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회에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부작용 등 백신에 대한 안전성이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우선 접종이 단순히 실험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제 228호 뉴스엔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3일 “라틴계와 흑인 대가족 고령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자녀와 손자 등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저소득 히스패닉과 흑인 커뮤니티를 코로나 취약 집단 중 하나로 분류, “상당한 위험에 처해있다. 이들의 건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DC의 성명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중 40%가량이 흑인과 라틴계로, 미 인구조사국 기준 ▲흑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13.4% ▲라틴계 18.5%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코로나19 확진 비율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3일 “라틴계와 흑인 대가족 고령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자녀와 손자 등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저소득 히스패닉과 흑인 커뮤니티를 코로나 취약 집단 중 하나로 분류, “상당한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들의 건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3일 “라틴계와 흑인 대가족 고령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자녀와 손자 등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저소득 히스패닉과 흑인 커뮤니티를 코로나 취약 집단 중 하나로 분류, “상당한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들의 건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흑인사회에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앨라배마주 홉슨시티 주민인 흑인 남성 조 커닝엄(85)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대해서 모르고 이해도 못 하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못한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주민인 칼튼 고던(34) 역시 같은 방송에서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도 않은 백신에 연연하지 않겠다”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배포돼 효능이 입증되면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흑인사회에서는 과거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 등 미 보건당국이 과거 유색인종(흑인)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의학 인체 실험을 행한 점을 들어,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작용을 보기 위해 유색인종 우선접종을 발표를 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뉴욕에 거주하는 빌 라힐런(63)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을 이용했던 과거 생체실험 사례가 있다”면서 “미국 정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는 이런 역사적 부끄러움을 다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오랜 인종 차별 속에 방치돼 있던 남부 블랙벨트 중 하나인 앨라배마 주 터스커기(Tuskegee)주에서 흑인들을 대상으로 매독 생체실험을 비밀리에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932년 미국 보건부 산하 공공보건국(PHS)을 중심으로 터스커기에서 시작된 매독 연구의 공식적인 목적은 치료와 예방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매독균 감염 메커니즘과 인체 영향 관찰이었다. 실험참여비와 무료진료라는 이름하에 나이 등 조건이 맞는 399명의 매독 감염자와 201명의 통제군 등 600명의 흑인 남성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실험에 참여한 흑인들 중 매독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28명, 후유증으로 100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부인 중 40명은 매독에 감염됐고 19명의 신생아는 매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PHS는 피실험자가 다른 진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통제했고, 2차대전 징집 신체 및 건강검진에서도 배제시켰다. 1947년 매독 치료 효능이 입증된 페니실린 역시 보급되지 않았다.

필수의약동맹연합회 세르나 에시앙도 과거 사례를 인용하며 미 NBC뉴스에 “백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백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의료시스템에서 제도적 인종차별이 만든 균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 등 유색인종 지도자들이 나서서 백신을 맞겠다고 공언하는 등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고 답한 흑인은 14%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보건·교육·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비드 공동프로젝트’가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미 정부 관리자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시민들이 갖는 것은 정부에서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불신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깊고 아픈 역사가 있었던 만큼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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