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사찰 의혹 대응안건’이 부결된 다음날인 8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대검 감찰부가 수사 중인 ‘판사 사찰문건에 대한 윤석열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서울고검에서 하도록 지시했다.

[제 227호 뉴스엔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사찰 의혹 대응안건’이 부결된 다음날인 8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대검 감찰부가 진행 중인 ‘판사 사찰문건에 대한 윤석열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서울고검에서 하도록 지시했다.

대검의 이번 발표는 윤 총장의 징계사유 중 하나였던 판사사찰 사건이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로 명분이 약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사건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서울고검에 배당하면서 절차적 부당함을 제기해 징계위원회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더 나아가 관련 문제로 추 장관의 수사까지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총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업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총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날 대검찰청은 “한동수 감찰부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 자료로 되돌려 받는 등 수사착수 절차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한 부장의 지휘에 따라 위 수사참고 자료를 근거로 법령상 보고 의무를 위반한 채 성명불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했고,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팀의 협조를 받아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면서 “그 진행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주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조 차장검사는 법무부가 수사의뢰한 윤 총장 ‘판사 사찰 의혹’ 사건을 비롯해 대검 감찰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서울고검으로 배당한다고 전했다.  대검 인권정책관실의 조사 내용도 서울고검에 수사참고자료로 이첩해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 대검의 이번 발표로 윤 총장과 관련된 조사와 감사 등은 모두 서울고검에서 진행된다.

문제는 서울고검에서 윤 총장의 비위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조상철 서울고검 검사장은 지난달 26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신중함과 절제가 요구되고, 절차와 방식이 법령에 부합하며 상당성을 갖추어야 한다”며 윤 총장의 직무정지·징계에 재고를 요청한 인사 중 한명이다. 또한 서울고검은 '검언유착' 사건 관련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독직폭행으로 기소하면서 법무부, 대검 감찰부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 의혹 사건은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 공정한 재판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가 규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것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검 배당과 관련해 ▲지시 시기 ▲지시에 이른 경위 ▲대검 차장 지시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는 점 ▲담당부서인 대검 감찰부와 협의 없이 일방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서울중앙지검 관할 수사 사건임에도 감찰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검에 배당한 점 ▲서울고검은 채널A 사건 관련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이 있는 점 등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향후 대검의 조치 관련 상세한 경위를 보고받은 후, 이 사건의 중요성,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검찰청이 대검 감찰부 수사에 추 장관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이 파악되면 수사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뉴스엔뷰>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잘잘못 이전에 과정을 보면 이른바 먼지털기식 수사가 진행된 것은 맞다”면서 “유재수 감찰 무마를 보면 하나하나 타고 올라가 살아있는 권력의 정점까지 수사의 칼을 들이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근거로 검찰이 못미칠 곳은 없다”면서 “조금의 틈새를 보이면 수사라는 칼날을 검찰이 ‘철저한 수사’ 등의 명목으로 이른바 ‘털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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