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지난 8월 생계급여에 대해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 외 진전이 없다. 의료급여의 경우 일부 기준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제 228호 뉴스엔뷰]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김모(60)씨가 생활고 속에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됐다. 아들 최모(36)씨는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전기와 가스가 끊기자 집을 나와 이수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된 최씨는 3개월 이상 노숙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숨진 김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 이력이 있음에도 10년 넘게 건강보험료가 장기 체납되면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도 장애인 등록이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아닌 탓에 병원치료 기록을 얻지 못했고 내역이 없으면 장애인 등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지난 8월 생계급여에 대해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 외 진전이 없다. 의료급여의 경우 일부 기준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사진/뉴시스
사건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지난 8월 생계급여에 대해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 외 진전이 없다. 의료급여의 경우 일부 기준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사진/뉴시스

김씨 고정수입은 2018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서 받은 월 24~28만 원의 주거급여 뿐이었다.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도 받을 수 있었지만 김 씨가 신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반면 의료 및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소득조사가 필요한데, 김씨는 이혼한 전 남편에게 연락이 가는 것을 꺼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에서 제공하는 공공일자리로 생계를 이어오던 김씨는 일자리마저 잃으면서 더욱 힘든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그가 미납한 건강보험료는 100개 월 동안 약 500여 만 원에 달하며 최근 건보공단으로부터 예금통장 압류 통보를 받았다. 사망 전에는 휴대폰 요금마저 감당할 수 없어 올해 7월 정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사망 후에는 전기와 가스마저 끊기면서 시신 옆을 지키던 최 씨가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지자체는 모자의 사정을 인지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료 체납과 단전·단수 등 30여개 정보를 토대로 각 지자체에 ‘위기가구’목록을 통보하지만 방배동 모자는 이미 주거급여를 지원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지난 8월 생계급여를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 외 진전이 없다. 의료급여의 경우 일부 기준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뉴스엔뷰>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방배동 모자와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면 복지 사각지대에 빈곤층을 발굴하겠다고 하지만 발굴한 다음 연결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어차피 또 위기가구로 선정되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탈락된다”면서 “제도가 처음부터 구멍을 내놓고 제외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제도의 장벽을 허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윤 활동가는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지만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하지 않는다. 대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김씨처럼 10년 넘게 건보료를 체납한 사람에게는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서비스는 전혀 관계없는 영역”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부양의무제 폐지이지 곁가지 치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와의 인터뷰

이번 사건을 통해 부양의무자 폐지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부양의무자 자체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이다.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받지 못하는 상황이여야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진입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얘기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해질 수 있는 모두에게 해당되어야 하는 제도임에도 말이다
.

이번 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김 씨는 오래 전 남편과 이혼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제도는 이혼했더라도 부부의 연이 끊어진 거지 자식과 부모 간 관계는 이어진다고 본다. 방배동 김 씨 역시 부양의무자가 1촌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이기 때문에 이혼한 전 남편과 살고 있는 딸이 부양의무자가 된다. 생계 및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부양받을 수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김 씨가 자식에게 연락 가는 것을 원치 않은 이유다. 

숨진 김 씨는 부양의무자에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아 수급 자체를 꺼렸다. 이런 경우가 많은가?
한부모 가정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 신청 과정에서 부딪치는 장벽이다. 자녀가 있는 한 전 배우자는 자녀의 부양의무자가 된다. 본인이 수급신청을 하려고 해도 한참 전에 이혼하고 성년이 된 자녀에게 본인의 부양의무자라는 걸 알리는 걸 누가 반기겠는가. 김 씨도 만약 부양의무자 제도가 폐지됐다면 의료급여와 생계급여의 수급자가 됐었을 것. 그렇다면 
소득이 당장 끊기더라도 이번처럼 의료서비스 이용도 받지 못하고 사망까지 이를 일은 없지 않았겠느냐. 

위기 가구에라도 들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복지부나 서초구에서 하는 얘기는 주거급여 수급자이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걸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거급여 수급자는 주거급여만 나온다. 주거급여는 상한액이 있고 보다 낮은 쪽을 준다. 예를 들어 주거급여 기준이 3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월세가 50만원이면 30만원만 주고 월세가 20만원이면 20만원만 준다. 월세만 겨우 내는 가정한테 사각지대가 아니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는가
매번 정부나 지자체는 발굴을 해서 문제를 없게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몇 년 전 지자체 공무원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그들에게 조사한 다음 어떻게 하느냐고 질의하니 김치 한 통, 쌀 한 가마니 정도 준다고 한다.  공적인 제도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제도 자체에 장벽이 있기 때문에 연결시킬 수 있는 게 없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됐고, 위기가구가 됐더라도 어? 부양의무자가 있네? 하고 다시 탈락한다.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조사한다한들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예산을 문제삼는다. 
지출이 늘어나니까 수혜 대상이 커진다고 보는 거다. 그러나 사실 생계급여라고 해봤자. 50만 원 정도다. 이 돈 받자고 모든 소득과 재산을 포기하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과한 생각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제 폐지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려서 의료급여가 아닌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서비스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방배동 김씨 같은 경우 10년 넘게 건강보험료를 못 냈다. 이런 분들에게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전혀 관계 없는 영역이다. 결국 문제 해결은 제도를 고쳐야 하는 것이 핵심임에도 계속 곁가지는 치는 형태로 접근한다.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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