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공룡(익룡)의 후예라고까지 부른다잖아. 그만큼 독특하고 우람하게 생긴 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진귀한 보석처럼 우릴 보고 싶어 하고 우릴 상징처럼 쓰는 동물원도 많단다.

[제232호 뉴스엔뷰] 우리 이름이 좀 이상하지? 그런데 우린 우리가 봐도 생긴 게 좀 멋지게 생겼어. 그래서 우리를 마지막 남은 ‘공룡(익룡)의 후예’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해.

중생대 공룡 번성 시대의 파충류와 조류의 특징을 모두 가진 익룡 또는 시조새를 연상 시킨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나봐. 그런데 대개 익룡이나 시조새가 일반 공룡처럼 엄청나게 크다는 상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들 평균 크기는 까마귀 정도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작은 날짐승들 이었다고 해. 

주걱부리 황새(shoebill stork) 사진/픽사베이
주걱부리 황새(shoebill stork) 사진/픽사베이

 

만일 우리가 이름도 생소한 나라인 ‘부룬디’ 같은 아프리카의 오지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 멸종당했을 거야. 아니 사실 멸종위기까지 몰렸으니까 이런 오지에서 쓸쓸히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뭐. 우린 잘 날지 못하기도 하지만 사실 잘 날려고도 하지 않아. 왜냐하면 몸무게가 굉장히 많이 나가기 때문에 나는 게 힘들기 때문이야.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나가냐고? 약 5kg!

‘에게! 그 정도 가지고, 그게 뭐가 무겁냐고 고양이 한 마리 무게 밖에 안 나가네!’ 할진 모르지만, 흠! 그건 새의 나는 원리를 잘 이해 못해서 하는 말이야. 비행기야 커다란 엔진으로 얼마든지 뒤로 출력을 뿜으며 날 수 있지만 우리 새들은 오직 작은 가슴 근육 힘으로만 다리와 날개를 움직여 날아야 하는 거야.

그러니 난다는 건 몸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지. 너희들이 두 다리로 전력 질주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산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돼.

너희들은 매번 오랫동안 그렇게 뛰라면 뛸 수 있어? 없지! 우리도 마찬가지야. 먹을 걸 조금이라도 땅에서 구할 수 있고 위험만 없다면 아예 땅에 자리잡고 날지 않으려고 하는 게 또한 새의 본성이야. 비행기 무게를 줄이려고 가벼운 재료를 쓰는 것처럼 새도 날려면 일단 무엇보다 몸무게가 가벼워야 해. 그래서 나는 새들은 대부분 5kg 미만의 아담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단다.

새들에게 비만은 곧 죽음

비만은 나는 새들에겐 곧 날기가 어렵다는 것, 그건 작은 새들에겐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 이런 이유로 5kg쯤 되는(최대 10kg까지도)우리 주걱부리 황새를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무거운 새라고들 부르며, 날 수 있는 새의 몸무게 한계선으로 보기도 한단다. 


새 중에는 황제펭귄이 30kg, 에뮤가50kg, 타조는 100kg도 더 나가지만 그래서 걔들은 못 날아오르고 결국 나는 일을 포기하게 된 거란다. 이렇게 나는 것이 힘이 들고 어려우니 우린 좀처럼 잘 날아 오르지 못하고, 결국 날개를 푸드득 거리며 어색하게 달려서 물속으로 달아나는 것을, 우리 천적들이나 사람들은 손쉬운 사냥 표적으로 여긴단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를 공룡의 후예라고까지 부른다잖아. 그만큼 독특하고 우람하게 생긴 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진귀한 보석처럼 우릴 보고 싶어 하고 우릴 상징처럼 쓰는 동물원도 많단다.

그리고 세계 어느 동물원에서도 꼭 전시하고 싶은 인기 동물 1순위로 꼽히니 한동안 그 수요를 채우려고 밀렵마저 성행했던 거야. 물론 고기가 부족한 원주민들은 처음엔 고기로 먹으려고 잡기도 했지만 동물원에서 인기가 치솟자 새끼를 비롯한 여러 마리를 생포해 파는 것이 사냥에 비해 훨씬 이익이 많게 돼버렸지. 


그리고 지금은 생태관광으로 인해 원주민들에 의해 오히려 우리 주걱부리 황새들이나 서식지가 보호 받는 처치이니, 우리 운명도 참 사람 손에 달려 있는 아슬아슬한 처지구나 하는 인생무상을 많이 느껴. 


우린 주로 개구리나 도마뱀 같은 양서류나 파충류를 잡아먹고 살아. 물고기는 워낙 빨라서 행동이 느린 우리들은 좀처럼 사냥하기가 힘든 종류야. 부리 모양이 크고 뭉툭하고 생겨서 옛날 단단한 유럽식 나막신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외국에선 신발짝 황새(shoebill)라고도 부른단다. 너무 외모에만 치중하여 지은 이름들이라 그런지 모두 다 듣기에 썩 기분 좋은 이름들은 아닌 것 같아. 

