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사실 유뮤의 입증책임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있다. 또한 사용자는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 생리가 불가능하다는 합리적인 정황을 제시할 수 없다면 여성 노동자의 생리휴가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제 227호 뉴스엔뷰]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생리현상이 없다는 비교적 명확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

지난해 서울남부지방법원(형사 11단독 이상훈 판사)은 여성 노동자에 대해 “생리사실을 입증하라”고 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판결에 따르면 생리사실 유무의 입증책임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있다. 또한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 생리가 불가능하다는 합리적인 정황을 제시할 수 없다면 사용자는 여성노동자에게 생리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지난 7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 입증·사전 승인 강요 건강보험 고객센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 7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 입증·사전 승인 강요 건강보험 고객센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생리휴가는 근로기준법 제73조에 명시된 여성 노동자의 권리지만 사용자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실제 경영계는 생리휴가를 쓴 여성 노동자 탓에 기업 손실이 크고 여성 인력 고용 기피 현상이 확대된다고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2003년 주 5일제 근무 도입 논의 과정에서 생리휴가를 유지하는 대신 무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관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리휴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여성 노동자들이 생리휴가의 존재를 인식했으나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받거나, 사내 부정적인 시선 탓에 사용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겪은 사안을 보면 생리휴가에 대한 사측의 입장이 드러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하는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생리휴가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인권침해 발언과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이자 용역업체 ㈜제니엘 소속 여성노동자 A씨는 지난 10월4일 생리휴가를 신청했으나 팀장으로부터 입증자료를 요구받았다. 팀장은 “생리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입증자료 예시로 ‘생리 혈이 묻은 생리대 사진’을 언급했다.

또 다른 상담사 B씨도 11월 9일 생리휴가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취업규칙상 휴가원 작성 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B씨가 법적 기준을 들어 거절하자 제니엘은 결근 처리와 동시에 평가점수 10점을 감점시켰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더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받고 있는 경인3센터 상담사들에게 10점 감점이란 약 30만 원 이상 임금차이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김숙영 건보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뉴스엔뷰>와의 통화에서 “생리휴가 신청 시 관계 서류를 제출하라며 생리대 사진 제출 운운하며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의 침해이자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방하는 인격권 침해”라면서 “또한 여성의 생리휴가에 대한 사용을 억압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6년 철도공사의 관리자가 생리휴가 사용 시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고 연차 휴가를 사용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면서 “여성 노동자가 생리 중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는 개인적인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속하므로 팀장의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권리의 침해이자 인격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관계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15일 전까지 증빙서류를 첨부한 휴가원을 제출하라는 취업규칙은 상위법인 노동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무효”라며 “생리휴가를 연차로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휴가원 미제출을 이유로 결근 처리하고 급여 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니엘 관계자는 “고객센터 업무 특성 상 사전 예고되지 않은 휴가를 갑작스럽게 사용하는 경우 출근한 다수의 상담사가 업무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회사는 사전 약속된 근무스케줄을 준수하는 상담사에게 가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팀장이 당일 휴가 사용 상담사에게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휴가원 미제출로 인사 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휴가에 대해서는 사전에 휴가원을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휴가원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해당 상담사는 11월에 구두 상으로 보건휴가를 신청했고 아직 근태처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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