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모든 분들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전국 검사를 대상으로 한 이메일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여러분의 열의와 신속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했다”면서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전했다.

[제 226호 뉴스엔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일주일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인용을 판시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수행 업무에 관하여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검사에게 부여된 막중한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권한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검찰청이 소속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도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법무부 감찰위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15분 동안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법무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징계 청구 사유를 알리지 않았고 징계 혐의를 소명할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밝혔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총장 복귀 직후 4일 진행키로 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당연직으로 참석하는 고기영 법무부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제 공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검찰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제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라며 “검찰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해 내리라 믿고,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고 전 차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데, (추 장관이 맡은 징계위원장) 대리로 들어가는 상황이라서 (30일) 장관에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견도 있었다”는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사의를 전달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윤 총장의 장모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형사6부를 지휘하던 그는 수사 강행과 관련해 불만이 누적된 데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 사태에 대한 간부·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련의 사태 속에서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고 전 차관의 사임 등 후속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이른바 ‘추-윤 동반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문 대통령은 고 전 장관 사임 이후 후속 인사로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으로 활동해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거론된 바 있다. 또한 박상기 전 장관과 조국 전 장관, 추미애 장관 등 3명의 법무부 장관 아래서 법무·검찰 개혁에 몸담았으며,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으로 과거사 청산 작업에 참여했으며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전담팀장으로도 일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법무부 차관 인선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윤석열 찍어내기’, ‘추미애에 힘 실어줬다’는 보도가 계속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위가 공정하고, 투명하고, 정당하게 개최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윤 총장의 징계 수위 여부를 떠나 적어도 투명하고 공정한 상황에서 징계위만큼은 열려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절차상의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거침없는 윤석열

윤 총장은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지하주차장으로 직행하는 대신 정문 현관으로 들어오며 기자들에게 법원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모든 분들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전국 검사를 대상으로 한 이메일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여러분의 열의와 신속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했다”면서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전했다.

2일 윤 총장은 밀린 업무 보고를 받으며 월성 원전 수사 관련 구속영장을 승인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2일 오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3명에 대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A(53)씨 등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은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지난해 11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씨의 부하 직원 B씨는 지난해 12월 2일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전날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감사방해 혐의를 적용했으나, 윤 총장의 지시로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방실침입 혐의까지 추가됐다.

또한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가 지난달 ‘판사 문건’과 관련해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사절차를 위반했다”는 진정과 관련해 사건을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했다. 대검 관계자는 “인권정책관실은 인권감독담당관 중심으로 통상의 절차에 따라 진상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4일 징계위의 기일변경도 요구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회 심의기일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기일 재지정 신청서’를 법무부에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이 복귀 이후 정권을 향해 일을 밀어 붙이는 것 같지만, 정치적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징계위 결과 등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전에 일을 최대한 마무리 지으려는 행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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