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의 일생은 20년 정도야. 지능이 높고 활발하고 낙천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포식자이긴 하지만 성격이 매우 친근한 편이라 어렸을 때부터 키우면 사람에게도 곧잘 길들여진다고 해.

[제230호 뉴스엔뷰] 요즈음은 웬만한 큰 강가에 가서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우리 수달들을 해질녘이나 한밤에 종종 볼 수 있어. 근데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거의 멸종한 줄 알았대. 그래서 부랴부랴 멸종을 막으려고, 그런데 사실 우리가 보기엔 멸종시킨 책임을 면하려고 천연기념물로 지정(330호, 1982년도)하기도 했어. 그렇게 지정하면 사람들이 혹시 법에 위반될까봐 우릴 함부로 사냥하거나 잡아가지 못하게 돼있거든.

우리가 너희 사람들이 건강식으로 좋아하는 붕어나 잉어 같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죽이고, 물속에서 사시사철 견디며 사니 모피가 얼마나 좋겠냐며 또 잡아 죽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하도 많이 잡아 없애다 보니까 어느 날 보니 흔했던 우리가 갑자기 강에서 모두 사라진 거야. 


그렇게 핍박하니 우리라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두고 당하고 있을 순 없어서 잔인한 인간들의 눈을 피해 깊은 산속에서 숨어서 살아남아야 했지. 그러다보니 예전에 남 무서운 줄 모르고 활개 치고 살던 너른 강가에서 쫓기어 거의 은둔자들처럼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맛 좋고 영양 많은 큰 물고기 대신 아주 작은 피래미 물고기나 개구리나 도롱뇽 혹은 가재 같은 갑각류들을 잡아먹으면서 겨우 겨우 연명하며 살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비록 동물계에선 여전히 ‘강의 제왕’이라고도 불리지만 사람들한테는 어림없지. 

하루에 10㎞이상 이동


우린 사람들에게 보이는 족족 죽음을 면치 못했거든. 요즘에 와서야 겨우 새롭게 동물 보는 인식이 바뀌어 우리를 보고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 귀하다느니 하면서 보호다 뭐다 하지만 옛날에 보호가 어디 있었어. 그냥 다른 사람이 잡기 전에 먼저 잡으면 그 사람이 고기나 모피의 임자였지. 


그리고 우리가 사라진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농사짓고 공장 용수로 쓴다고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산책한다고 강에 있는 물들을 온통 끌어다 쓰고, 강에다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내다버리고, 강가나 수변의 갈대밭 같은 것을 모조리 없애고 길을 놓은 통에 아예 우리 먹이인 물고기들이 다 사라져버리고 삶의 터전조차 빼앗겨 버리게 된 거야. 


우린 보기보단 굉장히 조심스러운 동물이야. 그래서 사람이나 큰 동물이 우리 은신처 근처에 자주 나타나면 아예 그 지역에서 먼데로 이주해 버리지. 우린 강물을 따라서 하루에 10km 이상도 이동하며 다니니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으로 삼던 강가에서 다른 곳으로 홍길동처럼 사라지는 것도 그만큼 쉬운 일이기도 해. 가진 것도 소유할 것도 없으니까 몸만 가면 되니까.

이동시엔 대부분 물을 따라 수영도 하면서 조용히 움직이지. 우리 주로 혼자 다니지만 번식철이나 육아기에는 잠시 사랑하는 짝이나 아니면 새끼들을 한두 마리씩 데리고 다니기도 해. 그때는 물론 연인과 가족들이 곁에 있어 신나고 좋지만, 그래도 우리 기본은 혼자서도 잘 살아요! 야.

은밀히 숨어서 스릴 있게 사냥하고 낮에는 조용한 굴속에서 충분한 잠을 자고 달밤엔 바위섬에 상륙해서 가만히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는 그런 아주 낭만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삶을 늘 바라지. 그것이 야생에서 표범이나 매 같은 비록 고독하지만 품위 있는 킬러들의 기본 삶의 방식이기도 하고 말이야.


전 세계 수달(아마존 큰 수달 giant otter를 비롯한 현재 13종) 모두가 대개 비슷한 이유 때문에 이런 멸종 위기에 처해있어. 세계 어디서든 우리가 점점 사라지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무자비하고 동물들에게 특히 잔인한 사람들 때문이지.

