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하고야 말았다. 시기를 조율하면서도 당내 반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직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제 228호 뉴스엔뷰] 결국 하고야 말았다.  당내 반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직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뤄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문에는 사과, 사죄, 용서, 반성과 같은 단어만 10여 차례 언급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 당시 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그런 책무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상태에 있다.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를 드린다”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 승계 과정에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져버렸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 과거 전·현직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먼저 친이계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SNS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틀렸다. 이명박 대통령을 암시한 부분은 없는 죄를 다시 만들었다”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적 정치 욕망을 위장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 어떠한 정경유착도 없었고 그런 내용으로 기소되거나 사법적 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일도 없다”면서 “경영 승계 과정에 편의를 봐준 혐의에 대해서도 재임 중 어떤 기업도 경영승계에 관계한 일이 없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적어도 야당에 몸담은 정치인이라면 정권에 대해 국민 통합을 위해 이제 석방해아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성명서를 통해 “참으로 통탄스럽고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탄핵 배신자들은 불법 탄핵에 대해 사과하라”면서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배신을 밥 먹듯 하는 김종인과 탄핵 배신자들은 부끄러운지 알아야 한다.김종인의 사과는 정의와 진실을 바라는 국민을 속이는 쇼”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면서 “김종인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사과하는 거짓쇼를 중단하고 국민의 힘을 해체 선언을 지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세모 정국”이라면서 “탄핵 사과는 지난 대선 때 인명진 위원장도 포괄적으로 했고 나도 임진각에서 한 바 있다. 이번 사과는 뜬금 없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는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70년대생 초선 의원들은 이번 사과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힘 70년대생 초선 의원 모임 ‘지금부터’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반성과 성찰은 새로운 시작의 첫 단추”라면서 “‘지금부터’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안전, ‘진짜 공정’에 천착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데 매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어(囹圄)의 몸으로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진솔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드린 것”이라고 밝혔고, 김기현 의원은 “‘꼰대 정당’ 민주당과 달리, 저희 당은 젊어지고 매일 새로워지며 내실을 다져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당이 여러 번 사과했지만 국민이 미흡하다 느낀다면 열 번 백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사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사과함으로서 서울과 부산시장에서 중도층 지지확보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이번 사과에 대한 평가가 당 지지율과 재보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뉴스엔뷰>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대통령 역시 과거 만큼 탄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외연확대의 일환으로 사과를 한 것”이라면서 “외연의 확대는 과거와의 단절도 의미한다. 과거 세력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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