재밌고 무섭고 정겨운 외모

그렇게 생겼어도 나는 새 중에 가장 무거운 새임에는 틀림없지. 요즘은 개성 시대잖아. 그래서 배우들도 잘 생긴 것 보다 약간 덜 생겨도 개성 있는 배우가 더 대접받는 것처럼, 바로 우리가 외모나 행동 모든 면에서 개성 만점의 배우 새라고 할 수 있지.

우린 바라보기만 해도 재밌고 좀 무섭기도 하면서도 정겨운, 묘한 이중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들 말하곤 하지. 뭐 가까이 하긴 조금 두렵겠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너무나 흥미로운 기린이나 코끼리, 하마를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은 좋아하면 꼭 소유하려고 들거든. 세상에서 아마 가장 욕심 많은 동물들일거야. 우린 고대 이집트에서 종이로도 만들어 썼다는, 갈대를 닮은 파피루스가 풍부한 수단, 우간다, 부룬디, 탄자니아 같은 나라가 있는 속해있는 중동부 아프리카의 강가의 늪지대에 살고 있어. 사는 곳에서 거의 멀리 벗어나지 않고 평생을 태어난 고향 부근에서 당당하게 터전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가지.


날개를 편 길이는 230~260cm정도 몸에 비해 두 배 정도 크고, 몸길이는 115~150cm, 키는 90~120cm 정도 돼. 주로 4~5월경에 직경 1m 크기의 풀 둥지를 풀숲에 만들고, 두 개의 청록색의 영롱한 알을 낳고 그 중 한 개만 골라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품어. 그리고 30일 후에 10c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새끼를 낳고 부부가 교대해서 사냥해 온 먹이를 토해내서 45일 정도를 열심히 키워내지. 105일 정도면 드디어 독립을 하고 112일 정도 되어야 스스로 땅을 박차고 날 수 있게 돼. 그 후에도 3년 정도 커야 알을 낳을 정도로 성 성숙이 되고, 다른 황새들과 비슷한 35년 정도의 수명을 살아가지. 


동물원 같은 곳에 가두어 키우는 사육 하에서는 알을 낳는 행동조차 거의 하지 않아! 그러니 우리를 가둬 키우는 것으로, 멸종을 방지하고 번식을 많이 시켜 자연에 다시 돌려보낸다는 현대식 동물원의 명분은 아무 의미가 없지. 


우리는 새끼 땐 회색, 장성해서는 노란색이었던 눈동자가 나이가 들수록 청색으로 변해가서 성장하고 나이 듦을 한 눈으로도 확인 할 수 있단다. 현재 우리가 자연에 사는 야생 개체 수는 대략 5,000~8,000마리 정도지만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인해 해마다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황새와 펠리컨 사이, 다른듯 닮은듯

부리의 크기는 가로, 세로 길이가 비슷하게 20cm 정도로 네모꼴을 하고 있지. 윗부리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 같은 돌기가 하나 돋아있는데 작은 먹이를 잡을 수 있게 해주고 부리에서 먹이가 빠져 나가는걸 방지해주고, 심지어 물에서 먹이를 감지하는 감각수염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부속기관이지. 


우린 물고기 같은 먹이를 잡으려고 몇 시간 동안 가만히 물속에 발을 담그고 서서 아래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아. 그러다 먹이가 오면 마치 표범이 덮치듯 그야말로 온 몸을 내던져서 먹이를 낚아채지.

보통 긴 부리와 긴 목을 가진 황새들은 목과 부리만 이용해서 가볍게 사냥을 하지만 우린 목과 다리가 몸에 비해 좀 짧아서 온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단다. 우리 몸무게가 수컷은 5.6kg, 암컷은 4.9kg 정도로 수컷이 조금 더 크지. 


옛날에는 우리 이름처럼 당연히 황새목으로 분류 되었는데 현재는 펠리컨이 속해있는 사다새 목으로 다시 분류되었어. 하지만 망치머리황새와 더불어 아직도 황새라 더 알려져 있고 발가락도 펠리컨처럼 물갈퀴가 나있지 않지. 황새와 펠리컨, 둘 모두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 


넓적하고 큰 부리와 다소 둔탁한 몸 모양만 보면 황새보다 크고 커다란 주머니 부리를 가진 펠리컨과 더 가깝게 보이기도 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고 황새처럼 아래위 부리를 부딪쳐 구애나 경고를 하는 클래터링(clattering)동작들을 하는 걸로 보면 황새 같기도 하고, 실은 나도 좀 우리 정체성이 헷갈리긴 해! 그냥 우린 우리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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