀마 군부 및 경찰과의 교류 및 협력 중단 ②군용물자 수출 중단 ③개발 협력 사업 재검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회 대응도 여야 가리지 않고 신속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3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규탄 및 민주화 원상회복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미얀마 인권과 민주주의 회복, 소수민족 탄압 중단 촉구결의안(대안)’을 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이들은 결의안을 통해 군부의 민주주의 부정 행태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정치권의 행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군부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결의안 등이 구호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시민사회모임)는 지난달 31일 ‘미얀마 투자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조치 시급’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부의 3.12 대응 조치는)불복종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을 폭력으로 짓밟고 학살하는 미얀마 군경과의 교류를 중단하고, 무기 수출을 중단한 것은 매우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얀마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치가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모임은 “미얀마 군부가 소유 및 운영하는 기업들과의 합작을 포함하여 사업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의 인권유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쿠데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더구나 쿠데타 이후에는 미얀마에 대한 한국 기업 투자 전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얀마에는 포스코 등 대기업부터 현지에서 창업한 봉제업체까지 300여 개의 한국들이 진출한 상태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에 투자한 금액은 약 6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미얀마 투자국 6순위에 드는 규모다.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 사회에 군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 등을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들도 점차 미얀마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9일(현지시각) 평화 시위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면서 미얀마와의 교역 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함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11일 UN 미얀마 인권특별보관은 미얀마에서의 가스를 포함한 자원개발사업이 군부에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모임은 “가스개발 사업에서부터 의류·봉제업까지 망라하는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UN 기업과 인권이행원칙’,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대책 설립을 촉구했다. 인권이행원칙과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1년 유엔이 국가들의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두고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정한 국제적 기준이다.

시민사회모임에 따르면 ‘국제 기준’은 기업의 투자가 현지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기업에게 현지 사업에서 인권침해 요소를 식별하고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인권 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 의무를 부여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희생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면서 “기업 또한 정부와 시민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적극 지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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