어떤 무서운 동물도 사람이 벌이는 행위하고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지. 가령 크기가 2m가 넘고 체중이 30kg에 달하는 아마존 큰 수달도 가끔 아나콘다나 재규어, 카이만 악어하고 작은 규모의 먹이 다툼을 벌이긴 했지만 거대한 아마존 강이 있는 한 서로 원 없이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어굙 그런데 현지 원주민이 아닌 총과 기계들로 무장한 외지 개척자들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수달을 비롯한 모든 야생동물들을 살육하고 괴롭히기 시작한 거야. 
 

무자비하고 잔인한 인간들의 학살

관광이다 개발이다 해서 마구 강물을 어지럽히고 너무나 넓은 면적의 밀림 개발과 물고기들을 씨도 없이 남획하는 통에 영원할 것 같았던 강가의 최강자 큰 수달의 삶은 영토와 먹이들을 점점 잃어가고 생명의 위협조차 받고 있지.

사정이 모두 그러다보니 자연히 우리도 자연 속에서 그리고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한 동물이 되어버렸던 거야. 우린 최고 지위의 포식자이니만큼 구차하게 목숨 따위를 구걸하진 않아. 대신 우리가 평생 살던 곳에서 그대로 조용하고 깔끔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랄 뿐이야.


한국에 사는 유일한 종류인 유라시안 수달(lutra lutra)을 간단히 소개하면 길이 60~70cm, 몸무게 5.8~10kg, 꼬리 41~55cm, 머리는 귀여운 원형, 코도 원형이고 아주 아담하고 귀여운 강아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 눈은 까맣고 작지만 앞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은 양안시(양쪽 눈에 맺힌 상을 하나의 입체로 만들어 보는 것)를 가졌고, 귀는 아주 작고 코와 귀는 물속에 들어가면 저절로 닫히며 2분 이상 잠수해서 한번에 400m 정도를 전진할 수 있어. 


몸 전체에 이중의 잔털이 나 있고, 이런 털가죽 안에 두껍고 발달한 피하지방층이 있어 한 겨울에도 따로 살찌우기나 털갈이를 하지 않고도 씩씩하게 먹이활동을 하며 깨어있는 겨울나기를 할 수 있지. 그러나 한 겨울에는 동면하는 물고기들을 따라 물이 깊은 댐이나 강가로 이동하여 살고 여름에는 사람이 적은 강의 상류 부근에서 주로 활동한단다. 파충류, 어류, 작은 포유류, 조류를 가리지 않고 먹는 육식동물이지만 주식은 메기, 붕어, 잉어 같은 큰 물고기야. 


발가락에 비록 물갈퀴는 있지만 다섯 발가락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서 육상에서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도 있어. 강에선 최상위 포식자이며 환경지표동물로서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 깨끗한 강가나 호수 부근에서만 서식할 수 있지. 주로 추운 한 겨울 1~2달에 짝을 맺고 임신기간 65일 후에 1~5마리(보통 2마리) 새끼를 강가 옆 바위굴이나 나무 굴 같은 임시 둥지에서 낳고 암컷 혼자서 6개월가량을 돌 본 후 독립을 시키지. 

지능 높고 낙천적, 호기심 많아


수달의 일생은 20년 정도야. 지능이 높고 활발하고 낙천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포식자이긴 하지만 성격이 매우 친근한 편이라 어렸을 때부터 키우면 사람에게도 곧잘 길들여진다고 해. 주로 낙동강, 지리산·오대산 등지에서 발견되었는데 요즈음은 여러 도심 하천이나 강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지. 이 수달 역시 모피를 노린 무분별한 사냥과 강의 환경오염으로 국내와 국제적으로 천연기념물(천연기념물 330호)과 멸종위기동물 동물로 지정되어 있어. 


혼자서 미끄럼타고 눈에 구르며 얼음을 지치며 놀기를 무척 좋아해, 생김새와 습성이 비슷한 해달(일본말로 라코)은 북태평양 바닷가에 살며 몸의 부력으로 물위에 동동 떠서 배위에 돌을 올려놓고 조개를 까먹고 새끼를 올려놓고 돌보기도 하는 매우 귀엽고 정겨운 습성이 있어.(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 보노보노가 바로 해달이야). 


후각, 청각, 시각 모두 발달해 있고 보이는 않는 어두운 물속에선 주로 입주변의 긴 수염(감각모)을 이용해서 사냥을 하지. 인적이 드문 물속에 살면서 너희들과 동떨어져 조용히 사는 동물들이라고 제발 일부로 들쑤셔서 괴롭히거나 함부로 대하지 말아줘! 우리가 생태계에서 영영 사라지면 아마 강은 외래종을 비롯한 온갖 잡동사니 동물들이 서로 날뛰는 전쟁터가 될지도 몰라! 그럼 과연 사람인들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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